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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고 싶어서

by 여미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어쩌면 정말 다행인 것인데, 가끔씩 "왜 아무 일이 안 일어나지?"라는 불안감이 몰려온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당장 없다는 것은 정말 축복이고, 매우 평온한 상태인 것인데, 막상 고요한 세상 속에서 살다 보면 이 세상의 모든 불행,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게 된다. 내가 이런 고요함을 즐겨도 되는 것인지, 이 자유가 "진짜 자유"일까,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이 고요함을 깨뜨리는, 엄청난 일이 몰려올까 봐 조마조마하다. 숨 가쁘게 달려와서 드디어 결승선에 멈춰 섰는데, 내 호주머니에 잃어버린 것은 없는지, 뭘 놓고 온 것은 아닌지, 이 길이 맞는 건지 계속 뒤를 돌아보게 된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한 인간에게 별 일이라는 것이 흔하게 생기는 것도 아니다. 정말 몇 년에 한 번씩, 어쩌다가 한 번씩, 예기치 못한 상황은 발생할 수는 있는 것인데, 그런데 왜 자꾸 이 고요함을 온전히 품고 있는 것에 대해,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이 평화를 안고 있는 것에 대해, 가끔씩 폭풍이 몰아칠 것만 같아서 현재를 즐기지 못한다.


자유라는 것은 무엇일까? 건강해도, 돈이 있어도, 내 가족, 내 주변사람들 전부 안정적으로 살고 있어도, 왜 나라는 인간은 매일 자유로울 수는 없는 걸까. 늘 자유롭고 싶었고,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 자유를 갈망하고, 자유를 향해서 살아왔는데, 내가 정작 느꼈던 자유의 순간은, 무언가를 결정지었을 때, 어떤 환경에서 벗어났을 때, 단 하루였을 뿐이었다. 결국 다음날이 되어 다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상태"가 되어버리면, 오히려 자유가 끝나버리는 느낌이다. 자유를 지속하고 싶어서, 매일 자유롭고 싶어서, 자유로운 기분을 느끼고 싶지만, 계속해서 호주머니를 뒤적거리고, 아직 잃어버리지 않는 것들 조차, 언젠가는 전부 잃어버릴까 봐 조마조마한 삶을 사는 것은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아무 일 없다는 사실을, 진짜 아무 일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순간이 오면,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을까? 이 세상 모든 안 좋은 사건이나 사고를 우연히 듣거나 보기라도 하면 나와 연결 지으면서 나의 가까운 미래에 생길 것 같다는 불안한 예감은 언제쯤 떨쳐버릴 수 있는 걸까? 이러다가 영원히, 자유를 갈망하다가 자유가 뭔지도 모른 채로 잠드는 것은 아닐까. 지금 나는 충분히 자유로운데, 무탈 없이 하루하루를 잘 보내고 있는데, 언젠가 눌릴지 모르는 빨간 버튼이 두려워서, 알 수 없는 불행이 내게 다가올까 봐, 현재의 자유를 안고 가지 못한다. 앞으로 좋은 일이 일어나기를 기대하면서 살고싶다. 어딘가에 소원을 빌어보면 조금 나아질까. 자유롭고 싶다. 간절하게.




글 여미

커버사진 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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