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으면 얻을 수 없는 것들
서른 살 직장인 여자 셋, 맑은 바지락 탕 하나에 꼬치를 하나씩 집어 들고 하이볼을 마시며 서로 재미있는 얘기 좀 해보라고 부추겼다. 우리는 평일에도 인생이 재미없다며 아우성이고, 주말에 모여 앉아도 재밌는 얘기를 들을 생각만 하고 그 누구도 재밌는 말을 하지 않는다.
나 : 야, 재밌는 얘기 좀 해봐.
S : 네가 좀 해.
나: 그럼 돌아가면서 하자. 너부터 하고 내가 마지막에 할게.
S : 너는 왜 마지막에 하는데? 네가 먼저 해!
나 : 재밌는 일이 있어야 하지!
M :......
서른이나 먹고 여자 셋이서 왜 맨날 이러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심지어 나를 제외한 둘은 남자 친구까지 있으면서, 매일 재미없단다. 나는 그 둘로부터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속으로 '나보다?'라는 생각을 하며 삐죽거리곤 하지만, 권태로움이란 누구에게나 갖고 있는 거니까.
그때, 내가 먼저 새로운 이야기를 한번 꺼내봤다.
나 요새 피아노가 배우고 싶더라.
진짜 악기를 배우고 싶긴 했다. 늘 그렇듯, 생각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 데에는 이유가 있긴 하다. '진짜 이거 아니면 안 돼!'라는 생각이 들 때까지는 굼벵이처럼 꿈틀거리기만 하는 것이 내 취미니까. 그렇게 생각만 하다가 툭 던져보니, S가 선뜻 동참하겠다는 답을 하는 것이었다.
야, 같이 할래?
근데 피아노보다는 우쿨렐레 어때?
우리 회사 직원이 요새 그거 배우는 데 재밌어 보이더라고!
재밌다고? 재밌는 거라고?
나는 재밌다는 말에 무엇이든 해보고 싶었다. 그 순간 내겐 피아노가 중헌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저 뭔가를 하고 싶은데 그 뭔가를 찾고 싶었을 뿐. S와 우쿨렐레를 배워보기로 정하고, 다른 친구인 M은 자리를 잠시 비운 상태였다. 난 사실 M한테는 물어볼 생각이 전혀 없었다. 대부분 집에서 드라마만 즐겨보는 그녀가 우리와 같이 악기를 배우는 취미생활을 한다고 할 것 같지가 않았다. M이 화장실에서 돌아오자, S는 우리의 계획을 설명하며 동참하겠냐고 물어봤다. S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 것 같지만, 예의상 물어본 거라고 직감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어, 할래
우리 셋다 어지간히 재미없이 살고 있긴 한가보다.
같은 동네에 사는 우리 셋은 함께 우쿨렐레 학원을 다니기로 했다. 술집에서 이미 학원까지 검색해보고, 가격까지 알아봤다. 그리고 우리는 환호하며 외쳤다.
드디어, 드디어 주말에 할 게 생겼어!
어쩌면 재미있는 일이 없는 게 당연해.
재미있는 일을 찾지 않으니, 당연히 재미있을 수가 없는 거잖아?
우리는 지금 우쿨렐레라는 새 친구에 빠져있다. 뭘 연주하고 싶은 지, 어떤 제품의 악기를 구매할 것인지를 계속 찾아보며 기대에 차 있다. 문득 작년에 비싸게 주고 산 나의 필름 카메라를 떠올리며, 이러다가 몇 번 신나서 사용해주다가 구석에 처박히는 것은 아닐런 지, 살짝 걱정은 되었지만.
이번에는 혼자가 아닌, 같이 하는 거니까.
즐거움도 두배, 세배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될 것이니.
오늘은 집에서 글도 쓰고, 영화도 보다가 저녁에는 샌드위치를 사러 잠깐 집 밖으로 나왔다. 일부러 예쁘게 핀 벚꽃나무 길을 걸었다. '어떻게 저렇게 예쁠 수 있지?' 컴컴한 밤하늘을 배경으로, 파스텔 톤 분홍빛의 벚꽃나무들을 바라보았다.
좋은 것들도 고개를 숙이면 볼 수 없을 거야.
어쩌면 계속 찾아다녀야 하는 건가 봐.
내가 재밌어하는 것들, 즐거워하는 것들을 말이지.
글/사진 여미
yeoulhan@nate.com
여미의 인스타그램 yeomi_writer
월요일을 맞이 할 준비, 잘하고 있어요? :)
전 Lewis Capaldi의 Someone You Loved라는 곡을 들으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어요.
+우쿨렐레 후기도 기대해주세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