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여행기-5 (몬트리올 코믹콘)
어떤 사람이 행인을 붙잡고 인터뷰를 한다.
“몇 살이신가요?”
“78세입니다”
“78세는 어떤 건가요?”
행인은 한 참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77세보다 한 살 많은 거지요”
내 나이가 만 37살. 선배님들과 비교해서 나이 타령을 하는 게 우습긴 하지만 적은 나이는 아닌 게 되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보니 깨닫는 게 있다. 나는 그대로인데, 다른 사람들이 보는 나는 달라진다.
실제로 노래 듣는 취향, 입는 옷의 취향, 사람에 대한 취향은 중학교 때 이후 그대로다. 중학교 때 좋아했던 만화는 여전히 좋아하고 GOD 노래를 가끔 듣는다. 옛날 사람이라고 한다면 어쩔 수 없다. 바꾸고 싶은 생각도 없고.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고등학교 때 유행하던 노래를 다시 찾아듣는다. 역시 옛날 노래가 더 좋았어하면서.
정확히 말해서 내 인생에서 가장 열정이 많았던 때
가슴이 뛰고 주목받았던 그때를 그리워하는 것이다.
나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솔직히 말해서 열정이 예전 같지 않다. 무언가를 시작하려고 하면 일단 기회비용을 따져보고,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고, 실패할 확률을 계산해 본다. 어떻게 보면 현명해진 것일 수도 있지만, 이런 경우 매우 높은 확률로 시작하지 않는다. (브런치에 글을 기고하려고 마음먹었던 것도 어찌나 망설였던지. 그러나 시작하길 잘했다. 대부분의 일들이 그렇다. )
몬트리올의 코믹콘에 다녀왔다.
아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부끄럽게도 나는 행사장에 들어가서야 이게 얼마나 큰 행사인지 알았다. 코믹콘은 말 그대로 ‘만화(코믹스)에 대한 여러 가지 행사’들이 열리는 곳이다.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하는 행사였으나, 몬트리올 지하철에서 금발의 탄지로(‘귀멸의 칼날’이라는 유명한 만화영화의 주인공)를 보고 나서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원래 탄지로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당연히) 일본 사람이다. 처음에는 이상한 사람이네 하며 무시하려고 했다가 지하철에 그 아이뿐만 아니라 다른 코스프레이어도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원래는 시내에 구경이나 하려고 했었으나 급하게 일정을 수정하였다. 사람들이 가는 곳을 따라 무작정 가보았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한 곳을 향해가고 있었다. 마침내 거대한 컨벤션 센터가 보였고 안에 들어서니 신세계였다.
금발의 탄지로는 정말 수수한 것이었고. 작정하고 이 날만을 위해 분장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배트맨, 스파이더맨, 만달로리안(스타워즈)등도 있었고 귀멸의 칼날을 비롯한 일본애니메이션 코스프레도 많았다.
솔직히 말해서 처음에는 우스웠다.
하지만 그들의 열정에 점점 설득되었고 이내 깊게 감동하였다. 가장 놀랐던 것은 똑같은 물건을 파는 가게가 단 하나도 없었다는 것. 물어보니 모두 자신들이 디자인해서 가지고 온 것이라고 했다. 어떤 사람은 이 날을 위해 코스프레 제작만 7개월을 했다고 한다. 코믹콘은 아이들만의 행사는 아니었고, 나의 부모님 또래들도 많이 보였다. 가족들이 모두 코스튬 분장을 한 경우도 많았다. 아이의 추억을 위해 같이 나와서 즐기고 또, 본인도 진정으로 행사를 즐겨 보였다. 잠시 자아를 내려놓고 몰입하는 그들이 진정 멋져 보였다.
마지막으로 저렇게 무언가를 좋아했던 적이 언제였지?
잘 살아간다는 것은 이런 종류의 것이 아닌가 싶다.
순수하게 좋아하고 그것을 소중히 여기는 것.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들을 보면서 배운다.
https://www.youtube.com/watch?v=vdCZiXCKtD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