2025.10.24 금요일
이제나 오나 저제나 오나… 하면서 하루종일 기다리던 마크가 밤 11시가 다 되서야 돌아왔다.
정확히 말하면 “편의점 앞인데 나오지 않을래?” 묻는 전화가 왔다. 추웠다. 그런데다가 오늘 따라 여기저기 전화로 메일로 카카오톡으로 문의를 하고, 의견 조율을 하고, 확인을 하고, 하소연을 들어주고, 간간히 SNS 글에 좋아요나 댓글을 남기고… 그렇게 쉴새없이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밀린 빨래에 설겆이, 커텐 거는 고리 달기, 이사갈 때 가져갈 옷들까지 꺼내 챙기느라 몸이 너무 피곤했다. (눈을 감고 잠을 청하는 중이어서 나가기가 더 싫었던 것인지도 몰랐다.)
그래서 편의점 앞으로 나가지 않겠다고 했다.
아침에 당뇨 진료 받는다고 병원에 간다면서 일찌감치 나간 사람이 거의 자정이 되기까지 어디서 뭘 했을까… 궁금했지만 들어오면 물어봐야지 하고 기다렸다.
한참을 지나 삐삐삐삐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마크.
오자마자 별 말 없이 빙그레 바나나 우유 하나와 비닐 백에 든 옷 꾸러미를 테이블 위에 올려 놓는다.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옷을 꼭 사 주고 싶었는데 폭탄 세일을 하길래 너무 싸서 사왔다고 한다.
“아… 빠듯한 살림에 옷은 더 안 사도 되는데…ㅜ”
분명 오랜만에 기분좋게 선물로 주려고 산 옷일텐데도 저절로 표정이 굳어지고, 말이 곱게 안 나온다.
편의점 앞에서 으쓱하며 이걸 주려고 했었나본데… 와… 진짜 어떻게 이렇게 서로가 원하는게 틀린걸까?
2023년 6월 27일 사진첩에 저장된 스케치북 낙서를 봤다. 사람마다 서로 원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아예 각자 원하는 ‘사랑’에 대해, 또 ‘좋은 느낌’, ‘사랑받는 느낌’에 대해 그 때도 이리저리 고민을 많이 했었어…
다시 읽어보니 거기에는 오늘 내가 마크가 산 옷에 왜 기분이 좋지 않았는지, 마크는 왜 본인이 산 옷을 내가 신나게 받지 못해 마음이 상했는지… 그 이유를 알게 해 주는 힌트들이 담겨 있었다.
기록은 그래서 참 훌륭한 선생님이다.
스케치북에 적힌 이 글들을 읽으면서 속상했던 마음이 많이 누그러지고, 마크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해 어쩌면 많이 억울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을 읽고 나니, 너의 마음이 궁금해졌다.
열한번째 소원.
오늘은 너의 얘길 들어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