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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Sep 09. 2022

기업이 필요한 이유

돈의 원리. 6화

이 시리즈의 제목이 '돈의 원리'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국가에 대한 이론과 국가와 돈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다뤘다. 진정한 의미에서, 현실에 기반을 둔 '돈의 원리'에 대한 내용은 이 글에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80%는 임금 활동을 통해 생계를 해결한다. 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80% 정도는 회사원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과 파트타임이나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사람들까지 포함시키면 경제활동 인구의 90% 이상은 어떤 형태로든 기업이나 기업과 같은 형태의 조직체를 통해 경제활동을 할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개인으로 경제활동을 하지만 기업에게 외주나 용역을 받아서 경제 활동하는 사람'으로 범위를 넓히면 경제 활동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그 범주 안에 포함될 것이다.


예를 들면 자영업자가 고용하는 아르바이트 생들도 넓은 의미에서는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작은 기업과 계약을 맺고 경제활동을 하는 것이고, 나와 같은 프리랜서의 경우 완전히 개인으로 일하는 것 같지만 나도 사실은 기업들에게서 외주나 용역을 받아서 일을 하기 때문에 기업과 관련되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다. 온라인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들도 마찬가지. 그들은 물건을 만들어 주는 기업들과 온라인에서 물건을 파는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없다면 물건을 팔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서비스들은 어느 정도 이상 규모의 경제가 만들어졌다고 판단되지 않으면 애초에 시도되지도 않을 것이다. 이처럼 본인이 혼자 생산을 해서 판매를 하는 사람들도 가게에서만 판매하는 게 아니라 온라인으로 판매도 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기업과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도대체  이렇게 기업과 연결고리 없이는 경제활동을 하는  불가능한 세상에 살게 되었을까?


 가장  이유는 '규모의 경제' 기업만   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하루에 24시간이 주어져 있기에 한 사람이 생산할 수 있는 경제적 가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반면에 기업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표준화시키고, 제품이나 서비스가 제공되는 과정을 분리해서  사람이 한두 가지 기능만   알고 반복 숙달을 통해  기능을 잘할  있게 만든 ,  기능을 합치는 방식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생산할  있도록 한다. 기업은 사업분야와 시스템의 효율에 따라  사람을 채용했을  매출이 2배로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3-4, 10명을 채용했을 때는 10배가 아니라 20-30 수준으로 증가시킬 수도 있다. 그리고  기업이  정도 규모와 속도로 매출이 늘어나면  주위에 파생되는 일들이 생기고 그것도 다른 기업을 만들어서 효율과 효과를 증대시킬  있다. 재벌 기업들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일부 사람들은 자본주의 사회와 기업을 그 자체로 사회악처럼 대하기도 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자본주의와 기업은 오히려 경제적 가치의 생산을 효율화시킴으로써 그런 시스템이 없었으면 사람들이 누리지 못할 것을 누리게 해주는 측면이 분명 있다. 물질적인 측면만 본다면 오늘날 중산층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조선시대의 상당수 양반보다 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옷과 집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당시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물건들을 사용하면서 살고 있는데, 이런 삶은 자본주의와 기업이 등장하지 않았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그 매출과 수익은 규모의 성장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증가하는 경우가 많고, 또 그래야 하는데 이는 시스템을 통해 업무 자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게 만드는 면도 있지만 비용도 절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A라는 재료를 하나만 팔면 100원이 남지만, 만약 100개를 팔아서 9,000원을 남길 수 있다면 그 재료상은 100개를 9,000원에 팔 것이다. 얼핏 생각하면 그렇게 하면 개당 가격이 낮아지기 때문에 손해가 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언제 100개를 팔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재료상은 '안정적인 판매처'를 확보하기 위해 할인을 해주는 게 본인에게 더 이익이다.


이런 선순환이 이뤄지다 보면 기업은 규모가 커질수록 같은 품질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더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돈을 조금 적게 버는 사람도 그 제품과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게 되면 그 제품이나 서비스 제공자도 재료상과 마찬가지로 가격을 조금 더 낮추더라도 많이 팔 수 있으면 이익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사업군에 따라 기업들은 박리다매적인 전략을 취하기도 한다. 우리가 보는 [00% 할인]들은 모두 그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개인이 아닌 기업이 만든 시스템의 또 다른 강점과 필요성은 '안정성'에 있다. 기업이 시스템을 통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 그 품질도 표준화되고, 개인의 능력이나 컨디션과 무관하게 꾸준히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안정성은 기업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기업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게 되면 그 기업의 수익 중 일부를 본인이 취하고 싶은 사람들이 투자를 하게 된다. 그러면 그 기업은 받은 투자금으로 더 많고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더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표준화되고 안정된 대량 생산능력을 기업이 갖추게 되면 사람들은 더 저렴한 가격으로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이처럼 규모의 경제와 안정적인 생산능력이 갖춰지는 과정의 가장 큰 아이러니는 그런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주요 생산수단의 하나인 '사람'은 언제든지 대체 가능해야 한단 것이다. 그리고 기업의 입장에서 '생산수단'인 사람은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기 때문에 더 저렴한 제품들을 많이 팔아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생산비용'인 임금을 줄이는 게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결정이다. 하지만 이 시리즈 앞의 글(링크)들에서 설명했듯이 기업의 그러한 결정은 많은 문제들을 야기했고, 자본주의는 그런 문제들을 보완하고 기업과 사회가 지속 가능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형되어서 운영되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회사원의 연봉이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서 결정되는 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회사생활을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갈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설명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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