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어피스 Feb 10. 2022

요가를 가르쳤고, 나는 삶을 배웠다.

요가지도자과정 TTC를 마치며



 집과 요가원의 거리는 13.3km다. 요가 지도자과정을 위해 3개월 동안 매일 오전 지하철을 타고 11개의 정류장을 지나 버스로 환승해 14개의 정류장을 지나쳤다. 버스 배차간격이 길어 6차선 도로의 거센 바람을 맞으며 기다리는 10분은 금방 익숙해졌다. 멀고 추웠던 만큼 몸은 성실해졌고 마음은 간절해졌다. 5분 거리로 다니는 사람들보다 10배 이상 소요되는 만큼 요가원으로 가는 길엔 주말에 배운 수업 내용을 복습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그 날 배운 점과 부족했던 부분을 상기하여 느낀점을 기록해갔다. 지친 몸둥아리로 매일 기록하진 못했으나 과정을 끝낸 지금 돌아보니 소중한 자산이 될 만큼 쌓여있었다.


 몸의 한계에 부딪히며 좌절을 맛보기도 했고 꾸준함의 결실을 수확하기도 했던 3개월. 태생 본연의 체형에 고질적 습관으로 굳어진 지금의 내 몸에 근력과 이완이 필요한 곳을 알게 되었고 다르게 움직이는 방법을 배웠다. 그리고 선천적으로 유연한 편이라 요가를 하기에 적합한 몸이라는 것, 자세를 취할 때 흐트러지는 지점과 당황하면 어떤 습관이 나오는지까지. 함께 수련하는 동기들과 쌤의 애정어린 시선 덕분에 알게되었다.


 조직생활에 속한 사회인으로서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지는 나이가 되면 주변 시선을 의식하여 애쓰고 노력하는게 당연해진다. 정작 그런 노력 중간에 나타나는 무의식적인 것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잔류하는 것들을 관찰하는 시간은 줄어들고. 3개월 동안은 거기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고, 애정어린 시선을 받아들이며 몰랐던 혹은 까먹고 있던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철학적, 해부학적 지식부터 요가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 나아가 삶을 대하는 태도까지 점검할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다.




 사실 요가지도자를 하기로 결심했을 당시엔 강사로 도전할 마음은 반반이었다. 강사는 음, 우선 해보고 되면 되는대로 아니면 마는. 어찌되든 좋으니 요가를 더 깊게 공부해보자는 결심으로 시작했다. 욕심을 한정시킨 이유는 어떤 일이든 취미로 하는 것과 직업으로서 맡는 것은 천지차이라는 것을 잘 알고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다수에게 보여지고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은 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세계라고 생각했다. 평가를 당하는 삶은 현재를 사는 누구나 겪는 것이다. 그러나 맡은 업무를 수행하여 평가를 당하는 것과 다수의 앞에서 의미를 전달하고 이끄는 그 결과로 나의 가치가 매겨진다는 것은 제법 큰 차이다. 경험자들은 그것도 곧 익숙해지고 시간이 해결해주는 비슷한 종류의 문제라고 할 수 있겠지만. 시작과 변화는 늘 어려운 것인데, 변화로 시작해야 하는 이방인에게는 참 어려운 결정이다.


 이런 두려움을 안고 시작했던 나는 지도자과정을 밟는 내내 '과연 사람들 앞에서 가르칠 수 있을까?' 의심을 멈출 수 없었다. 명상을 하고 수련을 통해 내려놓는 것과 별개로 나의 결과물에 실망하고 '그저 그렇네' 라고 돌아서는 모습을 두려워하는 것은 역할을 수행해내야만 하는 책임자로서 누구나 겪는 불안감일테다. 그 결과물을 현장에서 느끼고 있을 수강생들이 투자한 돈과 시간에 피해를 주고 싶지 않은 걱정이 가장 컸다.


 겹겹이 쌓인 두려움의 막을 한꺼풀 시원하게 벗길 수 있었던 계기는 파이널테스트다. 원장쌤, 부원장쌤 그리고 동기들 앞에서 30분 수업을 요가수업을 진행하는 실기 테스트를 통과해야 합격할 수 있다. 갑작스런 일정 연기로 인해 주제를 받고 수업 준비로 주어진 시간은 5일 뿐이었다. 배정받은 주제는 심리적 스트레스가 많은 특정 직업군을 위한 요가 시퀀스였다. 명상부터 사바사나까지 짧지만 초보강사에겐 300분 같은 30분 수업을 준비해야 했다. 주제를 받고 잠시 멍-하긴 했지만, 곧 정신줄을 잡고 준비에 들어갔다.


 과정을 준비하는 동안 놀랐던 것은 힘들어도 재미있어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이었다. 회사에서 맡은 프로젝트를 준비할   나름의 재미도 있고 뿌듯함도 있으나 결국 스트레스가  컸다. 하는 내내 이걸  하고있는지 모르겠는 현재를 의심하는 순간마다 고통스러웠고 결과가  나와도 만족감은 '해냈구나' 거기 까지였다. 그러나 지도자과정 파이널테스트를 준비하는 동안 나는 행복했다고 말할  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일을 계속 하고싶고   있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혀 다른 일을 시도하며  ' 행복해, 행복한  같아.' 라고 말할  있는 용기와 여유는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면서 해보지 않았기에 여기까지만 할거라 재단했던 포기, 어울리지 않을거라고 고개 저으며 놓쳤던 기회.   없는 과거의 파편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지레짐작으로 도망치고 포기했던 문제들 예를 들면 가족과의 갈등, 무던해진 체형, 대중 앞에서 말하기, 비교하며 물러나는 습관까지. 돌이켜보니 정말로 나에게 미안해졌다. 마치 신체  부위와 같았던 '한계두기' 빼내는  만으로, 속박으로 묵혀뒀던 짐덩어리를 내려놓고 가벼워   있을  같다.




 닿지 못하고 아쉽게 스쳐지난 것들을 위로하며 스스로를 믿는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음에 감사하다. 한계를 두는 것은 나였고 가능성을 만드는 것도 결국 나다. 지도자과정 3개월 동안 요가지도자로서 나아가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기대되는 나를 새롭게 정의내렸다.  그대로 요가를 가르쳤고, 나는 삶을 배웠다. 한걸음 떼는 것이 어렵지, 뗀다면 새로운 나를 발견할  있는 보물같은 기회를 만났음에 감사하며 지금 가지고 있는  간절하고 겸손한 마음을 간직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요가지도자과정을 결심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