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달 모나 Monah thedal Mar 23. 2024

서점의 모든 책을 마음껏 빌려볼 수 있다면

독립출판물을 대여해 주는 서점, ‘독서관’

서점의 모든 책을 마음껏 빌려볼 수 있다면, 독립출판물을 대여해 주는 서점, ‘독서관’


오늘의 서점

책을 빌려주는 서점, ‘독서관’     


책방 3줄 요약

1. 오직 독립서적만을 판매하는 독립서점
  : ‘독립서점’이라고 해서 독립서적만 취급하는 곳은 많지 않다. 하지만 이곳은 다르다. 독서관의 책들은 ‘오로지’ 독립서적뿐이다. 

2. 독립서적을 대여해 주는 서점
  : 독립서적을 구매하긴 좀 애매한데, 한 번쯤 읽어보고 싶었던 분들 주목하시라. 이곳은 책방의 책을 펼쳐 보는 것에 무한정으로 관대한 곳이다. 책방의 모든 책을 사지 않아도 끝까지 읽을 수 있으며, 15일간 책을 대여해 주기도 한다. (단, 회원가입은 필수, 가입비는 없음. 이용료도 없음. 완전 무료) 

3. 독립출판을 독려하는 책방
  : 동네 서점답게 다양한 모임들이 많다. 정기 독서 모임과 글쓰기 모임도 있으며, 독립출판 관련 클래스와 프로젝트도 종종 진행한다. 뉴스레터도 자주 보내줘서 회원으로 등록하면 다양한 소식을 접할 수 있다.

4. 이 서점에는 <오로라 이엘로>가 있다 (※가장 중요한 사실※)  
 : ‘독서관’에는 <오로라 이엘로> 책이 있다. 이게 무슨 책이냐고? 내 책이다. 독서관에는 내 책이 있다. 책을 만든 사람에게 이건 엄청나게 중요한 사실이다.



오늘 소개할 책방은 책을 빌려주는 서점, ‘독서관’이다.

책방을 본격적으로 돌아다니기 시작한 지 벌써 일 년이 다 되어 간다. 그 사이 몇십 군데의 서점을 다니면서 매번 같은 생각을 했다. ‘어떻게 이렇게 모든 서점이 놀랍도록 다르지?’라는 생각. 세상에는 정말 수만 가지의 서점이 있다. 그리고 그중의 어떤 서점들은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로 운영되기도 한다.     


오늘 간 서점이 그런 곳이었다. 아주 약간의 비틀기를 추가한 것뿐인데, 국내에서 거의 유일무이한 서점이 되어 버린 곳. 나는 이런 희귀한 서점을 정말 좋아한다. 퐁퐁 튀는 아이디어들은 언제나 마음을 간질인다.      

무엇보다 이번 서점에는 내 책 <오로라 이엘로>가 있었다. 내 책이 있는 서점인데 독특하기까지 하다니. 이 얼마나 멋진 조합인가. 오늘 서점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즐거운 이유다.     



오직 독립서적만을 판매하는 독립서점     


독서관은 오로지 독립서적만을 취급하는 독립서점이다. 독립서점을 몇 군데 다녀본 분들은 알겠지만, 독립서점이라고 해서 독립서적만을 취급하는 곳은 많지 않다. 독립서적과 그렇지 않은 책들을 뒤섞어 책장을 구성하는 게 대부분이고, 독립서점이라고 소개하나 독립서적은 정작 몇 권 없는 곳도 많다. 반면, 독서관은 ‘오로지’ 독립서적만 취급하는 독립서점이다. 이곳에는 오로지 독립서적들뿐이다. 서점의 모든 책장은 작은 창작자들의 글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런 책장의 곳곳에는 라벨이 붙어 있다. 시, 소설, 에세이, 예술, 잡지 등 책방이 가진 책들이 장르에 따라 분류되어 있다. 작가나 출판사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라벨도 있다. 책방에 3권 이상의 책을 입고한 창작자들을 위해 별도로 마련된 코너들이다. 라벨의 하단에는 각 창작자 혹은 출판사가 어떠한 작업물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지, 주제나 가치관이 적혀 있다.      



책을 분류한 라벨은 독서관이 지닌 최대의 장점이라 생각된다. 어리둥절한 분, 분명 있을 거다. 책을 장르별로 분류하는 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독립서점이다. 독립서적만 있는 독립서점이다. 독립서점이 장르나 작가로 책을 분류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흔치 않다.      


독립서점들이 장르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는 이유를, 늘상 손님인 나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책의 장르를 몰라 가끔 헤맨다는 것. 독립서적들은 출판사의 정제된 서적들과는 다른 점이 많아서, 표지만 보고는 이게 대체 무슨 장르의 책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도 이게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헛갈리기도 한다. 참고로 내 첫 번째 책, <나의 작은 아기 사자>가 그랬다. 어떤 분은 끝까지 다 읽고 나서도 소설이 아닌 에세이인 줄 아시더라. (‘작가의 말’에 버젓이 소설이라고 적어 놓았는데, 내용만 읽고 작가의 말은 건너뛰셨나 보다.) 어쨌든, 그때 처음 알았다. 별거 아닌 것처럼 생각되었던 책방의 장르 구분 표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그래서 독서관에 붙어 있는 라벨을 보며 내심 고마웠다. 이곳의 책들은 가장 기본적인 오해에서는 적어도 자유로울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책을 만들었기 때문에 하는 실없는 생각이지만, 책을 만들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실용적인 생각이기도 하다.     



독립서적을 대여해 주는 서점     


독서관이 다른 서점과 차별화되는 가장 큰 특징은, 책을 ‘빌려준다는’ 점이다. 이곳은 책을 판매하면서 동시에 빌려주기도 하는, 독립서점이자 독립서적 도서관이다. 책을 빌리는 방법은 간단하다. 회원으로 등록만 하면, 최대 5권의 책들을 15일간 대출이 가능하다. 1회에 한에서 7일까지 대여일을 연장할 수도 있다. 도서관처럼 체계적인 시스템이다. 독립서적으로 이루어진 도서관, ‘독서관’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대여 규칙이다. (참고로 회원등록 비용은 없으며, 이용료도 없다. 전부 무료다.)     


서점에서 책을 빌려준다는 건 아주 사소하지만, 획기적인 변주다. 특히나 독서관은 ‘독립서적’만을 취급하는 곳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알다시피, 독립서적은 구매하지 않고는 책을 읽을 방법이 없다. 간혹 샘플북이 있기도 하지만, 그건 책의 구매를 결정하기 위해 마련된 수단일 뿐,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볼 수 없다. 그래서 독립서적을 읽으려면 무조건 사야 한다. 사지 않고는 책을 읽을 수 없다.      


책을 읽으려면 일단 책을 구매해야 한다는 점. 독자에게 그건 꽤나 부담으로 다가온다. 우선 책의 가격이 한두 푼이 아니고, 공간도 만만치 않게 필요하다. 마음의 양식도 양식이다. 공짜가 아니며, 공간도 적잖이 차지한다. 더군다나 독립서적은 대부분 되파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니 여러 가지로 고민될 수밖에 없다. 평생 혹은 오랜 기간 소장해야 할지도 모르는 무언가를 구매하는 것에 앞서 여러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렇기에 ‘독립서적을 대여해 주는 시스템’은 획기적이다. 독자들을 구매의 의무감에서 해방시키며, 동시에 책방의 책을 자유롭게 빌려보고, 펼쳐 보고, 읽어보면서 다양한 독립서적들을 탐방할 수 있도록 한다. 독자 입장에서 이러한 시스템은 매우 유용하다.      


문제는 작가다. 언뜻 보기에 이런 시스템은 독립출판 작가들, 제작자와 출판사들에게 좋지 않은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책을 빌려보는 건 돈이 되지 않는다. 판매 부수에 그다지 보탬이 되지 않다. 하지만 생각보다 이런 시스템은 작가에게도 유용하다.      


독립출판으로 책을 만들어 파는 입장에서 솔직히 말하면, 독립출판은 일확천금을 안겨다 주지 않는다. 적자만 면해도 성공이라고 할 정도로.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독립출판은 돈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책을 낸다. 자신의 돈을 써서라도 책을 만든다. 대체 왜 그러겠는가. 답은 하나다. 읽어주길 원해서. 누군가 자신의 글을 읽어주기를, 목소리를 들어주기를, 그리고 공감해주기를 바라서이다. 책이 많이 팔리는 것만큼이나 내 책을 읽어주고, 어떠한 형태로든 독자와 교류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책을 빌려주는 시스템은 작가에게도 이롭다. 부담 없이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내 책이 더 많은 이들에게 가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독자가 한없이 늘어나는 일, 내 책을 한 번이라도 더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일. 책을 만드는 입장에서 그건 책을 파는 것만큼이나 소중하다.     


그래서 독서관의 대여 시스템은 책방과 독자, 작가 모두에게 유익하다. 책방은 독특한 컨셉을 지닐 수 있으며, 독자는 책을 무한정으로 읽어볼 수 있고, 작가는 책의 노출 빈도를 늘려 인지도를 다지고, 팬층을 확보할 수 있다.      


아주 약간의 아이디어, 생각의 변주로 이렇게 여러 이점을 만들어내다니, 참 놀랍지 않은가. 매번 느끼는 거지만, 아이디어란 참 까탈스럽고도 신기한 영역이다.      



독립출판을 독려하는 책방     


독서관은 독립서적을 대여하고, 판매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독립출판의 장을 마련하기도 한다. 시작은 책을 읽는 것부터이다. 독서관에는 여느 서점처럼 독서 모임이 있다. 기수별로 진행되는 독서 모임은 끝날 때마다 간단한 소감문을 작성하는데, 이때 작성한 소감문은 책방의 한쪽 벽면에 그림처럼 붙어 있다.     

 

다음으로 글을 쓴다. 독서관에는 여러 창작 클래스가 진행되는데, 그중에서 책방이 내세우는 건 ‘요일 작가’와 ‘일기장’ 출판이다. ‘요일 작가’는 7명의 작가들이 두 달간 4편의 창작물을 만드는 글쓰기 모임으로, 함께 창작과 합평의 기간을 동행한 후 최종 결과물은 독서관의 뉴스레터(이메일)를 통해 발행된다. 또한 ‘일기장’은 자신의 일기를 책으로 출판해 볼 수 있는 프로젝트로, 30페이지 이상의 글이 있으면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인스타툰 클래스 등 텍스트 외적인 창작을 함께 공부하고 뉴스레터 등으로 발행하기도 한다. 


독서관은 이처럼 독자이자 동시에 예비 작가이기도 한 이들의 창작을 독려한다. 글이나 그림 등의 창작물을 공개할 수 있는 장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독립출판’이라는 단계로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는 징검다리를 마련해 준다.      



이 서점에는 <오로라 이엘로>가 있다      


그렇다. 독서관에는 내 책이 있다. 나의 두 번째 소설 <오로라 이엘로>가 있다. 지금부터 책방에 있던, 나의 위대하고 고귀한 두 번째 책과의 접견이 어땠는지를 간단히 풀어보겠다.     

 

우선 가장 기분 좋았던 포인트, <오로라 이엘로>는 매우 좋은 자리에 있었다. 책을 입고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책은 책방 입구에 있는 신간 코너에 있었는데. 가장 눈이 잘 가고, 손이 잘 닿는 칸에 세워져 있었다. 책방을 방문할 때마다 내 책의 위치는 은근히 신경 쓰이는 포인트인데, 독서관에서 좋은 곳에 책을 배치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었다.      


좋은 자리 덕분이어서 그런지, 판매 소식도 있었다. 책이 입고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기여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갔는데, 벌써 누군가가 책을 사 갔다는 소식에 기분이 하늘 끝까지 솟아올랐다. 내 책을 빌려 본 사람도 있었다. 책을 빌려보고 나서 ‘독서 한 줄 평’을 남긴 이도 있었다.      



‘독서 한 줄 평’은 책갈피 크기의 종이에 독자의 짧은 감상평을 남기는 것으로, 독자와 작가를 연결하는 독서관만의 시스템이다. 독서관을 둘러보다 다른 책에서 독서 한 줄 평을 먼저 발견했던 터라, 내 책에도 꼭 독서 한 줄 평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천만다행히도 누군가가 내 책 사이에 자신의 짧은 감상문을 꽂아 두었다. 


다만, 내 책에 꽂힌 감상문은 정말 ‘정직한’ 한 줄이었다. 이름이 ‘독서 한 줄 평’이라서 그랬는지, 진짜 정직하게 단 한 줄만 적혀 있었다. 다른 책에서 이미 너무 정성스러운 독서 한 줄 평을 봐 버린 터라, 내 책의 독서 한 줄 평을 보자마자 너털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서운하지는 않았다. 종이에 적힌 감상이 ‘재밌었다, 즐거웠다’ 정도의 가벼운 한 줄이 아니어서였다. 딱 한 줄밖에 없던 독서 한 줄 평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진정한 행복은 무엇일까. 


소설 <오로라 이엘로>의 핵심을 관통하는 말. 한 줄뿐이었지만, 한 줄만으로도 충분했던 말. 그래서 감사했다. 책을 쓴 작가의 심리를 정통으로 간파해 주셔서.     



이번 서점에서는 엄청 웃긴 책을 구매했다. 제목은 <제목은 정하지 못했습니다. 제 이름도 제가 정하지 못한 걸요 (엄지용 시집)>. 시집인데 제목부터 제법이다. 범상치가 않다. 심지어 내지는 위아래가 뒤집혀 있었다. 그래서 책을 읽으려면 거꾸로 들어야 한다. 무조건 우스꽝스러운 행색을 하고서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이다. 세상에. 이런 당황스러운 유머라니. 너무 내 스타일이었다. 재치 있는 걸 그냥 넘기지 못하는 나는 당장 책을 집어 들고 카운터로 향했다.     


아, 그리고 나도 독서 한 줄 평을 남겼다. 앞부분만 아주 조금 읽고 쓴 거라, 책의 모든 부분을 헤아리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최대한 성심성의껏 남겼다. 작가님이 언젠가 책방에 방문해 책을 열어보았을 때, 작은 기쁨을 드리고 싶어서. 독서 한 줄 평을 보며 내가 느꼈던 감동을 살포시 떼어 되돌려주고 왔다.      



독서관은 독립출판물들이 궁금하긴 한데, 구매하기는 조금 망설여지는 분들께 추천한다. 이곳에서는 방대한 독립서적들을 마음껏 넘겨 보며, ‘독립출판물’이 무엇인지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으므로. 다양한 독립서적을 넘나들며 내가 독립서적을 좋아하는지, 그렇지 않은지. 구매할 정도로 열정이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끝없이 확인해 볼 수 있으므로.     


그러니 독서관을 방문해 보시라. 부담 없이 가 보시라. 부탁이니 원 없이 빌려보시라. 이런 좋은 기회를 그저 지나치지 말고, 새로운 장르를 꼭 한 번쯤 탐방해 보시라! 



독서관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dokseogwan/




그달 모나 Monah thedal


링크트리 : https://linktr.ee/monah_thedal

모나 유튜브 : https://www.youtube.com/@monah_thedal

모나 인스타 : https://www.instagram.com/monah_thedal/

모나 브런치 : https://brunch.co.kr/@monah-thedal#works

모나 블로그 : https://blog.naver.com/monah_thedal


매거진의 이전글 출판사도 없는 독립출판 책, 영풍문고에 입고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