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깽이 월드에서 거의 족장을 맡고 있다. 아무리 안 먹어도 살이 찌는 사람이 있지만,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찌는 사람이 있다. 그게 바로 나다. 나의 동족 말랑깽이들은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나한테 있어서 잘 먹고 사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먹고 싶은 것을 양껏 먹고 적당히 통통한 사람이 되어 건강한 몸을 되찾고 싶다. 믿기 힘들겠지만 내 꿈은 양손으로 족발을 부여잡고 와구와구 뜯어먹고도 허기져서 디저트까지 섭렵하는 사람이 되는 것인데, 후식까지는 바라지 않아도 이제는 밥 한 그릇 뚝딱 다 먹어본 적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국 한 모금, 반찬 한 알, 밥 한 두 스푼 떠먹으면 일단 70%는 배가 차서 더 이상 식욕이 떨어진다.
말랑깽이의 눈물
살찌는 것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은 마른 사람들을 부러워한다. 뚱뚱하면 게으른 사람, 자기 관리하지 않는 사람, 운동 부족, 비만은 각종 질병의 원인으로 꼽는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이 미치도록 부럽다. 먹을 때 아무 생각 없이 심취해서 먹는 사람들이 부러워죽겠다. 말랑깽이 35년 산으로서 말하자면, 말랑깽이는 그냥 흐느적거리는 나무막대기에 불과하다. 물론 날씬함을 유지하면서 건강한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삐쩍 마른 병자다. 초등학교 체육시간에 픽픽 쓰러지곤 했고, 조금이라도 과식하면 바로 배가 아파 앓아누웠다. 위염, 장염은 물론이고 배탈까지 달고 살았는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위장약을 먹으면서까지 라면, 빵, 치킨, 피자 같은 것들을 마구마구 먹고 다녔다. 그 결과, 35살의 나의 위장은 지칠 때로 지쳐서 현재 파업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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