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사약을 비장했던 남자-자기의 모든 것을 주었으니까
이어령의 <디지로그 시대가 온다> 중 ‘세 왕자와의 동거’에 나오는 얘기다.
“앞으로 우리가 맞게 될 디지로그 시대란 스핑크스의 난문보다도 어려운 문제를 풀 때 만 도달할 수 있다. 그 수수께끼는 먼 나라의 공주에게 청혼하러 가던 세 왕자가 우연히 길에서 만나 보물을 자랑하는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그중 왕자 한 명이 천리안의 거울을 보여주다가 독사에게 물려 죽어가는 공주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 순간 천리마를 자랑하던 왕자는 천리 밖 공주의 성으로 단숨에 달려가게 되고, 불사약을 비장했던 왕자는 그 약초를 먹여 극적으로 공주를 살려낸다. 문제는 이 공주가 누구와 결혼해야 하느냐 하는 수수께끼다.”
선택의 순간이 매번 찾아온다. 해야 할 게 너무 많은데 다 할 수 없으니 어느 한 가지 또는 몇 가지만을 선택해야 한다.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해야 할까. 선택한다는 것은 버리는 것이기도 하다. 잘 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