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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Aug 06. 2022

경제 '이념/이론' 알아야 할 이유

돈의 원리. 1화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산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렇다면 잠시 멈춰서 자신에게 물어보자. '자본주의란 무엇인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이 질문까지 해보자. '자본주의와 자유주의는 어떻게 다르고 또 같은가?' 


이에 대해 명확한 개념을 정리해서 가지고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심지어 '자유주의 시장경제질서'에 대한 얘기를 하는 사람들도 대학에서 전공을 했거나 학문적으로 연구를 한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이 그 개념을 정확하게 구분하지 못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처럼 자본주의와 자유주의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그런 이념과 이론이 현실과 상관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놓고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 것을 알아가는 게 본인의 현실과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그런 거 모르겠고 일단 내가 돈을 많이 벌고 싶어'라고만 생각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갖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본인이 모르겠다고 인정이라도 하면 좋을 텐데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은 안다고 착각하며 살아가고 심지어 자신의 신념이라며 주장까지 한다. 


이런 모습은 사실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하게 찾아볼 수 있고, 대부분 사람들은 그런 고민을 하고 앉아있을 여유가 없기 때문에 그런 개념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못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여기에 더해서 남북한이 분단되어 있다 보니 경제적인 이념과 이론들이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쓰여서 사람들이 무조건 사회주의, 공산주의는 나쁜 것으로 대적하고 자본주의, 자유주의는 좋은 것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강화된다. 


하지만 사회주의/공산주의는 그 자체로 사회악이라고 할 수는 없다. 사회주의/공산주의는 지나치게 이상적이고 인문학적인 이해 없이 현실성이 결여되어 실패한 이론이지만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이론이 출연하게 된 데도, 수많은 사람들이 사회주의/공산주의 이념에 동조한 데도 이유가 있었다. 


이런 이론과 이념들을 이해해야 하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시스템이 그런 이론과 이념들의 요소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돈과 관련된 법제도나 사회 시스템이 왜 있는지를 이해하게 되면 그 단순히 그 존재에 대해서 불만을 갖지 않게 되는 것을 넘어서 어떻게 하면 겉으로 드러나는 법제도와 시스템 너머에 있는 원리들을 잘 활용해서 돈을 '잘' 벌 수 있는지도 알 게 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그 기본적인 원리를 모르고, 알려하지도 않다 보니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넘어가고 만다. 이런 사업을 해라, 이런 주식을 사라는 식의 말에 쉽게 넘어가는 건 그 작용이 일어나는 원리를 모르기 때문이다.


'00주의'라는 것은 00을 가장 중요시하는 이념이라고 생각하고 자본주의와 자유주의,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는 크게 [개인 vs. 집단(사회)]로 나눠서 바라보면 이해가 쉽다. 자본주의는 개인이 돈 버는 수단을 소유하고 이윤을 획득하기 위한 경제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핵심이고, 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가장 중시하는 이념이기 때문에 자본주의와 자유주의 경제체제에서는 '개인'이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와 자유주의 경제체제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후반부터 생산기술이 급격하게 발달한 '산업혁명' 때문이다. 생산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이 일하는 것보다 기계가 더 많은 물건을, 더 빨리 생산할 수 있게 해 주면서 돈 버는 수단을 가진 사람들이 급격하게 부자가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과정을 보면서 개인이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일할 때 더 많은 부가 생산되는 것을 보고 '경제활동은 개인에게 자유롭게 허용해야 한다'라는 주장을 하게 된 것이 '자유주의'의 시작점이다. 


하지만 그러한 자유주의의 한계는 얼마 지나지 않아 분명하게 드러났다. 돈을 가진 사람들은 계속 엄청난 속도로 부를 축적할 뿐 아니라 부자들이 돈을 더 벌기 위해 돈이 없는 사람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면서 비용은 거의 주지 않게 되자 가난한 사람들은 계속 가난하고 힘들게 된 것이다. 모든 것을 개인에게 맡겼더니 그러한 현상이 벌어졌고 영국에서는 급기야 급진파들이 섬유 기계를 파괴하는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으로부터 시작해서 전국적으로 자유주의 경제체제에 반대하는 운동들이 일어났다. 


돈이 돈을 벌도록 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한계가 그렇게 드러난 것이다. 자본가와 이론가들은 '자유주의'를 외쳤지만 그들이 주장한 자유주의 시스템 안에서는 사업가와 자본가들만 자유를 누렸고 다른 사람들은 대다수가 자유를 착취당하는 이상한 구조가 만들어졌다. 자본가와 이론가들은 '전체 생산량과 경제규모가 커지면 모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그 열매를 먹게 된다'라고 생각했지만 그들은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욕망 덩어리인지를 간과했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런 경제체제가 유지되는 사회는 결국 멸망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 생각해보자. 자본가들은 계속 노동을 착취하면서 자신의 부를 축적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노동자들은 점점 가난해져서 어떤 재화도 살 수 없는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자본가들이 만든 물건들은 누가 살 것인가? 자본가들 외에는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없을 것이다. 자본가들이 더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물건을 많이 팔아야 하는데 계속해서 노동착취가 반복되면 그 물건을 살 경제력이 있는 사람이 줄어들이 물건을 팔 시장이 사라질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자본가들도 결국은 내리막을 걷기 시작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개인을 중시하는 자유주의와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반대하며 나온 이념들이 '사회'를 개인보다 중요시하는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이념이 나왔다.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가장 큰 특징은 '개인'이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단 것이다. 이 이념과 이론들은 개인은 사회의 일부이기 때문에 사회가 잘 되면 개인도 잘된다는 사고방식을 전제하고 있다.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는 '돈 버는 수단'을 개인이 소유하지 않고 사람들이 구성하는 사회나 집단이 공동으로 소유한다는 특징을 갖는다. 다만, 사회주의는 생산하는 수단을 공유할 뿐 분배까지 공동으로 하지는 않는 반면 공산주의는 분배도 '필요에 따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특징은 이 두 이념이 실질적으로 '공동체주의'나 '집단주의' 또는 '국가주의'적인 성격이 강할 수밖에 없단 것을 보여준다. 


얼마나 이상적인가? 내 것이 내 것이고 네 것도 내 것인 세상. 반대로 내 것이 남의 것이기도 한 세상. 공산주의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가서 내가 열심히 일했다고 해서 내가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열심히 일하고 정말로 필요한 사람들이 알아서 가져가는 세상을 꿈꾼다. 


너무 이상적이지만 현실성이 없는, 이미 자유주의와 자본주의 체계 하에서 만 천하에 드러난 이기적이고 욕망으로 가득 찬 인간의 본성을 간과한 생각들이다. 실제로 플라톤은 현명한 사람이 지배하는 공산사회를 이상 국가로 여겼지만 그런 사회는 현실에 구현될 수 없다고 했는데, 그로부터 한 참 후에 태어난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자들은 나이브하게도 그게 가능할 것이라 믿었다.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는 그 자체가 악하거나 잘못되었다기보다 애초에 실현 불가능한 이론이었고, 사회주의자와 공산주의자들은 그걸 현실화하려는 몽상가에 가까운 사람들이었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거쳐서 나온 이념이 '신자유주의'다. 신자유주의는 자유주의가 드러낸 문제점과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와 같은 기관이 개입하는 것을 허용은 하되 그 개입은 최소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경제이념을 말할 때 혼란스럽게 되는 것은 이 '최소한'에 대한 생각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국가가 아예 개입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부의 재분배를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사고의 차이가 어떻게 현실적인 상황에서 다른 결론에 이르게 될까? 전자의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은 세금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후자는 국가가 세금을 많이 거둬서 교육, 복지, 사회 인프라 마련 등에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처럼 결론이 다르다고 해서 그게 '신자유주의'에 포섭되지 않거나 사회주의인 것은 아니다. '최소한'에 대한 관점이 다른 생각들일뿐이다.


분명한 것은 모든 것을 자유방임으로 풀어놓고 개인에게 맡기는 자유주의/자본주의적인 경제체제는 문제와 한계가 있고,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는 실현 불가능한 이론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체제는 자유주의/자본주의를 기초로 하지만 모든 것이 개인에게 맡겨짐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나 비효율과 장기적인 관점에서 필요한 요소들에 대해서는 국가가 개입함으로써 보완해야 한다. 국가의 개입 수준과 방법에 대해서는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를 수는 있지만 국가가 경제시스템에 개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입증이 되었다. 


그렇다면 국가는 어디까지, 어떻게 개입해야 할까? 그 내용은 다음 글에서 다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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