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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l Aug 16. 2018

리더(Reader)의 서평 배틀,    <비블리오 배틀

2018년이 4개월도 안 남은 지금, 다이어리 맨 첫 장에 또박또박 적어둔 '2018목표'를 다시 봤다. 다행히 이루고 있는 일들도 있고 엄청난 다짐으로 시작했으나 이루지 못한 일들도, '그런 목표가 있었나?' 싶은 일들도 있다. 다들 제각각의 새해 목표를 세웠을 것이다. "그...그랬었나?" 하는 사람도, 이미 무언가를 이루어 자랑거리가 는 사람도 있을 텐데... 새해 목표에 '독서'가 있었지만 이루지 못했다면 주목하시라 -

출처 - MBC

지난주 월요일(6일) MBC가 새로운 파일럿 프로그램 <비블리오 배틀>을 방영했다. "2018 책의 해"를 맞아 기획한 프로그램이라는데, 사실 2018년이 '책의 해'라는 것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비블리오 배틀>이 이를 알린 첫 프로그램이 아닐까. 그러면 '책'으로 무얼 하냐고? 예전의 <느낌표 -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와는 다른 책방(송)이다.


프로그램 제목 자체가 프로그램의 색을 가장 잘 나타내는데, 사실 '비블리오 배틀'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비블리오 배틀은 리더(Reader) 5명이 5분 동안 자신이 읽은 책과 서평을 소개하고, 100명의 판정단이 투표해 '오늘의 책'을 선정하는 신개념 서평 배틀이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오상광 PD는 "비블리오 배틀이 2007년에 일본에서 시작됐는데, 우연히 이런 대회가 있다는 걸 알게 되어 구경 갔었다."며 "신문의 서평을 글로 읽을 때 보다 직접 말로 소개하니까 더 그 책이 읽고 싶어 지더라.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방식에서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문화를 확산하고 싶었다."고 기획 배경을 밝혔다.

출처 - MBC

책의 줄거리를 줄줄 읊거나 전문가들의 어려운 비평이 아니라 독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프로그램의 색다른 매력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여기에 있었다. 짤막한 5분 서평을 겨루기보다는 5분 스피치를 겨루는 것 같았다. 발표하는 리더들도 준비한 발표를 잘할 수 있을지를 걱정했고, 편집에서도 발표를 "잘했다"에 초점을 맞췄다. '누가 발표를 잘하나'가 기준인 서평 배틀이었다. 프로그램의 제목과 기획 의도가 아니었으면 책이 주제임을 모를 법했다. 스피치의 시작을 책으로 했을 뿐, 책의 메시지보다 발표자의 메시지가 더 드러나는 발표였다. 5명의 리더가 소개한 책이 5권이다. 충분히 매력적인 책들이었으나 발표가 끝났을 때, 책 제목이 뭐였는지 기억하기도 어려웠다.

출처 - MBC

그러니 발표를 듣고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서평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서평을 전하는 것에 그쳤다. 책 보다 발표자 자체의 이야기가 남았기 때문이다. 발표자에 집중돼, 출연자가 각계각층의 리더(Reader)가 아닌 각 연령층 대표자로서 리더(Leader)의 느낌이었다. 이는 판정단의 질문 타임에서 더 드러났다. 책과 관련은 있으나 책 속의 이야기보단 발표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질문이 대부분이었다. 100인의 판정단 중 해당 책을 읽은 사람은 없는 듯했다. 그러니 시청자 입장에서 서평에도, 발표자의 이야기에도 공감이 어려웠다.

출처 - MBC

<비블리오 배틀>의 기자 시사회에서 과거 <느낌표>처럼 책 쏠림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필자는 책 쏠림 현상보다 서평 쏠림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리더들이 소개한 책들을 읽을 때, 이들의 서평이 귀에서 맴돌 것 같다. 특히 영화 평론가 이동진처럼 지적인 전문가가 추천한 책을 읽을 때면, 그가 느낀 대로 느끼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러나 한 문장을 읽어도, 같은 책을 읽어도 제각각 느끼는 바가 다르지 않은가. 어떻게 느끼는지에 대해서는 정답이 없다. 한 책에 대해 하나의 서평만 나오는 <비블리오 배틀>은 이에 모범답안을 제시하는 듯하다.


이 프로그램을 본 느낀 점도 마찬가지다. 필자와 다르게 느낄 수 있다. 누군가는 '독서'였던 새해 목표를 되새기며 책을 집었을 것이다. 필자도 전이수 리더와 송해나 리더의 서평을 보고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책을 읽고 싶어 졌다. 덕분에 그들이 추천한 책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우화 소설을 읽었다. 책을 사랑하는 만큼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가 컸다. 기대가 컸으니 실망도 큰 건 당연하다. '책'이라는 분야로 탐험을 시작한 MBC를 응원하는 마음은 여전히 크다. <비블리오 배틀>이 "서(書)"평을 "나누는" 방송이 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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