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고먹으려고
20년간 4번의 창업을 했다. 2003년 아무것도 모르던 대학생 시절 첫 창업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창업가의 길을 걷고 있다. 취업이 아닌 창업을 선택한 이유는 안정적인 수익 때문이다. 물론 마음 편히 고정적인 수익을 얻지는 못한다. 나름 공부하고, 연구하고, 발버둥 치며 돈을 번다. 하지만 취업을 한들 마음 편히 고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을까? 취업을 해 봤더니 더 힘들다. 회사 내 정치에도 신경 써야 하고, 내 월급의 5배 이상의 매출을 내주어야 그 회사가 겨우 운영이 되니 내가 받는 스트레스는 창업을 해서 받는 스트레스에 5배는 더 받았던 것 같다.
체질적으로 취업이 맞는 사람도 있다. 내가 창업을 한 이유는 편하게 먹고살기 위해서다. 일하는 것도 싫고, 매일 놀고먹고 싶다. 어떤 사람들은 매일 놀고먹는 것도 힘들다고 한다. 그런 체질도 있겠지만, 난 20년간 놀고먹는데도 안 질리고 안 힘들다. 평생 놀고먹을 수 있다.
창업을 한 사람 중에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사람이 대다수다. 나도 첫 창업을 했을 때는 돈 버는 재미에 하루에 2~3시간 밖에 못 잤다. 무려 3년 동안. 근데 그렇게 젊음과 열정을 퍼부은 사업은 망했다. 한 푼도 내 손에 남아있지 않았다. 3년간 난 무일푼 봉사를 한 것이다. 내 주위에 생각보다 많은 창업가들이 이런 상황에 처한다. 빚을 안 지면 다행이다. 창업은 위험하다. 난 창업을 해 왔고, 창업을 배우고, 창업을 가르친다. 하지만 그럼에도 창업은 위험하다.
논문들을 보면 대학생들의 창업 의도를 막는 주요 원인인 부모님의 반대라고 한다. 부모님은 현명하다. 주변에서 패가망신한 창업가를 많이 봐 왔기 때문에 "창업=위험"이라는 공식이 있어서 반대한다. 이해는 한다. 근데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것과 같은 말이라 생각한다. 난 내 자녀에게 창업을 권한다. 강요하고 싶지만 그러면 반발심이 일어날 것 같아서 권유 정도다. 이 좋은걸 왜 안 하나 싶기도 하다.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머리 좋은 사람들이 창업을 하기 시작하면 내가 설 자리가 없어진다. 머리 좋은 사람은 취업하길 간절히 소망한다. 간혹 머리 좋은 사람들이 창업을 하면 속으로 '젠장'을 외친다. 그런 사람들이 보면 사업도 잘한다.
창업이 위험하면 창업의 위험요소를 제거하면 안전해진다. 창업의 위험요소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 고정비용이다. 임대료, 인건비등 고정비용은 정말 무서운 비용이다. 그보다 더 이익이 많으면 되지 않나 싶지만, 이익이 줄어드는 순간 마이너스 인생이 된다. 직원이 10명 정도 되는 기업은 매월 얼마의 고정비용이 들까? 인건비만 월 300만원씩 잡아도 월 3000만원이 나가고, 임대료도 월 300 이상은 나갈 것이다. 물론 3300만원 이상을 벌면 된다. 근데 한 달에 2000만원씩 벌면? -1300만원짜리 회사가 된다. 빚더미에 앉는 건 시간문제다. 첫 창업 때 실수한 것이 바로 이 점이었다. 직원이 15명 정도 되었는데 한 달에 나가는 고정 비용이 창고비, 인건비, 임대료, 마케팅 비용등 합쳐서 수천만원이 나갔다. 그런데 매출이 점점 줄고 경쟁사가 많아져 마진이 적어지면서 사기까지 당하고, 추징금까지 물면서 나락으로 향해갔다. 그래서 고정비용을 줄여야 한다. 최대한 아끼고 아껴야 하고, 직원을 활용한다면 직원의 생산성을 최대한 높여야 한다. 그럼 강아지가 되는 건 시간문제다. 직원을 쥐어 짜야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직원과 대표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하나 누구나 적용되는 사례도 아니고 마인드셋에 달려 있는 문제라 일단은 혼자서 감당하고 알바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두 번째 위험요소는 고정수익이다. 고정적인 수익이 창출되어야 한다. 수익이 들쭉 날쭉한다면 현금고갈이 되는 순간 나락에 빠지게 된다. 고정적인 수익은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 위험은 분산 투자하라는 말처럼 수익도 분산해야 한다. 다양한 수익 루트를 만들어야 하고, 하나의 수익 루트에만 의존해서는 리스크가 매우 크다. 최소 5개 이상의 수익 루트를 만들어두고 잘 나오는 곳에 집중하는 전략이 가장 좋은 것 같다. 내 경우 수익 루트 중 강의나 컨설팅이 있다. 이는 코로나 때 급격히 타격을 입게 된다. 강의나 컨설팅이 대부분 오프라인으로 이루어졌고, 코로나 초기에 확산의 위험으로 인해 강의나 컨설팅이 모두 취소되는 일이 있었다. 물론 지금은 비대면 도구가 많아져서 앞으로 코로나 같은 것이 다시 와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고,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강의로 진출했으니 새로운 수익 루트를 하나 더 만들 수 있긴 했다. 하지만 그 당시 강의와 컨설팅만의 수익 루트였던 사람들은 매우 힘든 시기를 보냈을 것이다. 되도록 리소스가 적게 들어가는 수익 루트를 여러 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곧 고정 수익이 될 것이고 위기가 왔을 때 동아줄이 되기 때문이다. 사업을 해 본 사람은 안다. 수익을 만드는 방법은 어떤 비즈니스든 비슷하다는 것을 말이다.
세번째 위험요소는 시간이다. 사업가의 시간은 24시간이다. 누구나 24시간을 가지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평등한 것이 바로 시간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가는 매우 중요하다. 허투루 쓴 시간은 바로 위험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어떤 시간이 허투루 쓰는 시간일까? 그건 바로 일하는 시간이다. 일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리스크가 커진다. 일 하는 것과 돈 버는 것은 별개의 요소이다. 일을 많이 한다고 돈을 많이 벌지 못하고, 일을 적게 한다고 돈을 적게 버는 것도 아니다. 일을 많이 하고 돈을 적게 버는 사람도 많고, 일을 적게 하고도 돈을 많이 버는 사람도 많기에 둘의 상관관계는 없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일을 많이 하면 돈을 많이 번다고 생각한다. 절대 그렇지 않다. 그럼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자여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빈부격차가 더 늘어날 뿐이다. 시간을 잘 써야 한다. 잘 놀고 잘 먹는데 써야 한다. 그것이 행복감을 높여줄 것이다. 그리고 프로세스를 만드는 곳에 시간을 사용해야 한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들을 꿰어서 프로세스화 시켜 일을 적게 하고 돈을 많이 벌 수 있게 만드는데 시간을 써야 한다. 생각하고 상상하고 실제로 테스트해보며 말이다. 그러면서 내가 일하는 시간을 계속 줄여 나가야 한다. 남은 시간은 다시 구슬을 꿰는데 시간을 써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24시간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워라밸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워라밸이 아니라 라밸만이 중요하다. 나는 행복론자다. 사람이 태어난 건 행복을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신이 있다면 신은 피조물의 행복을 위해 창조해야 한다. 신이라면 말이다. 아버지가 자녀의 행복을 바라는 것처럼. 나에게 자녀가 둘이 있다. 첫째나 태어나고 1년간은 취업해서 일하느라 거의 보지 못했다. 돈도 별로 못 벌었지만 불행했다. 귀여운 자녀의 모습을 볼 수 없으니 말이다. 나중에 자녀가 크면 이해할 거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자녀가 아니라 나는 어떠냐고. 자녀가 날 기억하길 바라는 게 아니라 내가 자녀가 커가는 모습을 기억하고 함께하고 싶었다. 그래서 회사를 관두고 창업을 했다. 첫째와 둘째는 지금까지 매일 나와 함께 한다.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것이 행복하다. 시간은 자신이 행복하는 곳에 사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