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보다 실망스러웠던 여행이 있나요?
'한량의 여행이야기'를 정리하면서 제 지난 여행을 되돌아보았는데요. 여행과 관련한 다양한 경험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다 보니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경험했던 모든 여행이
마냥 즐겁기만 했던 것은 아니구나!
물론 제 기억 속 대부분의 여행은 즐겁고,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지만, 일부 몇몇 여행은 생각만 해도 아쉬움과 실망감이 크게 느껴지는데요. 즐거워도 모자랄 여행에서 실망감을 먼저 느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다음 여행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 이유를 꼭 알아봐야 할 것 같은데요. 그래서 오늘은 '한량이 실망했던 여행'에 대한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실망했던 여행 첫 번째는 ‘아무것도 모르고 떠난 여행’입니다.
제가 말하는 '아무것도 모르고 떠나는 여행'은 TV예능에 나오는 것처럼 누군가 나를 납치해서 갑자기 비행기 태워 떠나는 그런 서프라이즈 여행을 말하는 것은 아니고요. 자신이 방문하는 여행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떠나는 여행을 이야기하는 건데요.
여행의 재미는 여행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여행지에서 우리의 경험은 아는 만큼 보고, 보는 만큼 느끼고, 느끼는 만큼의 감동으로 채워지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보통 여행을 떠날 때, 여행지와 관련해서 얼마나 '공부'를 하시나요? 물론 숙소나 효율적인 동선, 또 주변 맛집 정보를 찾기 위해 가이드북을 열심히 뒤지고, 유용한 정보는 메모하고 정리하는 노력은 많이 하실 텐데요.
오늘 제가 말하는 '공부'란, 우리가 방문할 여행지가 가진 배경지식에 대한 공부를 의미합니다. 여행지에 담긴 역사와 인물 이야기, 그리고 현지 먹거리에 담긴 사람들의 삶과 문화에 대한 이야기들인데요.
이런 소소한 이야기들은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감동하게 되는 여행 포인트입니다. 예를 들어 저는 태국 방콕에서 궁전을 방문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사실 저는 남의 나라 궁전에 특별한 관심도 없고, 흥미도 없던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그때 당시, 가이드 북은 이런 문구로 궁전을 소개하고 있었는데요.
이 지역을 방문한다면,
시간을 내서라도 이곳은 꼭 들러보자!!
여행 가이드 북에서 이런 문구, 많이 보셨죠? 하지만 정작 가이드북 추천 장소에 가보면 그 감동이 크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태국 방콕에 위치한 궁전도 마찬가지였는데요. 꼭 가보라니까 와 보긴 했는데, 사실 저에게는 엽서 이미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제 개인적인 감상은 감동도 의미도 없는 방문이었던 것이죠.
저는 다음 여행에서 이런 실수는 줄이고, 여행의 재미는 한 껏 높이고 싶은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여행지에 대한 공부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유적지를 방문한다면, 그 유적지가 어떤 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지역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 남아있는지, 또 어떤 인물과 연결되어 있고, 어떤 유물과 이야기가 이어지는지, 그리고 건축 양식에는 그 당시의 어떤 철학과 생각이 표현되어 있는지 하나하나가 다 공부의 대상이 됩니다.
우리는 많이 아는 대상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합니다. 어떤 대상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은 내가 보고 듣고 즐기는 경험을 특별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특별한 경험은 나만의 감동으로 채워지는데요. 나만의 감동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과 깨달음, 그리고 감정을 우리 안에 남깁니다.
반면에 아무것도 모르는 여행에서 내가 겪는 모든 경험은 의미 없이 지나치는 사건일 뿐인데요. 내 경험에서 아무 의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실망감이 그 빈자리를 채우게 됩니다.
실망스러운 여행 두 번째는 ‘끌려다니는 여행’입니다. 여러분은 패키지여행을 가보신 적이 있나요? 저는 국내 패키지여행을 몇 번 가보았는데요. 대부분의 여행은 기억에 잘 남지 않더라고요.
특히 몇 년 전, 춘천 당일치기 여행은 버스를 타고 이동했던 기억밖에 나지 않아서, '오늘 하루 버스 타는 거 말고 뭐 했지?' 현타를 느낀 적도 있는데요. 심지어 그때 당시 찍은 사진을 보면서, ‘여기는 어디야?’ 했던 생각이 납니다. 사진을 찍은 명확한 장소도 기억이 안 날만큼 감흥이 없었던 겁니다.
게다가 앞 서 말씀 드렸던 것처럼 그때 당시엔 춘천이라는 지역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서, 방문한 장소나 볼거리에 대한 감흥이 딱히 없었던 것 같습니다.
왜 저에게는 항상 패키지여행이 안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되는 걸까요? 그 답을 저는 패키지 상품의 문제보다 제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제 수동적인 태도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패키지여행은 모든 게 다 정해져 있으니까, 잘 따라다니기만 하면 된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하게 되는데요. 이런 수동적인 태도가 여행에 대한 재미를 반감시킵니다. 정해진 스케줄만 따라가다 보니까, 나만의 감동을 음미하고, 지역을 공부하는 시간과 노력이 충분하지 않게 때문입니다.
저는 기대를 가지고 떠난 해외여행에서도 이런 경험이 있었는데요. 친구와 단 둘이 떠났던 중국 상하이 여행이었습니다.
제 친구 중 한 놈이 여행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그 친구는 중국 사업부 담당자라서, 여행지에 대한 정보가 빠삭했는데요. 직원 할인으로 항공권은 저렴하게 구매해서, 3박 4일 상해 여행을 저에게 제안했는데요. 저는 바로 오케이 하고 함께 상해로 떠났던 겁니다.
중국을 처음 가보는 저는 새로운 여행지에 대해 많이 설레기도 했고, 또 많이 긴장하기도 헀는데요. 다행히 중국을 너무 잘 알고 있는 친구가 옆에 있다는 게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친구는 중문과 출신에 중국어는 막힘이 없고, 상해 지역 담당자라 여행지에 대한 지식이 현지인보다도 훨씬 전문적이고 빠삭했는데요. 너무 중국을 잘 알고 있는 친구의 이런 특성이 실제 여행에서는 독이 되더라고요. 그 친구는 항상 말버릇처럼 이렇게 말했습니다.
걱정 말고 나만 따라와!!
이렇게만 보면, 넌 상해 다 본거야!!
친구는 이 말과 함께 아무것도 모르는 절 이리저리 막 끌고 다녔는데요. 저는 솔직히 자신감 있는 친구가 처음에는 너무 믿음직스러웠고, 또 여행 기간 내내 많이 의지하였습니다. 하지만 상해 여행이 끝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그때 서야 여행에 대해 큰 아쉬움이 밀려오더라고요. 왜냐하면 생각해 보니까, 여행 이후에 제 안에 남는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제 머릿속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상해의 이미지는 앞서 가는 친구의 뒤통수 밖에 없다라고요. 극단적인 비유기기는 하지만, 결국 저는 여행기간 내내 누군가를 수동적으로 따라다니는 것 이외에 경험한 것이 없는 겁니다. 기억에 남는 경험이 없으니, 당연히 여행의 감동도 재미도 훨씬 떨어지게 된 것이죠.
실망하는 여행 세 번째는 ‘목적 없이, 유행 따라 떠나는 여행’입니다. 여러분은 여행지를 어떻게 선정하시나요? 그리고 여행지 선정에 있어,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계십니까? 더불어 여행지 정보는 어디서 얻으시나요?
요즘은 SNS나 유튜브, 혹은 TV를 통해서 다양한 해외 여행지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데요. 특히 인스타에 올려진 멋진 사진이나, 유튜브에서 본 10분짜리 영상만으로도 여행지의 특별한 경험이 우리에게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하지만 이렇게 사진이나 영상에 담긴 타인의 경험과 감동을 바탕으로 잘못된 기대감을 갖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실제 여행지에 방문하면 우리의 부푼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은데요. SNS에서 봤던 것처럼 멋지거나 웅장하지도 않고, 기대했던 경험도 시시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모든 사람이 같은 같은 장소에 있다고 해서, 같은 경험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당연히 같은 경험이 같은 감동을 주는 것도 아니죠.
더불어 감동이란 한 순간에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극적인 감정도 아닌데요. 감동은 그와 관련된 수많은 과정과 맥락과 감정과 스토리들이 얽혀서 뿜어내는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SNS 이미지나, 유튜브, TV영상 속 감동은 누군가의 여행이야기 한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실제 내가 느끼는 여행의 감동은 그 감동을 만들어내기까지 충분한 시간과 과정, 그리고 경험과 감정의 축적이 필요합니다.
여행의 진정한 의미는 감동을 만드는 여정을 즐기는 것이지, 한 순간의 결과와 쾌감만을 좇는 것이 아닙니다. 결과와 쾌감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과정은 지루한 시간낭비일 수밖에 없는데요. 과정을 즐기는 여행을 위해, 여행의 목적을 미리 명확히 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행의 목적에 맞는 여행지와 경험을 계획하고, 실현해 나가는 것이 여행의 재미인데요. 타인의 감동을 좇으며 부러워하기보다는, 내 감동 스토리를 직접 만들어 가는 것이 진짜 나만의 여행 아닐까? 합니다.
여기까지 한량이 느낀 실망했던 여행에 대한 이야기였는데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첫 번째, 아무것도 모르는 여행은 실망감을 줍니다. 내가 원하는 여행지와 그곳의 사람들에 대한 공부를 꼭 해야 하는데요. 더불어 외국어도 꼭 공부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여행의 맛을 한껏 살려주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수동적으로 끌려다니는 여행입니다. 주도적인 여행설계로 자신만의 여행이야기를 스스로 만들어 가면 좋습니다. 패키지여행도 내 목적에 부합한다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겠죠. 저는 평소에는 자유여행을 하지만, 액티비티 참여나 오지 여행은 패키지여행을 선호합니다.
세 번째는 지나친 기대감입니다. 한 번의 여행으로 기대했던 모든 경험을 다 충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만족감이 높은 여행은 여행의 목적이 뚜렷하고 구체적입니다. 여행 목적이 명확해야 자신만의 경험과 감동 스토리를 직접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한량이 생각하는 실망스러운 여행들이었는데요. 다음 여행은 실망감보다는 만족감이 넘치는 여행이 될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