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살 딸아이 생일이 코앞이다.
유치원 생일 파티를 앞두고 주인공이 될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딸이
어제저녁엔 미리 준비한 엘사 드레스와 흰색 구두를 신고 한껏 기분을 냈다.
이렇게 어여쁜 모습을 만천하에 알리고 싶은 딸의 바람을 실행시키기 위해
당장 할머니네와 이모네에 릴레이 영상통화를 걸었다.
반응은 예상대로 폭발적! 엄마인 나 역시 딸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부풀어 올랐다.
핏덩이 같던 아기가 이만큼 컸다니. 기분이 묘하구나.
영상통화를 마무리하고 끊을 때쯤
시어머니의 한마디
' 우리 아기 미역국 꼭 끓여줘라잉~ '
만약 내 생일이었다면 나에게 미역국을 꼭 끓여 먹으라고 하셨을 어머닌데
어젠 이 말이 조금 서운하게 들렸다.
친정엄마였다면 '내 새낀데 당연한 거 아니냐며' 쏘아붙였을 텐데
마음속의 말들을 꾹 삼켰다.
어머니께서 미역국을 당부하셨다는 얘길 하니 남편은 이렇게 대답했다.
' 미역국은 네가 먹어야지. 내가 아윤이생일 때 미역국 맛있게 끓여줄게. '
오 마이갓. 이 남자가 진짜 내 남편 맞나요?
동네방네 전화 걸어 남편자랑을 하고 싶은걸 꾹 참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