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2일 차
거실에서 푹신한 침대 매트리스를 깔고 잠자는 것을 특별한 이벤트처럼 좋아하는 우리 딸.
종종 " 오늘 밤은 거실에서 잘래!"라고 갑작스러운 제안을 해올 때가 있어서 거실 취침이 가능한 조건을 미리 얘기해 줬다.
1. 늦잠을 잘 수 있는 주말 (금/토) 2. 하루 전날 미리 얘기하기
저번주엔 미리 야외취침을 예약해서 디데이인 금요일 밤에 약속대로 거실 취침을 진행했다.
거실을 꽉 채운 매트리스에 요리조리 굴러다니며 폴짝폴짝 아주 신이 났다.
저녁까지 배부르게 먹고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한편 보니 어느새 잠잘 시간이됐다.
작은 수면등 하나 켜고 거실의 커다란 창도 활짝 열어두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캠핑까진 아니어도 충분히 특별한 기분이 들었다.
다음날.. 다시 매트리스를 안방으로 옮기려다 문득 든 생각! 이 참에 독립수면에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
딸에게 넌지시 방에서 혼자 자보는 건 어떠냐고 물으니 유치원의 단짝친구가 혼자서 잠을 잔다며 본인도 할 수 있다고 의기양양 대답했다.
사실 독립수면 도전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네 살에 한번, 다섯 살에 한번. 매번 첫 시도에서는 자신감이 넘쳤지만 매번 실패로 끝났던 독립수면.
이제 곧 여섯 살 생일도 돌아오니 한 번쯤 도전해 볼 만하지 않을까.
한번 잠들면 불을 켜고 모기를 잡고 난리부르스를 쳐도 안 깨는 아이기에 다시 도전해 보기로 했다.
# 대망의 독립수면 첫날.
말끔하게 치운 방에 은은한 캠핑 조명을 켜고 요즘 최애인형인 똘랑이까지 침대 위에 세팅했더니
여행지에 놀러 온 듯 신난 모습이었다. 은은한 조명을 켜고 서니 방 벽엔 그림자가 생겼는데 그게 또 좋아서 그림자 무도회라며 둘이서 손을 마주 잡고 파티놀이 한번 했더니 까르르 웃음이 가득했다.
그렇게 기분 좋게 침대에 눕고 외국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아이 이마에 뽀뽀를 하고 사랑한다는 말과 잘 자라는 말을 해주고 문을 조용히 닫고 나왔다. 늘 잠들 때까지 곁에 있었기에 두세 번은 나와서 물을 달라, 엄마가 옆에 있어달라 문이 열릴거라 생각했는데. 웬걸.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잠잠한 방안.
십 분이나 지났을까. 문을 열고 빼꼼 보니 쿨쿨 잠이 들었다. 이렇게 쉽게 성공하다니! 언제 이렇게 컸나 싶은 마음이 들다가 이제 새벽에 발차기 싸다귀 봉변당할 일은 없겠다 싶어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 독립수면 둘 째날.
남편에게 첫날의 성공담을 얘기해 주니 놀란 기색이었다.
둘째 날 역시 혼자 잠잘 수 있다며 자신감이 넘치는 딸. 그림자 무도회 파티에 아빠 한번, 엄마 한번 초대하더니 어제처럼 똘랑이를 안고 혼자 스르륵 잠들었다.
그런데... 독립수면은 진정 하룻밤의 꿈이었던 걸까. 아차차.. 애초에 육아란 예측이 불가능한 것이었지.
AM. 1: 10
새벽 한 시경.. 딸이 거실로 나오더니 목이 마르다며 물을 달라는 것이었다.
시원하게 물 한잔 마시고 다시 터벅터벅 자기 침대로 가더니 그대로 잠이 들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방이 좀 더운가. 다시 자기 방에 돌아가서 자는 걸 보니 진짜 성공이다 싶었다.
거실의 시원한 공기가 들어가도록 아이 방문을 활짝 열어두고 나도 잠에 들었다.
AM. 3:05
새벽 세시가 넘었을까..
누군가 내 옆에 서있는 기척이 느껴졌다.
눈을 부비고 서있는 딸..
"엄마.. 무서워.. 방에 혼자 있으니까 무서워.."
비몽사몽이라 남편 사이에 눕혀 재울까 하다가 독립수면의 핵심은
항상 자신의 방 침대에서 잠들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생각나 아이 손을 잡고 다시 방으로 갔다.
아이 곁에 함께 누우니 아이가 내 팔을 품에 꼭 껴안았다.
"잠들 때까지 엄마가 곁에 있어줄게. 잠들면 엄마는 다시 간다~"
혹여나 잠에서 깼을 때 엄마가 없으면 놀랄까 봐 얘기했더니, 고개를 끄덕끄덕.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잠이 든 아이를 보고 안방으로 건너갔다.
AM. 5:20
또다시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 이번엔 내 곁에 파고들어 침대 가장자리에 눕더니 이내 잠이 들었다.
이번엔 너무 졸려서 아이를 안고 다시 아이 침대에 눕힐 수도 없었다. 에라 모르겠다. 그렇게 나도 잠들었는데 아이와 남편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여 옴짝달싹을 못한 상태가 되었다. 결국 나는 거실 소파로 나가서 쪽잠을 자다가 아침이 밝아왔다.
간밤에 잠을 폭 못 잔 탓에 아이도 오늘따라 더더욱 일어나기 힘들어했다.
계속 이런 흐름으로 간다면 결국 분리되는 건 아이가 아니라 남편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 순 없다. 어젯밤 혼자 꿀잠을 자던 남편이 얄미워서는 아니고 아이가 주도적인 능력을 키웠으면 좋겠다. 주도적인 능력은 불안을 낮추고 자신감을 키우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특히 생존에 기본적인 행동들 먹고 싸고 자는것은 혼자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먹는 건 이제 혼자 잘 먹고, 응가 뒤처리는 집에서 연습 중, 수면 역시 연습해 볼 만하다는 것이 엄마의 생각!
오늘 아침 안방에 건너온 이유를 물어보고 방에서 또 혼자 잘 수 있겠냐 물어보니.
독립수면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겠다는 우리 딸.
"흑백 요리사에 여경래 할아버지 봤지? 실패를 해봐야 진짜 성장할 수 있다고 하잖아~ 실패하더라도 노력해 보자.. " 라고.. 말했지만.. 이건 나에게 내가 하는 이야기에 가깝다. (토끼눈으로 출근하는것을 버틸수 있을까)
독립수면 솔루션 플랜1)
아이가 방에 애착을 가질 수 있도록 원하는 대로 방을 예쁘게 꾸미고
새벽에 깼을 때 어두운 방이 무섭다고 하니 수면등도 잠들면 끄는 게 아니라 은은하게 계속 켜놓을까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