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감성 Jan 22. 2022

글, 실종 234일째

이기적인 사랑

옆을 돌아보니 글이 사라졌다. 

낯선 이들과 만나 인사도 해야 했고, 새로운 일 사이에서 익숙해지기 위해 잠깐 글의 손을 놓아버린 것이 화근이었다. 언제나 곁에 있던 글이어서, 당연히 지금도 나와 함께 같은 길을 거닐고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 내 곁에 글은 없다.


언제부터였을까. 사실, 널 몰랐다면 네 빈자리도 느껴지지 않았겠지. 살아가는데 글과 함께 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은 아니었기에 이 일 뒤에, 저 일 뒤로 미루었다. 그땐 그게 편했어. 애써 미안한 마음을 내비치며 글을 점점 멀리했다. 글의 빈자리에 찬 공기가 가득 들어찼을 때에야 나는 아차 싶었다. 하지만 그때 너의 온기를 찾는 일은 나 스스로 참 한심한 일이었어.



이제와서 너를 다시 찾아.

돌아보니 글을 잃은 날은 나를 잃은 날이었어. 바쁘다는 핑계로, 부담스럽다는 변명으로 글을 놓았지만 결국 그건 나를 놓는 일이었던 것 같아.

다시 글과 마주 앉아 소담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너무 진지하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은 주제로 너와 이야기하고, 되돌아온 질문에 내가 대답하고. 그때의 그 시간과 지금의 나는 참 어색해졌어. 그래도 언제나 그렇듯 내가 널 찾기만 한다면 언제 그랬냐는 듯, 두 팔 벌려 날 안아줄거야. 너는 항상 그랬으니깐.


실종 234일째, 너를 다시 찾았다. 

언제든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는 네 손이었지만, 애써 그 사실을 외면하며 그다지 바쁘지도 않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정말 그땐 그게 최선이었어, 이렇게 글 앞에서 시덥잖은 변명을 부리며 다시 손을 잡아본다.



*오랜만에 쓴 글에 퇴고는 없다.

*쓰고 보니 참 이기적이다.


@글쓰는 차감성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14310

매주 금요일 밤, 지친 하루 끝에 잔잔한 여운을 주는 편지를 받아보세요.
영화, 책, 드라마, 음악에서 찾아낸 좋은 글귀들을 정리해서 보내드려요.
'영감'을 찾아나서는 작가들의 필수 뉴스레터 '밤에 쓰는 편지'.
지금 무료로 구독해보세요:)



함께 소통해요.
@기획하는 차감성 (https://www.instagram.com/cha_gamsung_/)
우리의 감성을 나눠요.
@소셜 살롱, 감성와이파이 (https://gamsungwifi.com/)
당신의 콘텐츠에 감성을 더하세요.
@우리들의 글감 노트 (https://www.instagram.com/writer_chagamsung/)








매거진의 이전글 생일에 장기기증 등록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