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서노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난영 Sep 21. 2024

강신주의 장자 수업(3) : 타인이 원하는 걸 줘라

바닷새 이야기 편이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노나라 임금이 바닷새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그를 잡아 궁궐 안 가장 존귀한 곳인 종묘에 살게 하고, 술과 고기, 그리고 고귀한 음악을 들려준다. 하지만 바닷새에게 그딴 것이 필요했겠는가? 결국 바닷새는 시름시름 앓다 사흘 만에 죽고 만다. 


강신주는 이 이야기가 결국 공자를 까는 거라고 말한다. 공자는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도 하지 말라'라고 했는데 이를 뒤집어보면 '내가 원하는 걸 남에게 해줘라'가 되는 거다. 


어릴 땐 이 말을 듣고 옳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노나라 임금은 자기가 원하는 걸 바닷새에게 해줬지만 비극으로 끝나고 말았다. 


장자는 NO~를 외치며 공자의 생각이 통하려면 '내가 원하는 것과 남이 원하는 것이 같아야 한다'라고 말한다. 웁쓰. 맞다. 그런 전제가 있어야 통한다. 사람과 바닷새는 다르다. 



타자를 사랑한다면 타자가 원하는 것을 해주어야 합니다. 


타자는 말이죠, 처음 봐서는 그가 도대체 뭘 원하는지 모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주어진다면, 타자가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우리는 알게 되어있습니다. 



한림쉼터에 후원하는 분들 대다수는 뭐가 필요한지 물어본다. 타자가 원하는 걸 해주기 위해서다. 혹은 인스타 등으로 올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후원해 주신다. 


하지만 가끔 우리는 필요하지 않은 것을 후원해 주시는 분도 계신다. 이럴 땐 난감하다. 감사한 마음은 분명히 있지만 쓸 수가 없으니 말이다. 


예를 들어 소형견은 거의 없고 기저귀를 쓸 일이 없는데 소형견용 기저귀를 후원해주신다든지, 전기 사용이 어렵고, 가능하다해도 애들이 물어뜯으면 위험한 전기 장판을 후원해주신다든지... 


타자와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걸 쥐여주고 나는 사랑했노라고 외치고 다니면 무엇하리. 그것은 공허하다. 


같은 돈, 같은 시간, 같은 에너지를 사용한다면 타자가 정말로 필요한 것에 사용하는 게 훨씬 값지고 가치 있는 것이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