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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Aug 26. 2022

공무원의 연봉 수준이 높을 수 없는 이유

돈의 원리. 4화

*이 글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현실적으로 공무원의 연봉이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이 되기 힘든 '원리'에 대한 글이지 공무원 임금 수준에 대한 제 생각이 아닙니다. 그 생각들은 이 글(링크)를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글이 DAUM 메인 페이지에 노출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글처럼 시리즈로 쓰고 있는 글들은 글 하나만 보면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노출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 글은 제가 10월 안에 마무리 할 예정인 '돈의 원리'라는 시리즈 중 한 글입니다. 이 안에 있는 내용은 이전에 쓴 글들과 앞으로 쓸 글들의 '맥락' 안에서 이해되어야 합니다. 국가와 공무원의 가치와 존재 의미에 대해서는 이 글(링크) 을 참조 부탁드립니다.


양대 공무원노조가 합리적인 2023년 공무원 보수 인상을 촉구하며 정부 투쟁을 하고 있고, 인상을 요구하는 기자회견까지 했다. 최저임금 수준도 안된다는 기사에 놀라서 찾아보니 각급 1호봉의 실수령액을 기준으로 9급은 168만 원, 7급은 192만 원, 5급은 260만 원이더라. 다만, 공무원들은 설날과 추석에 명절휴가비 명목으로 월급의 60%를 지급받고 일부 수당들이 있는바, 실제 연 수령액은 월평균 20만 원 정도 더하는 게 실제 수령액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1호봉을 기준으로 9급은 188만 원, 7급은 212만 원, 5급은 280만 원 이상은 실수령한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여기에 수당들이 붙지만 수당은 개인차가 있을테니 일단 논의의 범위에서 제외하자.   


이들의 연봉이 사기업과 비교하면 어떤 수준일까? 우리나라 중소기업 대졸 신입사원의 평균 연봉은 2881만 원, 전문대를 졸업한 신입사원은 평균 연봉이 2749만 원, 고졸 신입사원의 평균 연봉은 2634만 원이라고 한다. 이를 각종 세금 등을 제외하고 월 실수령액 기준으로 환산하면 대졸 신입사원은 약 215만 원, 전문대 졸업 신입사원은 205만 원, 고졸 신입사원은 197만 원 정도를 수령하게 된다. 대기업의 신입사원 평균 연봉이 5084만 원으로 월 360만 원 정도를 실수령하게 된다.


이와 같은 금액을 기준으로 봤을 때 9급 신입 공무원은 중소기업 고졸 신입사원과 연봉이 비슷하고, 7급은 대졸 중소기업 신입사원, 고등고시에 합격한 공무원은 대졸 중소기업 신입사원과 대기업 신입사원의 중간 정도의 연봉을 받는다고 해석된다.


이렇게 비교하면 공무원의 연봉 인상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 얼마나 힘들게, 열심히 노력했는데 겨우 중소기업 수준의 연봉을 주느냐"라고 반박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주장이 타당하지 않은 것은 연봉은 "얼마나 들어가기 힘드냐"를 기준으로 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의 말대로라면 고등고시에 합격한 사람들이 대기업 신입사원보다 연봉 수준이 훨씬 높아야 한다. 그런데 만약 고등고시 합격자들의 초봉을 6천만 원으로 산정한다면 그걸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반대로 공무원들은 연봉을 적게 받는 대신 공무원 연금을 받기 때문에 보전이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만 보면 일리가 있어 보이는 말이지만 그 역시 잘못된 생각이다. 공무원 연금과 공무원의 연봉은 그 수준이 결정되는 메커니즘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두 가지를 연관시켜서는 안 된다. 만약 "공무원들이 무슨 일을 얼마나 한다고?!"라는 기준으로 판단을 하려고 한다면, 그 역시 잘못된 시각이다. 현실에서는 일을 힘들게, 많이 하는 사람들의 연봉이 반드시 높지 않다. 일을 얼마나 열심히, 많이 하는지는 연봉 수준과 직결되지 않는다. 그리고 내 경험에 의하면 평균적인 공무원보다 일은 못하면서 연봉은 더 받는 사람들, 적지 않다.


그렇다면 연봉은 어떻게 결정되고, 공무원들의 연봉은 왜 낮은 편일까? 그보다 앞서 공무원들의 연봉은 정말 '말도 안 되게' 낮은 편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공무원들의 연봉이 객관적으로 높지 않은 것은 분명하지만 연봉이 결정되는 원리와 공무원들의 각급 초봉 수준만 놓고 봤을 때 그 수준이 비합리적일 정도로 낮다고는 할 수 없다.


그 가장 큰 이유는 회사나 조직에 속해서 월급을 받는 사람들의 연봉은 시장 원리에 의해서 결정되는 반면 공무원의 월급은 시장 밖에서 형성되기 때문이다. 월급을 받는 사람들을 편의상 '회사원'이라고 통칭하고 논의를 진행하자면, 일반 기업에서 일하는 회사원들의 연봉은 기본적으로 그 회사가 돈을 얼마나 많이 버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수익률'이 높은 회사일수록 그 직원들에게 더 많은 연봉을 줄 여력이 있다. 수익률이 아무리 높아도 그 회사에서 연봉을 많이 주지 않을 수는 있지만 돈을 잘 버는 회사들은 '많은 연봉을 줄수록 더 뛰어난 사람을 채용할 수 있고, 뛰어난 사람이 많이 모이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보통 높은 수준의 연봉을 준다.


그렇다면 그 연봉 수준은 어떻게 결정될까? 회사들은 내부적으로 매출, 수익을 계산하고, 어느 정도 규모로 인건비를 지출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회사에게 사람을 채용하는 건 인건비 항목으로 비용이 증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는 채용을 안 할 수 있으면 안 하려 하는 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정상이다. 모든 회사들은 여기에 더해서 최저임금 수준, 경쟁사들의 연봉 수준을 보면서 경쟁사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채용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 대부분 업계에서 1위 기업들의 연봉이 가장 높은 것은 1위 기업들의 매출과 수익이 더 높고, 서로 연봉을 비교하다 보면 1위 기업들이 가장 높은 연봉을 줄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위 기업들도 연봉을 무한정으로 높이진 않는다. 훨씬 높은 연봉을 줄 수도 있지만 자신의 경쟁 기업보다 최소한으로만 더 많은 연봉을 주는 게 기업의 목표인 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그래야 수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으니까.


연봉은 기본적으로 이런 원리에 의해 결정되다 보니 대기업의 연봉 수준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대기업들은 매출과 수익이 모두 크기 때문에. 그리고 회사들은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연봉'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이직하거나 이탈하지 않을 최소한의 연봉'을 주는 게 목표일 수밖에 없다. 비용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여기에서 생각해보자. 공무원에게 '회사'는 무엇인가? 정부다. 정부의 '매출'은 무엇인가? 정부의 매출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정부는 기본적으로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진 집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는 자본주의 시장 안에서 경제적 가치를 직접 만들어내는 역할과 기능을 담당하지 않는다. 정부는 자본주의 시장에서 공정하고 사회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경제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감시하고, 통제하며, 규제하며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에는 매출도, 비용도, 수익도 없다. 그리고 정부는 국민들에게서 받은 세금을 통해 그런 기능을 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조달한다. 이런 맥락에서 조금 극단적으로 설명하자면 정부는 돈을 벌기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정부라는 이유만으로 돈을 국민들에게서 거둬들이는 존재로 보일수 있다.


그런 조직에 속한 공무원들의 연봉은 사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의 연봉과 완전히 다른 메커니즘으로 결정된다. 공무원들의 연봉은 시장논리가 아니라 법률에서 연봉 수준을 결정하도록 권한이 부여된 의사결정권자들에 의해서 결정되고,  의사결정권자들의 정점에는 국민이 선출하는 대통령과 국회가 있다. 그렇다 보니 그들의 입장에서는 공무원들이 수령하는 연봉의 출처가 되는 '세금 내는 사람들' 국민의 눈치를  수밖에 없는데, 그런 상황에서 공무원들의 연봉은 높게 설정되기가 힘들다. 자신이 내는 세금으로 공무원들이 높은 연봉을 받는다면 그걸 용납할  있는 국민들이 몇이나 될까? 부패했거나 독재정권이 들어서 있지 않다면 전세계적으로 공무원의 연봉이 높은 편인 국가가 없는 것은  때문이다


공무원의 연봉을 인상하는 건 국민들의 세금을 늘리거나 정부의 다른 지출을 줄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다른 사람들의 임금과 달리 공무원들의 임금은 전국민에게 어떤 형태로든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쉽게 인상하기가 힘들다.


그렇다면 공무원 연금은 왜 안정적으로, 오래 지급될 수 있는 것일까? 그건 연봉이 낮은 것에 대한 보상적인 개념이 아니다. 생각해보자, 국가가 사라지는 것을 상상할 수나 있을까? 없다. 기업은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지만 전쟁이 나지 않는 이상 국가와 정부가 사라지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이는 공무원이 없는 세상도 있기 힘들단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변이 없는 한 공무원은 그 숫자가 크게 줄지도, 늘지도 않는다. 공무원 연금이 안정적으로, 오래 지급될 수 있는 건 이처럼 공무원의 숫자가 일정 수준으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다만 이 역시도 공무원의 숫자를 갑자기 줄이면 흔들릴 수 있는데, 이는 공무원연금을 납부하는 사람이 줄어드는 반면 수령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면 그 재원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의 공무원의 현재 연봉이 말도 안 되게 낮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자본주의 시장에서 생산활동을 하는 기업에 일하면서도 그들과 비슷하거나 낮은 수준의 연봉을 받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기준으로 가져온 연봉은 중소기업 신입사원들 초봉의 '평균'이라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 금액이 평균이라는 것은 그보다 낮은 연봉을 받는 사람들이 중소기업 신입사원들 중 절반 정도는 된단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그들은 자본주의 시장체제 안에서 어떤 형태로든 자본이 오가는데 기능과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자본주의 시장체제 속에서 이뤄지는 경쟁과 흔들림에 전혀 노출되지 않고, 냉정하게 말하면 어떠한 경제적인 가치도 직접, 적극적으로 만들어 내지는 않는 정부에 소속되어 있는 공무원들이 시장경제질서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비슷하거나 높은 수준의 연봉을 받는 상황에서는 그 연봉이 '말도 안 되게' 낮다고 하긴 힘들다.


어쨌든 공무원들이 받는 임금의 재원은 시장경제체제 안에서 경제적 가치를 직접 창출해 내는 과정에 관여되어 있는 사람들이 내는 세금이다. 공무원들의 연봉이 그들의 연봉보다 확연하게 높으면 그것이야말로 문제가 아닐까? 공무원들은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메커니즘은 사실 회사 안에서도 똑같이 작동된다. 한 회사 안에서도 돈을 버는데 직접 관련되어 있는 부서에 속한 사람들은 대부분 어떤 형태로든 법무, 홍보, 총무와 같이 지원업무를 하는 '백 오피스'에 일하는 사람들보다 연봉을 많이 받는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직접적인 경제활동에 가까운 일을 하는 사람들이 돈을 더 많이 받는 건 자본주의 경제질서에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ps. 이 글을 둘러싼 오해들은 이미 달린 댓글들을 통해서 설명할만큼 한 듯하고, 더 이상 비슷한 댓글들이 달리면 제가 감당이 안되고 일상에 방해가 될 듯해서 이 글의 댓글은 닫아두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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