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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건하 May 12. 2022

강아지를 잃어버렸을 때.

나는 그럴 일 없다고 생각했는데.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여느 때처럼 점심을 먹고 회사 사람들과 느긋하게 커피 한잔을 하고 있었다. 습관처럼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는데 아빠의 문자가 왔다. 빡구를 잃어버렸다고. 지금 동네를 다 돌아다니고 있는데 안 보인다고. 청천벽력 같다는 게 이런 거구나. 지금 내가 편안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가 아니구나 싶었다. 회사에 사정을 얘기하고 마시던 커피를 버리고 주차장까지 뛰어갔다. 


'빡구야 제발, 멀리 가지 말아줘, 다치지 말아 줘."


 오후 한 시 반쯤 아빠의 연락을 받고 약 30분 만에 집에 도착하자마자 온 동네를 돌았다. 회사에 있다가 도중에 온 터라 셔츠와 구두를 신고 있었다. 세 시간쯤 돌다 보니 발도 너무 아프고 셔츠도 땀으로 다 젖어버렸다. 더 오랫동안 빡구를 찾으려면 복장부터 편하게 고쳐 입어야 했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소식을 들은 동네 친구들은 고민도 없이 밖으로 나와 함께 빡구를 찾기 위해 힘써줬다.


 오후 7시쯤, 다섯 시간째 찾았는데도 없는 거면 누군가가 데리고 있을 거라고 했고 언제까지 친구들에게 도와달라고 할 수도 없었다. 고생했다며 고맙다며 친구들에게 이젠 그만 찾아줘도 된다며 집으로 보냈다. 나도 너무 지쳤었다. 당장 몸이 너무 힘들어서 집에서 조금만 휴식을 취하고 다시 나와보기로 했다. 아빠는 이미 집에 있었다. 나는 넋이 나간 채로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방 건너에서 아빠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기 때문에 잃어버렸다고, 자기가 조금만 신경 써서 봤으면 이럴 일도 없었다고. 그렇게 자책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잠깐이라도 이렇게 누워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다시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갔다. 해는 이미 완전히 저물었고, 그날 따라 이 밤이 더욱 새카맣게 느껴졌다. 아직까진 해가 지고 나면 쌀쌀했다. 더욱이 까만 밤과 뼈를 스치는 이 찬바람이 나를 관통할수록 공포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갔다. 교통사고라도 났으면 어떡하지, 누군가가 괴롭히고 있진 않을까, 밥도 못 먹었을 텐데, 추워서 떨고 있진 않을까. 참을 새도 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두려움과 미안함과 죄책감이 한꺼번에 밀려와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평생 사랑만 받아도 모자랄 우리 빡구가 낯선 곳에서 두려워하고 있게 만든 나 자신과 가족들이 너무 미웠다. 발바닥이 부어오른 게 느껴지고 다리도 너무 아팠는데, 빡구보다 힘들진 않을 것 같았다. 길거리에 주저앉아 울던 나는 다시 빡구를 찾기 위해 걸었다.


 한참을 찾아도 빡구는 없었다. 언젠가 소형견들은 길을 잃으면 어딘가로 숨어 들어간다고 했다. 주차된 차 밑에 숨거나, 잘 보이지 않는 곳으로. 만약 빡구가 그렇게 숨어있는 거라면 더욱 찾기 힘들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빡구가 이 근처에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번져갔다. 누군가 데려가서 보호하고 있을 거라며 밤 열한 시쯤 되어서 집으로 들어왔다. 엄마는 침대에 걸터앉아 아무 말도 않은 채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낮에 아빠의 자책을 봤을 때처럼 또 한 번 내가 이러고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다시 밖으로 나갔다. 새벽 두세 시가 다 될 때까지 빡구를 찾기 위해 거리를 돌았다. 


 그렇게 밤새도록 식사는커녕 잠도 한숨 못 자고 출근을 했다. 몸은 피곤하고 지치는데, 잠은 오지 않았다.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회사에 도착해서 유기견 보호센터 홈페이지와 포인 핸드라는 어플을 계속해서 새 로고 침하며 빡구의 소식이 올라오기만을 기다렸다. 도저히 업무에 눈이 가지 않았고, 빡구를 잃어버린 곳에서 가까운 모든 동물병원에 다시 한번 전화를 돌렸다. 아무도 빡구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렇게 나는 정신이 나간 채로 계속해서 새로고침을 클릭하고 있었다.


 오후 한시쯤이었을까. 빡구를 잃어버린 지 어언 24시간 만에, 동물보호관리 시스템 홈페이지에 새로운 강아지가 보호 중이라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나는 심장이 터질 것 같았고 게시물을 확인해보니 우리 빡구였다.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고 파르르 떨렸다. 떨리는 손으로 해당 보호센터로 전화를 걸었는데 도무지 받지를 않아, 무작정 보호센터로 향했다. 


 보호센터로 가는 길에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 빡구 찾았어.'라고 한 마디를 하는데, 참을 겨를도 없이 눈물이 터져 나왔다. 너무 고마웠다. 무사히 있어준 우리 빡구에게. 너무 미안하고, 고마웠다. 그렇게 보호센터에 도착해 간단하게 신상정보를 작성하고 무사히  빡구를 차에 태웠다. 잔뜩 겁에 질려 떨고 있는 빡구를 안고 또 울었다. 


 '무사히 있어줘서 고마워, 빡구야. 형이 미안해.'


 그렇게 우리 가족들은 주의 깊게 빡구를 관찰하지 못한 죄로 아주 큰 벌을 받았다. 그저 남의 일로만 여겼던 일을 직접 겪어보니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불상사를 무시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안 되겠지만 언젠가는 그 어떤 식으로라도 나에게 벌어질지도 모르는 일이기에. 


 빡구를 잃어버렸다가 집까지 되찾아 오는 과정 속에서, 정말 많은 매체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 혹시라도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나와 같은 일을 겪게 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간단하게 공유해주고 싶다.


 반려견을 잃어버린 후 3~4시간이 지나면 골든타임을 놓친 거라고 한다. 그래서 강아지를 잃어버리고 3~4시간 안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주변을 수색해야 한다. 그 시간 안에는 반려견들이 멘탈을 잡고 있을 확률이 높고, 또 동네를 벗어날 확률도 낮다고 한다. 하지만 골든타임을 넘겨버리면 반려견들도 겁을 먹기 시작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먼 거리까지 계속해서 이동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잃어버리고 난 직후에는 최대한 많은 인력을 동원해서 잃어버린 지점의 주변을 샅샅이 찾아봐야 한다.


 골든타임 내에 반려견을 찾았다면 정말 다행이지만 골든타임이 지나고 나서도 찾지 못했다면 더 많은 범위의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며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나도 빡구를 잃어버리면서 알게 되었는데, 포인핸드라는 어플이 있다. 여기서 반려동물을 잃어버렸다는 글을 업로드할 수 있는데, 동시에  전단지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글을 올리기 위해 간단하게 작성하는 내용들이 자동으로 전단지 플랫폼에 추가되어 간단히 전단지를 만들 수 있다. 그렇게 만든 전단지를 주변에 모든 동물병원이나 애견샵 같은 반려동물과 관련된 시설에 전부 돌려야 한다. 왜냐하면 누군가 혼자 돌아다니는 반려견을 목격하고 보호하게 되면 본능적으로 근처 애견과 관련된 업장에 맡기러 가기 때문이다. 내가 전단지를 돌리기 위해 애견 관련 업장에 돌아다닐 때마다 모든 사장님들께서 본인의 일처럼 안타까워하시고 찾으면 꼭 연락 주시겠다고 친절히 받아주셨다. 그 한마디가 정말 고마웠고 빡구를 꼭 찾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더 불태워주기도 했다. 또 포인핸드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제일 많이 이용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업로드해놓으면 보다 긴박한 본인의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꼭 포인핸드에 업로드해야 한다. 


 그리고 포인핸드만큼이나 유용한 어플이 당근마켓이다. 단순히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서비스인 줄로만 알았는데, 동네에 사건사고에 대해 도움을 주는 서비스도 있었다. 반려동물을 잃어버렸다는 글을 당근마켓에 업로드해두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보겠다며 도움을 준다. 나 같은 경우도 당근마켓에 글을 올렸더니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분들이 연락 주시고 심지어 밖으로 나가 찾아봐주시는 분들도 계셨다. 정말 감사했던 기억이 있다.


또, 인터넷에 '동물보호관리시스템'(www.animal.go.kr) 을 검색해 들어가면 해당 지역 보호소에 실시간으로 맡겨진 반려동물들을 알려준다. 나는 빡구를 이 사이트에서 처음으로 찾았다. 누군가가 빡구를 해당 보호소에 맡겨주어 건강한 빡구를 무사히 데려올 수 있었다. 동물병원이나 애견샵 등에 반려견이 맡겨지면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보호소로 로 이동하여 맡겨진다. 


 이처럼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는 만큼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들도 많이 정착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혹여나 반려동물을 잃어버렸다고 하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꼭 찾을 수 있다는 마음 하나로 온 힘을 다해 찾길 바란다. 정말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포인핸드에 올라온 길 잃은 아이들을 유심히 보고 있다. 언젠가 나도 꼭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잃어버리면 안 되겠지만 불가피하게 그런 상황이 되었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꼭 요청하길 바란다. 이 세상은 아직 따뜻한 마음이 많이 남아있는 것 같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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