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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Sep 15. 2022

주식과 투자의 본질

돈의 원리. 8화

나는 비상장기업 한 곳의 주식만 가지고 있고,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거래해 본 경험이 없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위험하게 비상장기업에는 왜 투자를 했냐, 그러고도 돈의 원리에 대한 글을 쓸 수 있냐, 세상 물정을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내가 생각하는 주식의 본질에 비춰봤을 때 그런 나의 상태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주식이란 무엇인가? 사람들은 주식을 그저 재테크 수단으로만 보고 주식은 내리기 전에 팔고 오르면 사야 하는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주식투자는 냉정하게 얘기해서 '투기'이지 '투자'는 아니다.


투기와 투자는 어떻게 다른가? 투기는 한자로 던질 투(投) 틀 기(機)로 쓰는데 이는 '기회를 봐서 던진다'는 의미다. 즉, 투기는 '기회'가 있다 싶으면 돈을 넣어서 더 큰 이익을 보려는 행위를 뜻한다. 따라서 투기를 하는 사람들은 유일한 목적이 돈을 버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돈을 좇아다니게 되어 있다.


반면에 투자는 한자로 던질 투(投) 재물 자(資)를 사용한다. 결과에 있어서 투기와 투자는 '돈을 던진다'는 의미에서 같지만 '재물을 던진다'는 의미인 투자는 '기회를 보고 던진다'는 투기와 목적도, 방향도 다를 수밖에 없다. 투기는 오롯이 '돈을 벌 기회'만이 목적이지만 투자는 '재물을 어딘가에 던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그 목적은 단순히 '돈을 버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우리가 돈을 쓸 때 함부로, 쉽게 쓰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통장에 수 십, 수 백억 원이 있지 않은 이상, 아니 그런 사람들도 돈은 함부로 쓰지 않는다. 그렇다면 '자본을 던진다'는 의미인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더 신중하게, 여러 가지 요소들을 고려해서 자신의 자본을 넣을 곳을 결정할 것이다. 반면에 '기회'가 주된 목적인 사람들은 언제든지 불나방이 될 가능성이 있다.


내가 투자한 비상장기업은 제주도에서 빈집을 재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회사다. 내가 그 회사에 투자를 한 가장 큰 이유는 그 회사가 지향하는 '가치'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직접 그런 일을 할 수는 없지만 그런 일을 하는 회사를 간접적으로, 일부라도 소유하는 방식으로 그 일에 참여하고 싶어서 투자를 했다. 사실 투자를 했다고 하기에 민망할 정도의 소액이지만, 그 소액도 나는 내 가치관에 맞게 투자하고 싶었다.


내가 주식시장에서 투자를 하고 있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그럴 여유자금이 없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투자는 내 수입과 삶에 예측가능성이 어느 정도는 담보된 상태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직 자리 잡지 못한 프리랜서인 내 삶은 예측가능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나는 주식투자는 생각도 하고 있지 않다.


물론, 그런 상황에서도 투자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회사들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회사와 시장과 사회, 국가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공부를 해야 하는데 내겐 그럴 여유가 없다. 만약 그렇게 공부를 해서 투자를 하면 수익이 보장된다면 나도 기꺼이 투자를 할 것이다. 하지만 주식 시장에는 변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그렇게 공부를 하고 투자를 해도 어느 정도의 위험은 감수해야 한다. 그리고 내겐 그런 위험을 감수할 여유가 없기 때문에 나는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다.


주식투자를 개인적으로 할 경우 그렇게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은 주식 하나를 갖는다는 것은 그 회사가 발행한 숫자의 주식(n) 중 하나, 1/n만큼을 본인이 가진단 의미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자. 당신은 집을 살 때 '저 집 좋아'라는 말 한마디에 살 생각이 있나? 아닐 것이다. 단순히 그 집이 몇 평이고 방과 화장실이 몇 개이며 몇 층인지를 넘어서 그 집이 건축된 시기, 주위 환경, 직장까지의 거리, 아이가 있다면 주위 학군에 장기적으로 가격이 오르거나 낮아질 지도 고려할 것이다. 차를 살 때도 마찬가지. 차를 아는 사람들은 전기차를 살 지, 경유 차를 살지, 가스 차를 살지, 차의 배기량과 브랜드의 신뢰도, 탑승감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놀랍게도 주식을 살 때는 한 두 가지 정보에 혹해서 사는 경우가 많다. 호재가 있다거나 이런 사업을 한다면 불나방처럼 몰려드는 사람들은 누가 봐도 자신의 '자본'을 던진다는 생각보다는 '기회'만 보고 있는 사람들이다.


주식에 투자를 할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그 회사가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어서 가치가 상승할 것이고, 주식은 제한된 수량만 발행되어 있으니 가치가 상승하면 주식 가격도 오를 것을 기대하며 살 수 있다. 그게 가장 기본적인 주식을 통한 재테크가 이뤄지는 메커니즘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방식의 투자를 할 때는 최소한 그 기업이 있는 시장규모, 경쟁자에 대한 분석, 회사 내부의 주요 의사결정권자들의 성향과 능력치, 회사가 가지고 있는 인프라 등은 파악해야 한다. 그게 '정상적인 투자' 방식이다.


그리고 투자는 단기가 아니라 장기가 원칙이어야 하는 것은  기업의 가치가 단기간에 폭등하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주위에서 단기적으로 매출이 폭발하고 그게 유지되는 기업이 얼마나 되나? 거의 없다. 상장한 기업 중에는 그런 기업이 있을 가능성이 매우, 극히, 낮다. 그렇기 때문에 주식 가격이 단기적으로 오르고 내리는   회사의 실제 가치가 아니라 다른 변수들과 작은 거래들로 인한 변화들이다. 따라서  회사의 '가치' 대한 투자는 장기적인 차원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은 주식 매매는 사실 투자가 아닌 투기에 불과하다.


여기에 더해서 개인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공매도 등으로 인해 금융기업들과의 정보 불균형에 대해 불만을 갖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사실 시장에서 그런 정보 불균형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금융기업들은 왜 존재하는가? 물론, 그 안에서 복잡한 공식들을 써가면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전문 인력들도 금융기업이 존재하는 이유 중 한 가지이지만 금융기업의 핵심은 사실 '정보'다. 투자자들은 최대한 정확한 정보를 많이 수집하고 분석하기 위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그런 인프라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없는 사람들의 자본을 대신 운용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 그런 금융기업들과의 정보 불균형에 대한 불만을 갖는 것은 그 기업들에게 사업을 접으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금융기업들은 단순히 '돈을 굴리는' 역할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사실 개인투자자들은 정보의 적음으로 인해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잘못된 투자를 할 수 있는데 금융기업'들'은 독립적으로 기업과 시장을 분석함으로써 경쟁하고 눈치를 보면서 시장과 기업의 '실제 가치'를 시장에서 최대한 반영할 수 있게 한다. 금융기업이 한 곳만 있다면 그런 작용이 일어나지 않겠지만 금융시장이 공개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그런 분석과 투자를 수 십, 어쩌면 수 백개 기업들이 하다 보니 시장과 기업의 실제 가치는 그 과정에서 드러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금융기업들은 돈이 더 필요하고 유망한 곳에 돈이 흘러갈 수 있는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자본주의 사회에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이와 같은 구조에서 기업이 자신의 '소유자'인 주주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은 무엇일까? 수익을 극대화하고 발생한 수익 중 일부를 배분하는 것이다. 물론, 수익을 배분하는 게 항상 최선은 아니다. 만약 지금 수익을 배분하지 않고 다른 사업에 투자를 해서 5년, 10년 후에는 그 수익이 10배, 100배가 될 수 있으면 지금 배분하기보다는 그 돈으로 투자를 하는 게 기업의 소유자인 주주들을 위한 일이다. 투자를 할 곳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거나 그런 시장에서 수익을 상당 수준으로 내고 있는 기업들은 기업의 소유자인 주주들에게 수익을 배분하는 게 순리이고, 그러한 경향을 가진 회사들의 주식을 우리는 '배당주'라고 한다.


분명한 건 수익을 배분하는 것도, 투자를 하는 것도 현재의 비용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소화해야 한단 것이다. 회사원들의 연봉이 그들을 회사에 머무르게 할 수준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생각해보자. 당신이 주식을 가지고 있는 회사가 직원들에게 많이 줬으면 좋겠나? 적게 줬으면 좋겠나? 사람들의 마음은 다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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