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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Sep 15. 2022

회사원의 연봉이 결정되는 매커니즘

돈의 원리. 7화

연봉을 더 많이 주는 회사는 더 '사람 중심적인' 기업일까? 연봉을 적게 주는 기업보다 좋은 기업일까? 그런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 기업들은 순수하게 '직원들을 위해서' 연봉을 높게 책정하지 않는다. 이는 기업의 입장에서 직원들은 결국 [비용]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모든 형태의 비용을 최소화하려 하기 때문에 회사원의 월급은 '줄 수 있는 한 최대치'가 아니라 '이 안에 머무르게 할 최소금액'으로 설정될 수밖에 없다. 


혹자는 '연봉이 높은 사람들은 어떻게 설명하느냐?'라고 물어볼 수 있는데, 그 사람들은 다른 기업들도 그 사람을 데려가고 싶어 하다 보니 '인력시장'에서 경쟁으로 인해 연봉이 높아지는 것이다. 또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기업들의 경우 능력 있는 사람을 채용하면 성과가 좋다는 전제하에 일정 수준 이상의 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채용하기 위해 연봉 수준을 높인다. 하지만 그러한 경우에도 기업은 구조적으로 그들을 채용할 수 있는 최저 비용을 지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문제는 능력이 특출 난 사람들이 아니라 특출 난 능력치가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을 때 특별한 능력치를 갖추고 있기 힘들고, 그런 사람들은 한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다툴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만을 목표로 하면 직원들에게 극단적으로 적은 비용만 지불하려 한다. 그런 경우에도 상당수 사람들은 본인이 특별한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살기 위해서라도 그 정도 비용을 받고도 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비용으로 생계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상당수 사람들은 아예 일하려 하지 않을 수 있으며, 그러한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사회 자체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 조선 말기에 대한 외국인들의 기록을 보면 '조선인들은 대낮부터 술을 마시고 게으르다'는 식의 내용이 종종 발견되는 데 그건 조선 말기에 보통 사람들은 일을 해도 손에 쥐는 게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국가에서 최저임금을 설정하는 것은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높은 수준의 연봉을 받는 사람들은 모두 능력이 특출 난 사람일까? 아니다. 어디에서나 그렇듯 연봉 수준에서도 운이 좋은 사람들도 있다. 


연봉은 기업에 따라 다르게 책정되고, 한 기업 내 연봉은 그 기업의 수익과 그 기업에서 '좋은 사람을 채용해야 할 유인'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이익이 많이 나는 기업에서는 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높은 연봉을 제시함으로써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채용하기 위해 노력하기 마련이다. 최근에 개발자들에 대한 구인난으로 인해 개발자들의 연봉 수준이 높아진 것이 그런 트렌드를 보여준다. 그런 기업의 입장에서는 개인에 대한 연봉이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투자'로 여겨진다. 


하지만 입사하기 전까지 능력이 탁월해 보였다고 해서 그 사람의 능력치가 무조건 높은 것은 아니다. 이는 서류상에는 학점도 좋고, 경력도 좋아 보이고 스스로 작성하는 자기소개서도 훌륭한 사람이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하거나, 이기적이거나, 새로운 업무를 습득하는 능력이 느리면 기업이라는 조직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해내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서 실제로 능력이 탁월했던 사람들도 높은 수준의 연봉을 받고 안주하기 시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채용절차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구글에서도 일을 못하거나 안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으니 다른 기업들은 상황이 더하지 않을까? 


다른 시장처럼 인력시장도 완벽할 수는 없다. 그리고 기업들은 그러한 부분까지 감안해서 연봉 수준을 결정하기 때문에 회사원의 연봉은 언제나 일하는 사람이 느끼기에 적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 연봉 수준이 정말 '객관적으로' 적은 것일까? 회사에서 일을 잘하는 것으로 인정받는 사람들이 회사 밖에서, 조직에 의지하지 않으면 돈을 얼마나 벌 수 있을까? 당신이 '객관적으로' 회사가 내는 매출에 '직접' 그리고 '독립적으로' 기여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 될까? 회사는 그 직원들이 언제든지 대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놨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개인이 독립적으로 수익을 발생시키는 경우가 없다. 그나마 영업의 경우 시스템이 아니라 개인의 역량에 따라 편차가 크고, 그렇기 때문에 영업을 하는 직원들에게는 실적에 따라 보너스가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더해서 당신이 회사원이라면 한 번 지금 당장 회사를 그만두고 나가서 할 수 있는 게 어떤 일이 있을지, 있다면 그 일로 얼마나 '확실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자. 계산기를 두드려보면서 각종 비용까지 고려해보면 금액이 크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이처럼 회사도 직원에 의지해서 매출을 올리고 수익을 내지만 직원들도 회사에 의지해서 돈을 벌기 때문에 회사원들의 연봉은 일정 수준을 넘어서기가 힘들다. 


이런 관점에서만 기업을 보면 자본주의와 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가만히 앉아서 생각해보자. 본인이 회사원이라면 회사 안에 속하지 않고, 시스템의 도움 없이 벌 수 있는 돈이 얼마나 될까? 다른 사람이 당신을 회사의 부품처럼 사용하지 않고 당신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당신에게 온전히 일을 맡길만한 게 무엇이 있나? 당신이 생산해서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게 무엇이 있나? 


여기에 더해서 엄연히 말하면 회사의 주인은 직원들이 아니고 주주들이다. 직원은 법으로 사람과 같은 지위를 부여한 '회사'라는 '법인'과 계약을 해서 노동을 제공하는 계약관계에 있을 뿐이지 회사를 '소유'하지는 않는다. 이 문제는 다음 글에서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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