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먼지쯤?
부랴부랴 퇴근하고 저녁상을 다차리고 식탁에 앉으면
피로감에 푹 절여진 상태가 된다.
엊그제 저녁도 별반 다르지 않았는데
그날따라 눈뜨고 숨 쉬는 게 노동이라는 생각이 들다가
문득 밥 먹던 남편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별 뜻 없이 그냥 툭.
" 오빠는 다시 태어난다면 뭘로 태어나고 싶어?
나는 안 태어나고 싶다. 세상에 존재하고 싶지 않아. 우주의 먼지쯤은 괜찮겠다."
순간 남편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서운함. (의도는 그게 아닌데 푸념처럼 뱉은 말이었는데...)
침묵을 깨고 이번엔 남편이 식탁 맞은편의 아이에게 물었다.
"우리딸은 다음생애도 엄마아빠 딸로 태어나고 싶어? "
"그럼~ 당연하지!"
명쾌한 아이의 대답에 남편의 눈가가 한결 부드러워지던 그 때,
" 근데 엄마가 세상에 없으면 내가 태어날 수가 없잖아. 그건 안 되는 일이잖아."
순간 뜨끔. 시무룩해진 아이 얼굴을 보니 빨리 상황을 수습해야겠단 생각이 들어 얼른 말을 보탰다.
"아윤이가 엄마 딸로 태어나주면 엄마도 당연히 태어나야지.
앗! 그럼 아빠랑 다시 결혼해야 하나? 허허허"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는 뜻은 지금이 결코 행복하지 않다는 뜻은 아닌데.
부디 오해는 없기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태어남을 당했다.' 라는 댓글을 본적이 있다.
나도 아이에게 삶을 부정적으로 느끼게 하는것 같아 급 반성모드.
엄마니까 내 감정도 필터로 한번 걸러서 표현하고
아이 앞에선 조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