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은 암세포뿐만이 아니라 정상세포까지 죽이는 독성물질이다.
암이라는 병이 걸린 환자라고 모두 다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병원에서 진행하는 치료방법으로는 수술, 항암, 방사선 치료가 있다.
하지만, 수술, 항암, 방사선 치료가 가능한 환자는 전체 암환자의 50%도 되지 않는다.
전이가 된 4 기암의 환자의 경우는 그 비중이 더 감소된다.
20% 정도만이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암환자 중 수술, 항암, 방사선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장기의 특성상 수술을 할 수 없는 암이 더 많으며, 항암제를 투여해도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
그리고 항암제가 없는 암의 종류가 더 많다.
의학이 많이 발전하고 나아졌다고 하지만, 특정암의 특정 유전자가 있는
일부 환자에 한해 표적 치료제나 면역 치료제가 만들어졌을 뿐이다.
나머지는 *세포독성 항암제이다. 나에게 투여된 항암제도 세포독성 항암제이다.
*세포독성 항암제: 그림 1 설명 참고
*세포독성 항암제는 세포 독성 물질로 이루어진 항암제로, 빠르게 자라는 암세포의 특성을 이용하여
암세포 공격을 하는 약제이다. 이 과정에서 빠르게 자라는 특성을 지닌 정상세포들,
즉 혈액세포, 구강에서 항문까지의 점막세포, 모근세포, 생식세포 등에 영향을 미치면서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
암에 대해 항암에 대해 잘 몰랐던 2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항암제는 암세포를 죽이며,
암을 치료하는 치료법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항암제는 암을 치료하는 약이 아니었다.
암도 죽이고 몸전체를 다 죽이는 독약물질이었다.
항암을 하기 전에 항암에 대한 책자를 주고 간호사님께 간단한 교육을 받았다.
제목은 항암치료방법이 아닌 항암화학요법이라고 기재가 되어 있었다.
이런 타이틀을 선택한 이유가 항암은 치료법이 아니라는 것을 암시한다고 생각했다.
암세포는 빠르게 분열한다. 세포독성 항암제는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들을 공격하고 죽이는 독성물질이다.
이로 인해 빠르게 자라는 정상세포들도 어쩔 수 없이 공격을 받아 함께 죽게 된다.
그래서 여러 부작용들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항암제가 없는 암이 더 많고 항암이 모두에게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항암제를 투여한 이후의 결과는 의사도 단언 할 수 없다. 당연히 환자도 알 수 없다.
몸이 약을 받아들이고 암을 정말 공격해서 없어지게 하는지는 항암제를 몸에 투여해 봐야 아는 것이다.
나와 동일한 검사를 진행하고 결과가 비슷한 환자들이 항암제을 사용 했을 때, 효과가 있었다는 임상효과를 토대로 나도 동일한 약을 쓰는 것이다.
그래서 희귀 암이나 남들이 많이 걸리지 않는 기존에 모수가 적은 병들은 표준화된 치료법이 없고, 치료가 힘들다.
일반 병원에서 암을 치료하는 방법은 수술을 하여 암덩어리를 도려내는 방법, 항암제를 투여하여 암이 없어지길 바라는 방법, 방사선을 쏘아서 암의 잔여세포를 죽이는 방법의 3가지가 있으며 심플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치료를 하며 나타나는 반응은 개개인에 따라 모두 다르다.
모두의 유전자와 생김새가 다르듯 같은 항암제를 쓰고 동일한 수술을 해도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산다.
암밍아웃을 한 후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나 아는 누구도 10년 전에 암에 걸렸는데, 아직도 재발 없이 살아있어."
"그거 아무것도 아니야.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암으로 안 죽어"
"그래서, 치료는 어떤 걸 하는 거야, 하면 언제 낫는 거야?"
"왜 암이 걸린 거래? 너는 몸에 나쁜 거 하고 그러진 않았잖아."
"최근에 스트레스 심하게 받은 적 있어? 스트레스는 풀어야 하는데,,, 모든 얘기해!!"
"4 기면 심각한 거 아니야? 고쳐질 수는 있는 거지?"
"거기 보다 00 병원에서 지인이 치료해서 나았다고 잘한다고 하던데, 병원도 여러 군데를 가봐."
"그래서 넌 지금 어떤 상태야? 맛있는 거 먹자. 잠깐 보자."
"너무 가려먹기보다 그냥 다 잘 먹어야 된대. 내가 암치료된 사람한테 들었는데 상관없다고 하더라고... "
"헐... 그럼 너는 치료 중에는 아무도 안 만날 셈이야? 혼자 있으면 안 돼!"
혈액형으로 4가지의 인간유형을 나눈다 해도 MBTI로 16가지의 성격을 나눈다 해도 모든 사람이 동일한 상황에 놓였을 때 완벽하게 같은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개개인의 환경과 각각이 경험한 세상의 어제와 현재가 다르고 미래가 틀릴 수 있는 것처럼 병도 마찬가지다.
각자의 체형 생김새와 얼굴과 목소리와 지문이 모두 다 다르듯이 유형화돼서 나눌 수는 없다.
몸 안의 병은 외관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도 아니다. 모두의 유전자가 다 틀리듯 병증을 야기하는 어떤 물질이 몸 안에 생성이 된다면 그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수 천억 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위의 '누군가'의 대화법은 나를 걱정하고 위로의 말을 해주며 나에게 희망을 주는 표현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들 뿐이었다. 나는 병이 걸린 죄를 지어 취조를 받는 느낌이었고,
내가 잘못하지 않았다는 것의 증거를 찾아 변명해야 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는 암이 걸려서 생존한 그들의 지인들과 같지 않았으며,
치료는 일단 항암으로 시작은 하지만 경과를 보며 계속 치료방법은 변경될 수 있으며...
1년이 걸릴지 10년이 걸릴지는 알 수 없다는 것, 객관적인 수치를 보면 몇 년 안에 사망한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는 것,
이제 와서 병이 왜 걸린 건지는 나에게는 그다지 중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것,
스트레스 관리는 걱정하지 않아도 알아서 하고 있었다는 것,
심각하지만 나을 수 있는지는 의사도 그 누구도 알 수 없다는 것,
암이 자랄 수 없게 나의 몸의 환경을 바꾸기로 해서 이제부터 암에 좋지 않다는 모든 것은 섭취할 생각이 없다는 것,
그리고 나쁜 것을 몸에 안 하더라도... 그냥 교통사고가 갑자기 나고
태풍과 지진, 홍수 같은 재해가 하루아침에 일어난 것처럼...
암은 누구나에게 생길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것,
암진단 이후 단시간에 나의 머릿속에 욱여넣었던 암에 대한 정보들을 나열하며...
암세포는 모두에게 매일 생겨나고 없어지고 있으며,
어떻게 소멸되고, 어떻게 다시 생겨나는 지,
그리고 암이 발현되는건 우연히 몸에서 운이 없어서 생겨나는 거라는
얕은 지식들을 융합해서 변명하듯이 말해야 했고, 설득하고 싶었다.
물론, 난 치료 초기인 지금은 외관으로 보이기에는 지극히 정상인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몸 안에서의 항암제는 몸의 모든 기능을 저하시키고 있다.
구강부터 항문까지 모든 점막세포, 모근 세포, 생식세포를 죽이며
그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
손과 발에 감각이 둔해해지고, 힘이 없어지고, 모든 근육들이 멈춰버리고,
조금씩 슬로우 모션으로 움직이고 있는 느낌이다.
평소와 같은 속도로 음식을 먹으면 안 되며, 손과 발에 힘이 없어지고,
모든 뼈와 관절의 마디, 마디에 통증이 올라왔다 내려갔다 하고 있다.
그리고 전기가 오는 것 같은 찌릿함이 피부에는 끝쪽에는 지속되며
몸 속 안쪽에서는 폭죽이 터지는 것 같기도 하고 레이저를 쏘는 것 같이
순간 순간 움찔 움찔 하다.
통증의 강도가 약하거나 강하거나의 차이이지, 통증은 지속된다.
그래서 일반 사람보다 천천히 걷게 되어야만 하고,
마시는 것도 먹는 것도 의도적으로 밀어내지 않으면 다시 올라올 것만 같다.
내 몸에 중력이 반응을 안하는 건가 의심이 들 정도이다.
괄약근도 힘이 안들어가 화장실 가는것도 평소 같지 않다.
항암제는 혈액과 면역세포를 만들어 내는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의 감소로 골수 기능이 저하되어
감염과 빈혈, 출혈 등의 위험이 높아진다.
정상인이라면 감기로 끝날 상황이 항암제를 투여한 환자에게는 폐렴이 될 수도 있으며,
기분 좋게 시원하고 상쾌한 바람을 쐬는 것만으로도 발열이 나서 응급실에 가야 한다고 한다.
만약, 열이 나게 되면 해열제먹거나 로컬 병원에 방문하지 말고 나의 병증이 기재된 의뢰서를 가지고
꼭 응급실을 방문하라고도 말씀하시면서 병원에서는 주의사항을 설명하며 조심해야한다고
한 번 더 각인 시켜주었다.
하지만 이런 모든 것들을 감수하면서
사람이 많은 곳으로 나가 불특정 다수와 접촉하며 감염 위험을 높이며,
굳이 밖으로 나가서 설명하고 싶지는 않았다.
유선으로도 텍스트로도 변명과 설득의 말을 할만한 에너지가 나에게는 없었다.
어쩌다 그렇게 된 거 같다고... 나도 잘 모르겠다고, 나을지 죽을지 의사도 나도 모르는 거라고...
그냥 그렇게 성의 없는 답변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나의 생각을 말한다면,
'나에게는 무엇이 남을까'라고 대화의 시뮬레이션을 머릿속으로 해보았다.
그들에게 아마도 암은 다른 세상 이야기일 것이다.
사람들은 나에게 닥친 일이 아니면 자세하게 알려고 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지 않는 일이고,
유튜브 숏츠나 인스타에서 잠깐 보고 넘기는 그 정도의 약간의 놀란 뉴스일 뿐이다.
또한 '누군가'는 그들의 지인들에게 메신저로
'나 아는 사람이 갑자기 암 4기 걸렸잖아, 그러게... 그렇게 돼서 어째'라고
가십거리로 퍼다 나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암환자인 내가 하는 말들도
'암이 걸린다면, 나는 저렇게 못할 거 같은데... 얼마나 힘들면 저렇게 되었을까 '하고
안되고 불쌍하게 보며,
굳이 자신에게는 절대 올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병이자,
암에 대한 TMI 정보들의 대화를 종결시켰으면 할 수도 있다.
암 진단을 받은 환자가 가족과 지인들에게 자신의 암을 알리고 오픈하게 되었을 때,
모두들 놀라며 모든 궁금증이 폭발하게 된다.
대부분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을.... 나를 위로하며 치료 잘 받을 수 있기를 함께 응원해 주고
기도해 주었다.
하지만 일부는 치료에 대한 결과를 '그냥.... 잘 될 거야'라고
환자의 사전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혼자서 생각하고 스스로 판단하여 결론을 내리고,
머릿속에서 바로 나온 단어를 필터 없이 입으로 뱉어낸다.
이것을 예시로 다른 상황에 대입하여 설명하자면, 아래와 같은 자녀의 교육에 관한 두 엄마의 대화의 맥락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였다.
(글을 읽으며 누군가는 적절한 비유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고등학생을 자녀로 둔 엄마가 두 명 있다. 두 명의 엄마는 꽤 오래 알고 지낸 친구이다. 서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자녀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남의 아이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아니면 아주 약간의 정보만 (친구의 아이는 내 아이보다 한 살 어린 고2이고 내년에 고3이 될 거라는 정도의 정보 정도만) 있는 상태에서 아래와 같은 말을 했다고 생각해 보자.
'우리 애가 이번에 수시를 넣었는데 서울대 의대에 붙었어, 그러니 너의 애도 수시를 넣으면 서울대 의대에 붙을 거야.'
라고 말한다면, 대부분은 '저 여자가 왜 저러지...'라고 생각할 것이다.
맥락이 없는 대화이다.
고3이 되더라도 대학을 가기 위한 준비를 안 할 수도 있는 것이고, 서울대 의대를 가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가고 싶다고 누구나 서울대 의대 수시를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대방의 아이는 서울대 의대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있는 성적이 안될 수도 있는 것이다.
만약 (가로) 표시대로 친구의 아이도 동일한 환경이라고 가정하고 아래와 같이 물어본다면,
그래도 납득이 간다.
"우리 애는 (중학교 때는 전교 1등을 놓쳐본 적이 없고, 아이큐가 150이야. 엄마와 아빠가 둘 다 의사이기도 해서 어릴 때부터의 의사의 꿈이 있었어. 집에서도 병원과 환자에 대한 대화를 많이 했고 TV와 유튜브 등으로 의학에 대한 지식도 상당히 많아. 그런 점들이 모두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수시 면접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해.) 그래서 수시를 넣었는데 서울대 의대에 붙었어.
너의 애도 우리 애와 동일하게 (중학교 때 전교 1등을 놓쳐본 적이 없고, 아이큐가 150이잖아. 엄마와 아빠가 둘 다 의사이기도 하네. 그리고 어릴 때부터의 의사의 꿈이 있었다고 했지? 집에서의 병원과 환자에 대한 대화와 TV와 유튜브 등으로 의학에 대한 지식도 상당하겠다. 그런 점들이 모두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면 수시 면접에 긍정적으로 작용될 수 있을 거야)
그러니 너희 애도 내년에 수시를 넣으면 서울대 의대에 붙을 수 있을지도 몰라"
하늘 아래 모든 똑같은 동일한 사람이 없듯이 같은 환경에 놓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영화에서 나오는 평행세계가 존재한다 해도 동일한 사건이 일어나진 않을 수 있다.
작은 날갯짓 하나로도 나비효과를 불러일으켜 결과는 180도 달라질 수 있다.
모두가 살아온 환경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라이프 스타일도 틀린데 같은 병을 진단받았다고 하여,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위 예시에서 기재한 것과 같이 남의 아이를 내가 모르는데 나의 아이와 동일시하는 것은
남을 배려하지 않고 대화한 상황인 것처럼,
내가 어떤 상황인지 암이 얼마나 퍼져있고 무슨 속도로 퍼지고 있는지...
그들도 전혀 알 수가 없는 상황인데도, 내가 다른 사람들처럼 잘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도
희망 고문으로 느껴졌다.
나는 암 중에서도 항암약이 잘 듣지 않는다는 난소, 복막암이며 그중 병기도 가장 높은 4기 환자이다.
담당 의사도 치료를 해봐야 알 수 있고, 정말 심각하다고 말한 상황에서...
"너는 무조건 나을 것이야. 잘 될 거야. 이겨내"라는 말을 지속적으로 듣다 보니 오히려
'내가 꼭 낫지 않으면 안 되는구나...'
'고통스럽다고 징징대지 말고, 건강하기 위해서 더 노력하고 힘을 내야만 하는구나.'
라고 나를 압박하고 부담을 주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성과가 잘 나오고 인정을 받고 칭찬을 받으면
정말 날아갈 듯이 기쁜 마음이 들다가도...
앞으로는 이것보다 더 잘해야지 되는구나. 나의 기대치가 이만큼 높아졌으니,
노력을 더 많이 더 오래 더 힘들게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나 자신을 더 갈아 넣었던 습관 때문일까?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건강하게 살아야만 되는 것이구나...
그렇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정말 노력했는데도 건강해진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절대 아닌데...
만약 결과가 좋지 않게 되었을 때,
내가 나에게 느껴질 실망감과 좌절감도 주변에서 실망할 얼굴들도 두려워졌다.
미래를 단언하기에는 여러 변수가 많다. 나의 환경과 생활습관, 식습관뿐만 아니라
외부 사회환경들도 병원에서의 문제도 생길 수도 있는 것이고... 알 수 없다.
물론 나는 치료를 더 잘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전력을 다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항암약도 잘 듣고 수치도 낮아져서 수술도 하고 *완전 관해가 되면 나도 너무 기쁠 것이다.
하지만 결과가 안 좋더라도 난 받아들일 것이다. 최선을 다한 것이랑 결과랑은 별개의 문제이다.
그리고 난소암은 *완전 관해 후에도 재발이 80%라고 한다.
이번 치료로 암이 없어진다 해도, 암은 언제라도 다시 생길 수 있다.
*완전 관해: 암은 완치가 되는 병이 아니다. 암이 영상검사상에서 보이지 않고 없어지는 것을 완전 관해라고 한다. 재발이 일어나지 않으면, 완치가 되는 것으로 추정이 되는 것이다.
또한, 내가 혹여나 치료가 되고 멀쩡하다고, 나와 같은 암을 가진 환자도 나와 같을 수는 없다.
반대로 다른 사람들이 다 고통 속에서 죽었다고 해도 나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나에게 부담을 준 그들이 밉진 않다. 다만 대화의 방법이 나와 결이 맞지 않았던 것뿐이다.
나도 과거에 위와 같은 맥락 없는 말들로 누군가에게 생각 없이 말하며, 상처를 줬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미 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기에...
나도 누군가에게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한 번, 두 번, 세 번 생각하고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말을 잘할 용기가 없으면 아무 말도 안 하는 게 차라리 낫다고 생각했다.
암카페를 가보니 항암을 패스하고 싶다는 글이 많이 있었다.
일부 수술이 가능한 암 중에서 초기암환자는 수술을 먼저 하는 경우가 있다 보니 수술 후에 재발 목적으로 하는 항암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항암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부작용 때문이다.
항암의 부작용은 개인별로 다 다르며 발현되는 증상도 천차만별이다.
부작용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으며, 부작용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사례도 정말 많다.
항암제를 맞으면 그 독성물질은 몸에 계속 남아있으며,
차수가 올라갈수록 부작용의 강도는 더 심해진다고 한다.
내가 알고 있었던 몇몇도 건너 알고 있었던 분들도
항암을 하다가 급 호흡곤란으로... 잘 먹지 못하여... 체중이 많이 줄어들고,
항암으로 인한 합병증이 추가적으로 오는 바람에 고생만 하다 소중한 사람들이 하늘나라로 갔다.
그런 경험을 본 가족들과 주변인은 '나는 절대로 암에 걸려도 항암을 하지 않겠다.'라고
다짐하는 사람들도 많다.
온라인으로 여러 채널을 검색해 보니 도시에서 떠나 자연에 터를 잡고 살며,
식이요법으로 치료를 하는 사람도 꽤 많은 것 같다.
물론 그렇게 하여 생존이 길어진 사람도 암이 줄어든 사람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항암제를 투여하는 치료를 하기로 정했다.
항암제는 처음에는 효과를 보여도, 몇 번만 맞음 곧 내성이 생긴다고 한다.
그래서 같은 항암제를 오래 쓸 수는 없다. 항암제를 쓴다고 해도 모두가 암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는 암이 더 커지는 경우도 있다.
항암제의 효과가 안 나오면 더 독한약을 추가하고, 항암제를 변경해서 맞고,
그래도 안되면 신약이나 임상약으로 추천이 들어간다.
그러면서 환자의 면역 체계는 망가지고, 체력은 더 떨어지고 환자도 초조해지며, 병증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또한, 항암제 투여 후 다음 항암까지 혈액수치가 정상으로 올라오지 않고,
환자의 체력이 떨어지면 항암을 지속 할 수 없다.
그것은 이미 심한 폭격을 맞아 몸을 일으킬 수 없는 사람에게 또 다시 기관총을 쏘는 격인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항암을 쉬게 되면 암세포가 더 세포를 분열하여 몸을 더 망가뜨릴 수 있는 확률이 늘어난다.
그래서 결국은 암이 온 몸을 지배하며 암에게 잡아 먹히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항암제를 몸에 투여한다는 것은 정말 무서운 것이고
몸 속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을 내가 통제할 수는 없다.
항암화학반응이 내 몸에 어떤 결과를 불러 일으켜올지 모르고, 컨트롤 할 수 없지만,
나의 머리로 내가 직접 행동하여 할 수 있는 것들은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항암제로 망가진 면역 기능 저하를 막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보았다.
나는 의료계에 종사하지도 않고, 기본적인 의학적 지식도 없다.
세포가 어떻게 생성되는지 암이 혈액을 타고 돌아다닌 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몸에 있는 장기들의 위치도 이름도 몰랐다.
암에 걸린 후에는 관심도 없던 암에 항암을 하게 되며,
암과 항암제에 대해 모든 것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구글과 네이버 검색, 수십 개의 유튜브 영상을 보았고,
Chat GPT와 Claude 등의 AI와도 많은 대화를 하였다.
(사람과의 대화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나와 비슷한 난소암과 복막암, 전이암에 대한 의학 논문들까지 찾아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내가 논문을 쓸 때도 이렇게 오랜 기간 많은 자료를 집중해서 찾아보고 읽진 않았던 것 같다.)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것을 스펀지처럼 습득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며...
나의 환경이, 나의 관심사를 만들고, 나를 바뀌게 하는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또.. '나에게 암이 온 것도 이런 상황에 내가 놓인 것도 어떤 이유가 있어서였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항암제는 암의 종류에 따라 개인의 유전자에 따라 그 종류는 수십 개다.
내가 맞는 항암제를 기준으로 설명하겠다.
암진단 후 육안으로 보이는 종양으로 수술을 할 수 있는 상황이면 수술을 먼저 시행하고 항암요법을 추가하게 되며,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는 항암제를 먼저 투여한다.
암종양이 너무 크거나 상태가 안 좋은 경우에는 선행화학요법을 시행하며,
암사이즈가 줄어들어 수술을 하게 될 수 있는 상태가 확인이 되어야만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
나는 난소암에서 종양이 너무 크거나 상태가 안 좋은 경우의 표준치료가 들어간 상태이다.
표준치료는 아래 3단계로 진행되게 된다.
표준 약제는 Paclitaxel + Carboplatin (*TC regimen)으로
3주 간격으로 6사이클 시행이 일반적이라고 검색하니 나와 있다.
1) 선행화학요법 (Neoadjuvant Chemotherapy) : 항암제 3~6회
2) 간소화 수술 (Interval Debulking Surgery)
3) 잔여 항암치료 : 항암제 3~6회
현재(25.4월 말 기준으로) 나는 3차 항암까지 완료된 상태이다.
*TC Regimen : TC regimen은 난소암을 포함한 여러 암에서 사용되는 항암치료 조합의 이름이야. 여기서 "TC"는 두 가지 약물의 앞글자를 따온 것이다.
T - Paclitaxel (파클리탁셀)(영어: paclitaxel, PTX)은 탁솔(영어: Taxol) 등의 상품명으로 판매되는 약물로, 난소암, 식도암, 유방암, 폐암, 카포시 육종, 자궁경부암, 췌장암 치료를 위한 항암요법에 사용된다.
C - Carboplatin (카보플라틴)은 여러 형태의 암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는 화학요법 약물이다. DNA를 손상시켜 세포가 복제되지 못하게 하며 백금(Platinum) 기반 약물이다. 치료 질병에는 난소암, 폐암, 두경부암, 뇌암 및 신경아세포종이 있다. 정맥 주사로 투여된다.
이 두 가지 약제를 투여하는 것을 카보+탁셀 조합이라고 불리며 난소암의 표준 항암치료법 조합이다.
나의 담당 교수는 1차부터 3차까지는 파클리탁셀이라는 항암제와 카보플라틴이라는 항암제 2가지를 3주 간격으로 맞게 되며, 이후 CT검사를 한 후 암세포가 얼마나 줄어들었는지 경과를 보고 수술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씀 주셨다.
항암제를 투여하고 3주 후인 다음 항암 차수가 오기 전 채혈과 요검사를 한 후 검사 결과로
담당의사와 외래 진료를 하고, 이후 항암을 진행하게 된다.
혈액 수치가 안 좋거나 항암 부작용이 심해 체력이 너무 떨어진 경우에는 다음 차수 항암을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체력과 면역관리가 정말 중요하다.
내가 투여하는 세포독성항암제는 카보+탁셀은 IV 주사(정맥주사, Intravenous injection)로 맞게 된다.
항암제는 5시간 정도로 장시간을 맞아야 된다.
항암제가 점성이 있고 끈적이는 제형이라 빠르게 맞으면 혈관에 무리를 줄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항암제 투여 직후 호흡곤란등의 과민반응이 바로 나타날 수 있어 부작용을 방지를 위한
전 처치 약도 처방이 되어 총 주사약은 4개를 맞게 된다.
(나도 전 처치 약 → 항암제 파클리탁셀 3시간 정도 → 전 처치 약 → 항암제 카보플라틴 1시간 정도
순서로 맞았다.)
IV 주사는 일반적으로 팔이나 손등에 맞는다.
하지만 이와 같은 IV주사는 아래와 같은 단점이 있다.
감염 위험: 바늘이 정맥에 오래 머무르면 감염 가능.
정맥 손상: 잘못된 삽입이나 장기간 사용 시 혈관 손상.
불편함: 이동 제한, 통증, 부종 등의 불편함이 따를 수 있음.
위와 같은 단점을 보안하기 위해 항암제를 장기간 맞아야 되는 환자는
케모포트를 몸에 삽입하여 정맥 주사를 맞으며, 나도 케모포트 시술을 하였다.
케모포트(chemoport)는 정확히는 중심정맥관 포트(central venous port)로
주로 장기간 정맥 주사가 필요한 환자, 특히 항암화학요법을 받는 환자에게 삽입한다.
주기적으로 항암제를 안전하게 맞기 위해 삽입하는 기구로, 보통 심장 쪽의 피부 밑에 있으며 약물의 투입구만 피부 밖으로 나와 있고 동전크기만큼의 튀어나온 정도로 외관상 잘 보이지 않는다. 일반적인 정맥 카테터보다 오랫동안 몸 안에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포트 사용 역시 감염의 위험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청결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케모포트의 특징은 포트는 직경 2cm 정도의 동그란 판을 수술의 통해 가슴위쪽의 피부 밑에 심어 매립시킨 후 봉합 합니다. 정상피부보다 약간 튀어나와 보입니다. 약물주입 시 특수전용 바늘을 삽입해야 한다.
▶ 나는 오른쪽 가슴 위쪽에서 목 쪽까지 케모포트 삽입 수술을 하였으며,
수술을 한 후 실밥 제거 전까지는 이틀에 한 번씩 소독을 하며 물이 들어가지 않게 하였다.
실밥은 목 쪽에 한 바늘, 케모포트가 삽입된 가슴위쪽으로 세 바늘이 꿰매져 있었다.
물이 들어가면 안 되기에 끈끈한 반창고를 계속 붙여놓아야 했다.
그래서 반창고를 띠고 다시 붙이는 과정에서 피부가 나중에는 다 해지고 까져서
수술한 부위보다 더 아팠었다. 마데카솔을 바르고 이후 대일밴드를 붙이고 이후에는 재생테이프도 붙여 까진 살이 올라오게 되었다.
2주 뒤 실밥을 제거한 이후에는 일상생활이 가능하지만, 수술 부위를 손으로 만졌을 때
삽입된 케모포트가 느껴진다. 그리고 정맥으로 이어진 줄도 만져진다.
무리한 운동을 하거나 케모포트를 압박하는 행동은 삼가야 된다.
만약 안에서 케모포트가 빠지면 정말 큰일 날 거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래서 지금도 언제나 조심하고 있다.
케모포트를 삽입하는 장점이자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장기적인 정맥 접근 확보
항암제 치료는 수개월~1년 이상 주기적으로 이루어진다.
반복해서 주사 바늘을 혈관에 찌르면 혈관이 손상되거나 굳어버려서 약물 투여가 어려워진다.
케모포트는 피부 아래에 삽입된 포트를 통해 언제든 약물 주입이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
2. 강한 약물로부터 혈관 보호
항암제는 대부분 혈관 자극성이 강해. 일반 정맥주사로 넣으면 혈관염, 조직 괴사 등의 부작용 위험이 크다.
케모포트는 중심정맥(심장 근처 큰 정맥) 으로 직접 연결되어 있어 자극이 덜하고 빠르게 희석된다.
3. 감염 및 통증 위험 감소
반복적으로 바늘을 찌르지 않아서 혈관 손상이나 멍, 통증이 줄어든다.
포트는 피부 밑에 완전히 삽입되어 있어서 감염률도 낮고, 사용하지 않을 땐 그냥 두어도 된다.
4. 수혈, 수액, 채혈 등 다목적 사용 가능
항암제 투여뿐 아니라, 수혈, 영양공급, 혈액채취 등 다양한 처치에 사용 가능해서 매우 실용적이다
케모포트까지 삽입하고 나서.... 드디어 항암 1차를 하게 되었다.
카보+탁셀로 발생될 수 있는 수많은 부작용들,
그리고 3월 중순 1차 항암을 시작으로 3주에 걸쳐 3번, 9주 동안
항암을 3차까지 진행한 나의 리뷰와 나의 항암 부작용에 대해서는
4화에 이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