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아침을 맞이하며
우리 집은 침실에 퀸사이즈와 싱글사이즈 침대를 붙여서 패밀리 침대로 쓰고 있는데
올여름 (나 빼고) 모기에게 어찌나 뜯기는지 매트리스마다 모기장을 설치했다.
여름 더위가 한풀 꺾이고 가을바람 살랑 불어오면서
아파트 22층까지 열심히 찾아오던 모기도 발길을 뚝 끊을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더 독한 게 가을모기라더니 침대 정리를 하는데 모기장 안에 떡하니 붙어있는 모기 발견했다.
다행히도 밤이 되니 기온이 뚝 떨어져 모기도 맥을 못 추고 있는 상황. 숨바꼭질 같은 큰 소동 없이 조용히 해치울 수 있었다.
이 모기장 때문에 퀸사이즈침대에서는 나와 딸이, 싱글침대에서는 남편이 혼자 자고 있는데
어제는 딸이 생일선물로 받은 인형과 같이 잠을 자고 싶다며 싱글침대에서 혼자 잠을 자겠다고 했다.
평소 발길질을 해대는 딸의 과격한 잠버릇으로 새벽에 깨곤 했는데 (똘랑이 땡큐!) 덕분에 오래간만에 푹- 꿀잠을 잤다.
알람소리에 비몽사몽 눈을 뜨니 새벽에 들어온 남편이 옆에서 쿨쿨 자고 있었다.
모기장을 치면서 생이별을 했으니 한 계절을 보내고 나서야 가까이에서 바라보게 된 남편의 얼굴.
요즘 부쩍 바빠진 탓에 얼굴이 많이 상했다. 내년이면 빼박 40대 중반이구나.
내 나이 먹는 건 몰라도 남편, 자식 나이 드는 건 이렇게 새삼 느껴지나 보다.
그때 남편의 따뜻하고 두툼한 손이 내 허리를 감쌌다.
아구. 얼마만의 백허그야.
말랑한 젤리 같은 딸내미의 궁둥이를 조몰락거리는 아침도 좋지만
남편의 크고 단단한 품에서 5분만 더 늑장 부리는 아침도 좋다.
남편의 품에 있으면 마음의 온도가 따뜻하게 데워진다. 세상의 풍파와 힘듦을 다 사라지게 해주는 나의 요새.
모기장 걷는 날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