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호르몬제 복용과 갱년기 증상

타목시펜 5년 복용 시작

by 레드베리RedB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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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호르몬제 복용


주사항암 이후 유지요법으로 유방외과에서는 타목시펜이라는 항호르몬제를 처방받아먹게 되었다.

약은 5년을 먹을 예정이라고 했다. 수술 후 조직검사에서 호르몬 양성 유방암으로 진단이 나왔고 유방암 중 호르몬 수용체 양성 환자는 수술 이후 재발을 줄이기 위해 타목시펜과 같은 호르몬 치료제를 복용하게 된다.

이 약은 에스트로겐이 유방암세포의 수용체에 결합하는 것을 막아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타목시펜은 유방암의 재발 위험과 사망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입증되어 있어 많은 환자들이 5년에서 길게는 10년까지 복용을 권장받는다. 재발과 사망 위험을 현저히 낮춰준다는 과학적 입증은 안심이 되었지만 '5년에서 10년'이라는 숫자가 주는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나의 경우는 일단 5년 복용할 것이라고 하시며 갱년기 증상이 많이 심해질 거라는 교수님의 말을 듣고

좀 힘들겠구나 예상했다. 사실 난소암이 몸전체로 전이되어 죽음의 문턱까지 생각한 나에게 고작 알약 하나 먹는 것이 무슨 대수인가라고 생각이 들며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암이라고 생각한 유방암에 대한 후속치료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맞이해야 할 갱년기를 치료를 위해 '선택'해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였다. 암은 제거되었지만, 내 몸은 매일 아침 약을 먹으면서 여전히 내가 '환자'임을, 그리고 여전히 '싸우는 중'임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병과 함께한 사투의 시간은 끝났고, 이제는 지루한 관리의 영역이 시작되었다.


타목시펜의 부작용


약을 복용한 후 일주일 동안은 약간 땀이 나고 좀 힘든 정도였다. 항암 때도 비슷한 증상이 있었기 때문에

조금만 지나면 적응되겠지 생각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더 힘들어졌다.

머리와 얼굴을 위주로 몸 전체적으로 열감이 나서 더워지면 선풍기나 찬바람을 쐐서 온도를 내린다. 그러면 갑자기 추워져서 또 옷을 더 껴입게 되며 좀 따뜻하게 하면 금세 더워진다. 그리고 또다시 더워지면 식은땀이 거의 그냥 뚝뚝 떨어지듯이 나오고, 또 바람을 쐬면 추워지고 또 더워지고 이게 계속 반복되면서 지치게 되었다. 리고 어지럼증과 함께 숨까지 막히는 것 같은 증상까지 더해 밤에는 잠을 잘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덥고 추운 것만 있고 중간이 없어진 느낌이었다. 몸이 항상 끈적거리는 상태였고 샤워를 한다 해도 바로 땀으로 또 샤워를 해야 되는 상황이었다.


찬물로 샤워하면 춥고 따뜻한 물로 샤워하면 추워지고 대체 어쩌라는 건지 대로 이렇게 약을 계속 먹었다가는 다른 병이 생길 것 같은 마음에 외래를 잡아 교수님 면담을 했다. 결론은 일단 약용량을 반으로 줄이는 걸로 합의했다. 그리고 수면제도 추가 처방해 주었다. 모든 사람이 이 정도로 다 겪으면서 약을 먹는 건가 후기를 찾아보니 대부분은 유방암 수술만 하고 약을 먹는 사람들이어서 나와는 케이스가 맞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더 증상이 심한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에스트로겐 수용체 조절제(SERM)인 타목시펜은 특정 조직에서는 에스트로겐 작용을 차단하고 다른 조직에서는 에스트로겐처럼 작용 한다고 한다.

타목시펜이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에스트로겐 수용체에 작용하여 체온 조절 중추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일시적으로 에스트로겐 수치가 낮아진 것처럼 뇌가 인식하고, 마치 몸이 과열된 것처럼 느껴 열감을 유발할 있다. 또한 에스트로겐은 혈관 건강에도 관여하는데, 타목시펜이 에스트로겐 신호를 변화시키면서 혈관이 갑자기 확장되어 열감이나 홍조를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타목시펜으로 인한 열감은 실제로 체온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체온 조절 시스템에 일시적인 혼란이 오는 것이라고 이해하 된다고 하는데 뭐가 됐든 결론은 실제 열감을 계속 느낀 다는 것이다. 몸전체가 열감이 난다기보다는 상반신 쪽으로 집중되어 나고 얼굴과 머리에 난로가 켜지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든다. 선풍기로 좀 식히면 괜찮지는데 땀이 마르면서 갑자기 추워지는 증상이 생긴다. 약 복용시작 시에는 날씨가 겨울이었다. 그래서 열감이 오를 때 창문을 열거나 잠깐 선풍기를 쐬는 식으로 금방 완화시킬 수 있지만 여름이었다면 더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약용량을 줄이고는 증상이 좀 약해지고 있다. 약복용 시작한 지 5개월째인 지금도 열감은 수시로 온다. 어지럼증은 없어진 건 아니지만 생활에 큰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이것도 적응이 되면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래도 사람이 많은 곳에 가거나 히터가 나오는 외부건물에 가는 것은 부담스럽다. 그래서 영하 10도인 겨울에도 손선풍기를 들고 다녔다.


그리고 타목시펜을 복용하면서 일부 환자에서는 혈당 대사에 영향을 받아 공복혈당이 조금 상승하거나 당화혈색소 검사 수치가 약간 올라가는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는데 나는 그 일부 환자에 해당이 되었다. 이것은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는 것과 관련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당뇨병 전단계로 보이는 수치가 나타나기도 한다고 한다. 건강검진에서 이제까지 전혀 혈당에 이상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전보다 당화혈색소가 상승한 것으로 수치가 나타났다. 식이요법도 태어나서 이렇게 안 좋은 것을 안 먹은 적이 없을 정도로 암투병 후 밀가루, 과당, 정제탄수화물, 튀김류, 커피를 포함한 카페인 음료, 과자, 아이스크림, 빵 케이크 등의 디저트류는 먹지도 않았고 항암 이후부터는 고기도 끊었는데 혈당이 높게 나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비건이 된 건 아니지만 육류를 먹지 않기로 한 건 탁월한 선택인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하는 사골 육수는 먹긴 한다. 눈으로 보이고 씹어서 넘겨야만 하는 고기는 먹지 않고 있다. 내 나름대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게 합리화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타목시펜을 복용하면 체중이 크게 증가하지 않았더라도 호르몬 변화로 인해 체지방이 늘거나 복부 지방이 증가하면서 살이 찐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일부 환자에서는 관절이나 근육의 통증을 경험하기도 하며 시력이 저하되는 것도 주요 부작용 중에 하나이다.

뇌에서도 에스트로겐 작용이 일부 차단되기 때문에 기분 변화나 우울감, 집중력 저하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환자도 있으며 특히 폐경 전 여성의 경우에는 생리 주기가 불규칙해지거나 생리가 멈추는 등 폐경과 비슷한 증상과 함께 질 건조증도 흔하게 나타난다. 나의 경우는 난소암수술로 이미 제거가 되어 강제 폐경이 되었기 때문에 폐경여성의 갱년기 증상도 함께 겪고 있다.

타목시펜이 자궁에는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작용을 할 수 있어 자궁내막이 두꺼워지거나, 아주 드물게 자궁내막암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정기적인 산부인과 검진은 필수라고 하는데 나의 경우 이건 해당이 되지 않는다. 이미 난소, 자궁은 수술 시 제거가 되어 위험성이 낮아진 건 그나마 다행인 것 같다.


또한 혈액이 끈적해져 혈관이 막히는 심부정맥 혈전증 위험이 약간 상승할 수도 있으며 간 수치가 상승하거나 지방간이 생길 수 있으므로 정기적인 혈액 검사를 해야 한다. 백내장이나 망막 변화 등 시력 저하가 나타날 수 있으며 불편하거나 이상이 생기면 병원에 가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이처럼 타목시펜은 여러 가지 신체 변화를 동반할 수 있지만, 유방암 재발을 줄이는 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에 치료에서 중요한 약으로 사용된다.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면 재발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먹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 재발이 안 되는 게 가장 좋지만 언제 갑자기 재발될지 모르는 것이다.

한 번 암이 발병된 몸은 암이 생기기가 더 쉽기 때문에 지금 괜찮다고 해도 확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먹을 수밖에 없다. 해가 갈수록 식단이나 운동 관리에 해가 갈수록 식단이나 운동 관리에 더 엄격해져야 한다는 사실이 때로는 버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좋아하던 음식도 끊고, 시도 때도 없이 차오르는 열감과 싸우며, 끈적이는 땀을 씻어내는 일상은 분명 이전의 삶과는 결을 달리한다. 하지만 엄격함은 나를 옥죄는 목줄이 아니다. 내일을 살아가게 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 생각한다.


고기를 끊고 정제 탄수화물을 멀리하며 내 몸을 정갈한 사찰처럼 만들어 가는 일, 그리고 '합리화'라 이름 붙였지만 나름의 선을 지키며 사골 육수로 기력을 보충하는 이 모든 과정은 결국 '나를 사랑하며 살게 하는 방식'의 다른 이름이다. 수치가 증명하는 몸의 변화 앞에 때로는 억울함이 밀려오기도 하지만, 약 용량을 조절하고 수면제의 도움을 받으며 나는 조금씩 이 낯선 몸과 타협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암투병 처음의 그 막막했던 공포는 이제 '견딜 만한 불편함'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완벽한 건강으로 돌아가는 길은 아닐지라도, 재발의 확률을 0.1%라도 낮출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해야 후회가 없을 것 같다. 또 항암을 하고 수술하는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암투병하기 전 회사 생활하면서 잠깐 몇 주, 몇 달이라도 쉬는 것이 바람이었을 때는 몸이 조금 아프더라도 편하게 누워서 아무 생각 하지 말고 쉬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몸을 혹사하며 달리던 회사 생활 속에서 내가 꿈꿨던 '아픈 상태의 휴식'이란, 사실 드라마 속 한 장면처럼 하얀 이불을 덮고 창밖의 햇살을 보며 평온하게 잠드는 낭만적인 풍경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병이 있어 아픈 상태가 되면 절대 편하게 누울 수 없고, 아무 생각을 하지 않고 쉬는 상태는 불가능하며 그냥 통증과 짜증과 힘듦이 계속되는 상태가 된다. '아무 생각 없이 쉬는 것'이야말로 건강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가장 사치스러운 특권임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당시의 현재가 힘들고 아픈 상태를 겪어보지 않았기에 그 정도는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나는 오만했었다.


다음화에서는 항암 이후 유지요법으로 넘어오며 식단을 재정비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이 삶에서 대부분의 즐거움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제한된 식단을 하며 사는 것은 쉽지 않다. 잠깐 몇 년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남은 일생 동안 계속 지키며 살아야 하기에, 나의 식단은 이제 '참는 것'이 아니라 '길들이는 것'이 되어야 하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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