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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 대하여(2025)

by 여미

뭐 때문에 힘들었는지 모른다. 답답한 이 공간에서 뛰쳐나가고 싶었다. 내가 선택한 길이라서 탓할 사람도 없었다. 제발 이곳이 아닌, 며칠이라도 어딘가 갔다가 돌아오면 이 병이 나을 것 같았다. 새로운 디저트도 계속 개발해야 하고, 재료값은 계속 나가고, 매출이 아무리 올라도 살다 보니 돈 쓸 일은 정말 많다. 그 와중에 가족도 챙겨야 하고, 선물도 챙겨야 하고, 소중한 사람을 만나면 밥도 대접해주고 싶은데, 결코 모이는 돈은 없었다. 설레는 가슴으로 시작한 카페는 2년이 지나자 현실이 보였다. 어떤 날은 동네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 되었다가, 어떤 날은 폐업 위기에 처한 볼품없는 카페 같았다. 해가 지날수록 장사는 무엇인지 알 길이 없었고 우리의 삶은 더욱 불안정해졌다. 남편과 둘이서 조그마한 디저트 가게 하나로 먹고살 수 있을까? 가슴이 턱 막혔다. 하지만 이미 브레이크 없는 열차에, 굉음을 내며, 커다란 코끼리 한 마리와 말라비틀어진 개미 한 마리가 서로를 부둥켜안고, 다 쓰러져가는 핸들을 잡고 버티고 있었다. 아직 가게를 정리하기에는 손해가 너무 컸고, 계약기간도 남았기에 일단 계속 가야겠다.


행복에 대하여


이때가 4월이었다. 벚꽃이 완연한, 분홍색으로 가득했던 봄날. 싱글벙글 웃으며 다른 동네로 벚꽃 구경을 하다가 카페에 오는 손님들과는 달리 우리는 최악의 날을 보내고 있었다.


ㅡ 모두 꽃을 보러 갔어. 그래서 안 오나 봐. 여기는 벚꽃이 잘 안보이잖아

ㅡ 여기서 나가고 싶다. 가면 안 되겠지?

ㅡ 일본갈래?

ㅡ 진짜로? 그런데 우리 돈 있어?


남편과 매해 벚꽃이 피는 날이면 항상 똑같은 대화를 했다. 벚꽃이 피는 날에는 동네에 사람이 없다. 모두 벚꽃을 보러 가고, 벚꽃이 있는 상권에 맛있는 음식과 커피를 마시러 간다. 우리는 왜 여기에 있는 걸까, 문을 닫아버리고 우리도 도망쳐버릴까, 아니면 5천 원이라도 더 벌어서 재료비라도 벌어야 하나. 답이 없는 고민을 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마감시간까지 버텼던 뚜렷한 기억. 그 기억은 이번이 벌써 3번째다. 남편은 갑자기 일본에 가자고 한다. 풍성한 벚꽃, 초밥, 일본의 한적한 공원을 떠올리니 벌써부터 시원한 공기를 마시는 것 같았다. 사실 돈은 없다. 그런데 이 병이 나으려면 가야만 했다. 우리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비행기표를 그 자리에서 끊어버리고, 다음날 가게문을 닫고, 짐을 싸고, 도쿄행 비행기에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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