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녀 현실이야기
대학이 어렵다는 것은 지금 누구나 다 아는 사실. 모든 대학의 원서비는 대부분 무료이다. 끝까지 추합만 기다리다 보면 원하는 대학의 학과로 갈 수 있는 확률도 높다. 어렵다. 어렵다. 하면서, 몸소 체험하고 있는 나는 정말 어렵다. 이제 막 성인이 된 학생들은 인생의 큰 선택을 하는 지금 이 시간, 자신의 전공이 될 학과 선택에 고민이 많다.
최종 결정한 대학에 예치금을 내고도 최종등록을 하고도, 타 대학 자율모집과 추가 합격이 되면 가슴이 콩닥거리며 엉덩이가 들썩 거린다. 환불요청도 끝이 없다. 이해한다. 20년 사회의 첫 발이 대학졸업 후 길이 나눠진다고 생각하면 지금 마음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은, 나도 충분히 이해한다.
특히나, 올해는 더욱 많은 학생들과 통화를 했고 상담도 했다. 심지어 여러 학생과는 1시간이 넘도록 작업치료에 대해 설명하고 작업치료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먼 미래를 점쟁이처럼 내다보듯이 떠들었다. 더하여 내 인생 스토리까지 언급한다. 아빠. 엄마. 남편. 아이들 다 나온다. 이렇게 나를 까발리고? 나면 그제야 학생들의 마음이 움직이는 게 휴대폰 너머 느껴진다.
그럼, 전화를 끊고 엑셀에 긍정적이다. 부정적이다. 추후 등록을 할지 안 할지 메모를 한다. 그린라이트를 보이는 학생들은 통화를 마친 후 친절히 문자나 카톡까지 보낸다.
이러기는 작년, 아니 몇 년 전부터 해왔던 입시기간 일이기에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 그렇게 상담을 통해 소통이란 것이 되어 학과에 입학을 하고 나면, 이야기를 나눈 그 시간이 아깝지 않단 것을 학생들이 증명해 준다. 그 사실을 아는 나는 학생들과 통화연결이 되면, 진심으로 상담하고 입시와 진로고민을 나눈다. 이는 나만 그런 것은 아니다.
그렇게 입학한 학생들이 졸업하는 시점이 다가와, 국가고시를 합격하고 취업을 하고 인생의 첫발을 작업치료사로 나아가는 그 모습을 보면 나의 사회 초년생 모습이 함께 겹친다.
나는 이 학생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 나는 화려한 외모도 아니고, 부유한 가정도 아니다. 학벌은 더없이 평범하다 못해 보잘것없다가 더 맞지 싶다. 그저 작업치료라는 전공을 잘 선택한 덕에 일찍이 20대 대학강의도 나가고, 그렇게 운이 좋은 나에게 전문대 전임교수까지 맡으면서 학생들과 함께 대학에 있다.
내가 증명이라도 하듯이, 학생들에게 더 큰소리로 말해준다. 작업치료사가 되면, 다른 직업을 선택했을 때는 가질 수 없는 큰 가치를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은 작업치료사만이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무슨 개똥 같은 말이겠나 싶지만, 아직 인생의 1/4도 살지 않은 학생들에게 직업을 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알려준다.
바로 네가 살아가야 할 삶의 가치를 알려주고, 자신이 이 세상에서 어떤 존재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직업이다. 또 작업치료사는 다른 이의 삶에 살아가야 하는 의욕을 넣어주는 일을 한다. 의욕이 바닥나서 깊은 지하에서 헤매고 있는 장애를 가진 환자와 보호자까지 끌어와서 마음과 신체를 단련시킨다. 그것이 재활이다.
이런 일을 밥 먹듯 하게 되니, 임상 5년, 10년, 15년 훨씬 넘어설수록 사람이 구수해진다. 물론 그렇지 못한 치료사도 있다.
아직까지도 입시설명회를 가서 또는 지인들에게 작업치료가 뭔지 설명을 해야 하는 현실이 답답하지만, 이 직업의 가치를 알게 해 줄 똑똑하고 유능한 치료사들이 많다는 것을 요즘 자주 느낀다.
그래서 샴페인을 터트릴 그날을 상상한다고 더욱 작업치료사를 놓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