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내게는...
보통 ‘떠남’을 실감하는 것은
비행기가 이륙하고,
창 밖으로 나의 집이 멀어지는 순간.
사실 나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야경이 슬펐다.
늦은 시간임에도 여전히 밝게 빛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을 저 불빛들.
모두가 고요한 시간, 아직 그들을 잠들 수 없게 하는
껌뻑이는 전구 하나 둘.
그런데 이상하다.
내게 가혹하게만 느껴지던 저 불빛들이 오늘은 왜 이토록 설레는 건지…
몸이 부웅- 떠오르는 것을 느끼며,
가만히 내려다본 그 밤의 서울은 몹시도 아름다웠다.
이 불빛은 더 이상 눈물과 땀의 반짝임이 아닌,
저녁 식사를 마친 어느 가족이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는 시간.
세계 곳곳에서 온 여행자들이 둘러 모여 맥주병을 부딪히는 시간.
커피가 식는 줄도 모르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느라 정신없는 연인의 시간.
그래, 적어도 내게는 말이다…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아, 내 여행이 지금 막 시작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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