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 후 건강한 균형식단
항암 치료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큰 부담을 안겨주는 과정이었다. 낯선 약물들은 내 몸의 에너지를 끊임없이 소진시켰고, 때로는 소화기관을 예민하게 만들어 음식 섭취마저 힘겹게 했다. 하지만 동시에, 나의 몸은 끊임없이 ‘나에게 맞는 영양분이 무엇인지’ 신호를 보내오고 있었다. 그 신호에 귀 기울이며 나는 건강한 식단을 구성하고자 노력했고, 치료 중에는 고단백 식단이 나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치료 초기에는 면역력을 강화하고 근육 손실을 막기 위해 단백질 섭취에 집중했다. 신선한 채소와 함께 단백질 공급원으로 생선과 해산물을 즐겨 먹었다. 때로는 기력 보충을 위해 소고기나 닭고기를 먹기도 했고, 부드러운 수육은 소화 부담을 덜면서도 영양을 채울 수 있는 좋은 선택이었다. 다만, 현미밥은 소화가 어려워 결국 부드러운 백미로 바꾸어야 했다. 항암 약물로 인해 에너지가 더욱 소모되는 탓에, 식사를 하고도 허기가 질 때가 있었고, 소화 불량 또한 흔했다. 이런 순간마다 나의 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분을 즉각적으로 보충해 주었다. 마치 섬세한 조율 과정을 거치듯, 내 몸 상태에 맞춰 유연하게 식단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했다.
항암 주사 투여가 끝난 이후, 내 몸은 이전과는 분명히 다른 방향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특별히 식단을 바꿔야겠다는 강한 결심을 한 것도 아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식탁 위의 선택은 자연스럽게 채소와 해산물 중심으로 옮겨가 있었다. 한때는 익숙하게 즐기던 육류 역시 더 이상 찾지 않게 되었는데, 흥미로운 점은 그것이 불편함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속이 무겁거나 탈이 나는 것도 아니었지만, 예전처럼 손이 가지 않았고, 대신 가볍고 깨끗한 식사의 만족감이 훨씬 더 크게 다가왔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된 식습관을 한국에서 유지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우리의 식문화는 여전히 고기와 백미, 밀가루와 면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외식은 물론 일상적인 식사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벗어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더불어, 그동안 아무렇지 않게 소비해 왔던 가공식품과 즉석식품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겉으로는 간편하고 익숙한 음식들이었지만, 그 안에 어떤 원재료가 사용되었는지, 얼마나 많은 첨가물이 포함되어 있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통조림 식품은 물론이고, 간장·고추장·된장과 같은 전통적인 소스들조차 제품에 따라서는 예상보다 많은 첨가물이 들어 있다는 점은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러한 현실을 마주하며 나는 무작정 배제하기보다는, ‘내가 납득할 수 있는가’라는 기준을 중심으로 식단을 다시 정리하기 시작했다. 소시지와 햄 같은 가공육과 라면 같은 가공 식품만 그 전에는 제한했다면 단무지나 어묵처럼 보존과 가공의 비중이 큰 식품들도 굳이 선택하지 않게 되었다.
기름에 대한 인식 또한 크게 달라졌다. 콩기름, 카놀라유, 해바라기씨유, 포도씨유처럼 흔히 사용되는 기름은 오메가 6 비중이 높아 좋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나마 좋은 올리브유와 아보카도 오일도 고온에서 반복 사용될 경우 성질이 변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고, 특히 외식에서 접하는 튀김 음식은 어떤 상태의 기름이 사용되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점점 멀어지게 되었다.
다만 모든 것을 극단적으로 배제하기보다는, 때로는 튀김옷을 덜어내거나 섭취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나만의 타협점을 찾아갔다. 결국 내가 선택한 방향은 ‘완벽한 통제’가 아니라 ‘선택의 기준과 빈도의 조절’이었다. 외식은 완전히 끊기보다 최소화하고,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샤브샤브나 생선구이, 두부 요리처럼 비교적 단순하고 재료가 명확한 메뉴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생활을 조정해 나갔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무엇을 먹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먹느냐에 대한 인식의 전환으로 이어졌다. 특히 ‘기름’과 ‘조리 방식’에 대한 이해는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과거에는 튀김을 단순히 칼로리가 높은 음식 정도로만 인식했지만, 이제는 고온 조리 과정에서 기름이 산화되며 다양한 물질로 변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반복 사용된 기름일수록 그 부담이 커진다는 사실을 체감적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실제로 기름진 음식을 섭취했을 때 느껴지는 더부룩함과 불편함은 예전보다 훨씬 뚜렷하게 다가왔고, 자연스럽게 조리 방식의 변화를 이끌었다. 집에서 요리를 할 때는 기름을 넉넉히 사용하는 대신 팬에 얇게 코팅하는 정도로 줄였고, 가능하면 찌거나 삶는 방식을 우선으로 선택했다. 들기름이나 참기름은 향을 더하는 용도로 마지막에 소량만 사용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으며, 기름이 연기를 낼 정도로 가열되지 않도록 불의 세기 또한 세심하게 조절하게 되었다. 한 번 사용한 기름은 다시 사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은 것도 이러한 변화의 일환이었다. 동시에 나는 나만의 기준 속에서 제한할 음식들을 보다 명확히 구분하게 되었다.
이렇게 육류와 가공육, 밀가루 음식, 설탕이 첨가된 디저트와 음료, 그리고 대부분의 가공식품과 튀긴 음식들은 일상적인 식단에서 제외되었고, 과일과 유제품조차도 섭취량을 엄격히 조절하게 되었다. 이러한 관리가 가능했던 것은 내가 먹는 음식과 양을 꾸준히 기록하며 스스로를 인지하려는 노력 덕분이었다. 소스류도 첨가물이 얼만큼 들어있는지 어떤 재료로 만들어져 있는 것인지를 보고 그나마 당분과 첨가물이 덜 들어있는 것을 택하게 되었다.
절대적으로 피해야 할 음식들은 또한 명확히 구분하였는데 발암 유발 가능성이 있는 붉은 고기, 즉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철저히 배제하기로 했다. 밀가루와 옥수수 면(우동, 칼국수, 냉면, 당면) 역시 마찬가지였다. 밀가루로 만든 시판 빵이나 과자, 초콜릿, 사탕과 같은 모든 디저트류, 설탕이 첨가된 음료, 잼, 과일청, 냉동포함 모든 가공식품 역시 엄격히 제한 대상이었다. 유제품 중에서는 우유는 아예 마시지 않기로 했고, 그릭 요거트는 아주 가끔, 작은 티스푼으로 3스푼 이내로만 섭취량을 조절했다. 과일 역시 망고, 복숭아처럼 당도가 높은 과일은 피하고, 딸기는 최대 5알, 오렌지나 귤은 1개, 사과 1/2개 정도로 하루섭취량을 제한했다.
외식을 할 때에도 기준은 분명해졌다. 단순히 먹고 싶은 메뉴가 아니라, 재료와 조리 방식이 비교적 투명한 음식을 선택하고, 해산물 역시 기름지거나 중금속 축적 가능성이 높은 어종(참치, 방어, 장어)은 피하며 작은 흰 살 생선을 중심으로 섭취하는 방향을 택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식단 변화가 ‘참는 과정’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오히려 예전에는 즐겁게 느껴졌던 고기나 가공식품의 냄새가 이제는 느끼하거나 인위적으로 다가오며 자연스럽게 거부감을 느끼게 되었고, 이는 내 몸이 필요로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고 있다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물론 이러한 방식이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나에게는 몸의 회복과 재발 방지를 위한 가장 설득력 있는 선택이었다.
결국 이 모든 변화는 단순한 식단 조절을 넘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가며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 여정이 일시적인 노력이 아닌, 앞으로도 계속 이어가야 할 삶의 방식임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현재의 나는 ‘무엇을 먹을 것인가’보다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며 하루의 식사를 구성한다. 아침은 하루의 시작을 가볍고 깨끗하게 열어주는 시간이다. 주로 양배추와 파프리카, 사과, 삶은 달걀을 기본으로 한 샐러드를 준비한다. 여기에 올리브오일과 발사믹 식초를 더하고, 바질페스토와 홀그레인 머스터드를 소량 곁들여 풍미를 살린다. 단순한 채소의 조합이지만, 신선한 재료 본연의 맛과 향이 어우러지며 부담 없이 몸을 깨워준다. 과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한 영양을 담아내는 이 한 끼는, 하루의 방향을 정돈해 주는 중요한 시작이 되었다.
점심은 조금 더 든든하면서도 여전히 몸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구성한다. 두부와 가지, 버섯, 당근,호박, 마늘과 양파,케일 같은 채소들을 위주로 찌거나 가볍게 조리해 먹는다. 때로는 아보카도 오일에 살짝 구워 들기름과 간장으로 만든 소스에 찍어 먹기도 하고, 소금으로 은은하게 간을 더해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다. 경우에 따라서는 현미밥과 함께 생선조림이나 구이, 김을 곁들인 한식 형태의 식사를 선택하기도 한다.
반찬으로는 멸치볶음과 시금치처럼 비교적 단순하고 익숙한 음식들을 더하고, 김치는 염분과 젓갈의 부담을 고려해 소량만 섭취하거나 백김치로 대체한다. 진미채처럼 가공된 반찬 역시 완전히 배제하기보다는 아주 소량으로 조절하며, ‘지속 가능한 식단’을 유지하기 위한 나름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완벽함보다는 현실적인 선택 속에서 무너지지 않는 기준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저녁은 하루를 마무리하는 식사로서, 과하지 않되 충분히 따뜻하고 안정감 있게 구성한다. 된장찌개나 국을 중심으로 한 일반적인 한식으로 밥은 현미와 파로위주의 백미를 먹는다. 공기의 3분의 2 정도로 양을 제한해 과식을 피한다. 식사 시간 또한 중요하게 생각하여, 가능한 한 오후 5시에서 6시 사이에 저녁을 마치고 늦어도 7시를 넘기지 않도록 한다. 이는 단순한 식단 조절을 넘어, 몸의 리듬을 고려한 생활 방식의 일부가 되었다.
간식이 필요할 때는 당도가 너무 많지 않은 생과일과 염분이 없는 볶음 캐슈넛이나 아몬드, 호두를 소량 섭취하며, 불필요한 당분이나 가공식품 대신 자연 그대로의 식품으로 허기를 달랜다. 이러한 선택들은 작고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하루하루 쌓이면서 몸에 주는 부담을 줄이고 회복을 돕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음료는 두유나 오트밀크, 아몬드브리즈 등으로 가끔 마시고 차도 루이보스, 캐모마일등 카페인 없는 티로 마신다. 디카페인 커피는 마시더라도 한 달에 2번 정도 먹는 걸로 생각하고 있다. 감자와 고구마는 삶아서 가끔 섭취하지만 유전자 변형 종자가 대부분 유통인 옥수수는 먹지 않기로 했다.
암진단 전에도 커피는 디카페인만 마시고 카페인은 거의 제한했으며 알코올은 체질상 맞지 않아 먹지 못하고 있었다. 암진단 전에는 달달한 디저트도 먹었지만 투병 이후 지금까지 과자, 빵, 초콜릿, 아이스크림 등은 혀에도 댄 적이 없다. 한번 먹는다고 당장 재발이 되는 건 아닐 테지만 먹는 것을 상상하거나 손을 대는 것조차도 기분이 아주 좋지 않아 졌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이 또 다른 강박으로 자리잡지 않기 위해서도 계속 신경 써야 할 것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식단을 하는 게 더 스트레스이고 유난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 정도를 타협하는 조차도 용납이 안되고 건강하지 않은 식단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먹고 소화시키고 병도 나한테 오는 것이다. 이건 맛있으니 또는 괜찮으니 먹어봐라는 것이 이제는 나에게는 챙겨주는 마음의 정이고 배려로 다가올 수 없다는 것은 조금 안타깝지만, 이제는 분명하게 선을 그어야 하는 부분이 되었다. 나에게 음식은 더 이상 단순한 즐거움이나 권유의 대상이 아니라, 내 몸을 지키기 위한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나의 식단은 철저한 제한과 통제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몸의 변화를 느끼고 그에 맞추어 조금씩 조정해 온 결과이다. 완벽하게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내가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는 선택을 지속하는 것은 가능하다. 때로는 소량의 양념이나 가공식품을 허용하며 숨을 고르기도 하고, 외부 환경 속에서 타협해야 하는 순간도 있다. 그러나 그 중심에는 언제나 ‘내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에 대한 질문이 자리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식습관은 단순한 식사의 문제가 아니라, 나 자신을 돌보고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앞으로도 나는 이 기준을 바탕으로,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건강한 식단을 이어가고자 한다.
다음은 건강한 수면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수면시간과 질은 장기적으로 건강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