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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감성 Jan 22. 2022

글, 실종 234일째

이기적인 사랑

옆을 돌아보니 글이 사라졌다. 

낯선 이들과 만나 인사도 해야 했고, 새로운 일 사이에서 익숙해지기 위해 잠깐 글의 손을 놓아버린 것이 화근이었다. 언제나 곁에 있던 글이어서, 당연히 지금도 나와 함께 같은 길을 거닐고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 내 곁에 글은 없다.


언제부터였을까. 사실, 널 몰랐다면 네 빈자리도 느껴지지 않았겠지. 살아가는데 글과 함께 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은 아니었기에 이 일 뒤에, 저 일 뒤로 미루었다. 그땐 그게 편했어. 애써 미안한 마음을 내비치며 글을 점점 멀리했다. 글의 빈자리에 찬 공기가 가득 들어찼을 때에야 나는 아차 싶었다. 하지만 그때 너의 온기를 찾는 일은 나 스스로 참 한심한 일이었어.



이제와서 너를 다시 찾아.

돌아보니 글을 잃은 날은 나를 잃은 날이었어. 바쁘다는 핑계로, 부담스럽다는 변명으로 글을 놓았지만 결국 그건 나를 놓는 일이었던 것 같아.

다시 글과 마주 앉아 소담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너무 진지하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은 주제로 너와 이야기하고, 되돌아온 질문에 내가 대답하고. 그때의 그 시간과 지금의 나는 참 어색해졌어. 그래도 언제나 그렇듯 내가 널 찾기만 한다면 언제 그랬냐는 듯, 두 팔 벌려 날 안아줄거야. 너는 항상 그랬으니깐.


실종 234일째, 너를 다시 찾았다. 

언제든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는 네 손이었지만, 애써 그 사실을 외면하며 그다지 바쁘지도 않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정말 그땐 그게 최선이었어, 이렇게 글 앞에서 시덥잖은 변명을 부리며 다시 손을 잡아본다.



*오랜만에 쓴 글에 퇴고는 없다.

*쓰고 보니 참 이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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