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미 Oct 23. 2023

INFJ의 연애

INFJ


다른 사람과 친해지기를 껄끄러워하는 편이나, 친해지면 자신의 반도 내줄 정도의 절친으로 만든다.

INFJ와 가까워지고 싶다면 함께 하는 행위가 세상을 얼마나 더 좋게 발전시킬 수 있는 일인지 설득하면 쉽게 넘어간다.

사람과의 교제 시작이 어렵다. 사람을 사귀는 것에 있어 기준점이 높고 확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번 친해지면 이어나가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

대체로 INFJ가 다가가는 것보다, 타인이 먼저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먼저 다가오는 대상을 오랜 기간 지켜본다.

솔직하며, 적극적이고, 감정 표현을 잘하는 이성을 선호한다.  (*출처 : 나무 위키)


널리 알려진  INFJ의 특성은, 관계를 맺기에 생각이 많고 수동적인 편이라 '시작'은 어려우나, 한번 마음을 먹고 시작을 하면 빠르고 깊게 사귀는 것에는 그 누구보다도 능통하다. 또, 그들이 마음에 드는 이성이란, 적극적으로 다가와 섬세한 감정 표현을 잘해주는 사람이다.


글을 쓰기에 앞서, 나도 나 자신에 대해 잘 모르는데 MBTI에 대해 이렇게 깊숙이 파고들고 있는지는 더더욱 잘 모르겠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고 돈을 받는 것도 아닌데 이 시리즈가 누군가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 얼마나 재밌을 지도 전혀 모르겠다(내 글은 1년에 1편 정도만 재미있다). 어떻게 보면, 나는 나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늘 궁금하고, 그것을 글로서 정리하고 싶은 욕망이 가득 차 있는 중에(이것도 어디에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으나) 일종의 자기 객관화, 자의식을 하는 과정이라 생각하고(나는 원래 지난 일을 반추하며 반성하고 글로 정리하기를 좋아한다) INFJ의 이론적 특성을 참고하여 써보도록 하겠다.


네가 순수해서 좋아

나는 관심 있는 사람이 생기면 친분이 두터운 친구들에게는 곧잘 알리는 편이다. 어떻게 만났는지, 어떤 점이 좋은 지, 그리고 지금 현재 관계가 어떤 상태인지 등등 있는 그대로 이것저것 설명하기를 좋아한다. 그런데 나중에 그 친구들로부터 들은 사실 중에 충격적인 말이 있다. 나는 '상황'이나 '사실'에 입각해서 정보를 전달하는 느낌으로 말했다고는 생각했는데, 그들이 보기에는 내가 그 사람을 보며 느낀 '감정'에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랑에 빠질 때마다 늘 같은 표현을 쓴다는 것도.


"너는 왜 맨날 만나는 사람마다 순수하다는 프레임을 씌워서 금방 사랑에 빠지는 거야?"


아마도 마지막 연애가 끝났을 때였을 것이다. 한 친구에게 이별의 고충을 말하고 있을 때, 내게 이런 말을 해서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러하다. 나는 내가 관심이 있는 사람에 대해 '순수하다'라는 감정을 느끼면 단숨에 사랑으로 이어진다. 그 '순수함'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순수함의 기준은 일반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외적으로는 단정하고, 소박한 차림에 맑고 뚜렷한 눈빛을 가진 사람. 그리고 본인이 갖고 있는 능력이나 재량에 대해 크게 내세우지 않고 겸손하게 말한다거나, 자기감정에 솔직한 표현을 쓰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사람이다.(*이런 점들이 왜 순수한 것과 연결되는지 쓰면서도 이해가 안 간다)


특히나 '책'을 읽는 습관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 그 순수함에 대한 호감이 증폭된다.(*이 실수를 다시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는 있으나, 잘 되지는 않는다.) 일단 책을 좋아한다고 하면, 혼자서 시간을 잘 보낼 만큼 절제력이 있는 사람, 텍스트가 주는 안정감을 이해하는 사람(이런 사람은 대체로 정서도 안정적이다), 본인뿐만이 아니라 나와 다른 타인을 이해하려고 노력을 하는 사람은 무슨 대화를 해도 그 깊이가 다를 것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단순히 책만 좋아한다고 했을 뿐인데도, 포용력, 이해력, 지적인 영역까지도 모조리 반해버리다니 왜 이러는 거야?)


어떻게 보면 거짓말을 좋아하지 않는, 그리고 바른 언어와 올바른 가치관을 갖고 세상을 살아가려고 하는 INFJ에게 '정직함', '솔직함', 그리고 '독립성이 강한 자아'라는 성질이 특별하게 다가온 거일 수도 있겠다. 사실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자기 자랑을 하는 사람을 누구라도 좋아할 일은 없으며, 나의 취미(책더미에 묻혀서 사는 삶)를 자신의 취미처럼 살짝 꾸며서 호감을 사는 사람은 오래 만나기 않고는 알 수가 없기 때문에 그 사람이 '내가 생각하는 사람의 모습'일 확률은 절반 정도밖에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NFJ는 본인의 직관에 대한 강한 신념이 있는 유형이며, 스스로 옳다고 확신이 생긴 신념은 끝까지 관철해 나가기 때문에 이미 사랑에 빠졌다고 느끼는 사람을 두고 돌아가기에는 이미 늦었을지도 모르겠다.


INFJ는 다각도로 사물이나 사람을 관찰하는 능력이 뛰어나 타인의 내면을 섬세하게 다룰 줄 안다. 그래서 어떤 유형의 사람들이든지 인프제는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으며, 그런 INFJ의 모습에 이끌려 파리지옥에 갇히곤 한다. 동성 친구들에게도, 이성 친구들에게도 큰 노력 없이도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존재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유독 인프제의 사랑은 조금 위험하고, 안타까운 면들이 많다.


브레이크가 어디 있나요?


한때 운전에 심취한 적이 있다. '베스트 드라이버'가 꿈이라고 여기저기 떠들고 다니던 나는, 운전 연수를 받다가 큰 실수를 저지를 뻔했다. '엑셀'과 '브레이크'를 순식간에 구분하지 못했던 것. 한 번은 브레이크가 엑셀인 줄 알고 밟았다가 사고가 날 뻔했다. (*중요한 건 지금도 당황하면 헷갈리기 때문에 베스트 드라이버의 꿈은 포기했다.)


한번 사랑에 빠지면 인프제는 브레이크 없이 앞으로 나아가기만 한다. 인프제가 바라는 이상향의 프레임에 넣어놓고, 우리는 각별한 사이, 그리고 모든 것을 나눌 수 있는 사이, 유일무이한 사람이라 여기며 그 사람이 나를 향한 사랑이 각별하지 않거나 서로가 성장시킬 수 없는 관계여도 그대로 안고 간다는 것이다. 일단 인프제의 직관적인 판단 하에 '내 감정을 섬세하게 터치해주고 다정한 연인'이라는 생각이 들면, 둘 사이의 큰 이벤트가 있지 않는 이상 꽤나 안정적인 연애를 이어간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브레이크가 없는, '위험성'이라는 것은, 본인의 직관과 신념에 큰 확신을 갖다 보니, 작은 면만 보고도 본인의 '이상향'을 '사랑'이라 믿어버리고, 둘 사이의 알맹이나 도움이 되는 성질이 없는 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의구심 없이 관계를 이어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사랑에 빠진 인프제는(그들의 감성을 건드릴 줄 아는 상대방에 한함)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표출되는 차가운 성질(의심이나 경계)이 스르르 녹아버려 휘둘리기 쉽다.)


다시 말해, INFJ는 타인에 대한 직관이 절대적으로 맞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직관에 의심을 품고 조금이라도 찝찝한 기분이 들면 브레이크를 작동시킬 필요가 있다.


연인과 따뜻한 언어로 대화하기를 좋아하고, 본인의 다양한 영역까지 들어와 주길 바라고(또 그들이 들어가기를 원한다) 안정된 연애를 이어나가기를 좋아하는 INFJ. 본인을 제외한 타인에게는 큰 애정을 두지는 않지만, 사랑에 있어서 만큼은 냉정해지지 못하는 인프제는 순수한 바보가 되곤 한다. (*나만 바보가 되는 거일 수도 있다)




글/커버사진 여미

yeoulhan@gmail.com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