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uloir, c'est pouvoir. 바리스타가 되어보려고요.
바리스타가 될 거예요.
커피를 좋아하니까요.
실은,
좋아만 하려고 했다.
일단 커피 한잔으로 하루를 시작해 왔고 기호식품이니 당연히 앞으로도 그럴 거라 생각했다.
난 궁금하고 해보고 싶은 일들이 많았고 두루두루 운 좋게 기회가 닿으면 주저하지 않고 해 왔다. 그리고 몇 년 후, 연료가 떨어진 듯 제동이 걸리는 시기가 왔다. 일이야 매력적이지만 사람이 힘든 탓도 크고 소속 회사의 비전 등 한계를 느끼며 어려서 갖고 있을 수 있던 열정을 소진했다. 일종의 환상과 동경도 전부.
늘 새로운 일에 설레던 내가 다양한 인간 군상과 웬만한 일들을 겪어보니 그야말로 감흥을 잃었고 아예 방향을 잃었다. 이제 무슨 일을 자발적으로 해야 할지, 하더라도 오랫동안 할 수 있을지 막막했다. 그렇다고 부담 없이 즐기던 커피를 업으로 삼고 싶지 않았다. 혹여 또 지치고 애정이 식으면 어쩌나, 그러면 더 이상 내가 좋아하는 문화도 분야도 없으며 다음 노선은 도통 그려지지 않는데.
그만큼 좋아서 하고 싶은 일을 한동안 찾지 못한 채 영혼 없이 일과 벌이만 생각하는 자세로 단기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역시 마음에 와닿지 않는 따분한 일에 내 체력과 성실성과 감각을 쓰는 건 영 맞지 않았다.
그러다가 ‘Vouloir, c'est pouvoir.’
욕구가 곧 능력이라는 프랑스 속담처럼
내가 좋아하고 바라는 것에서 할 수 있는 길을 택했고,
결국 바리스타 국제자격증을 취득했다.
국가공인시험도 없고 의무 면허처럼 필수 요건은 아니지만, 기초 상식조차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매장 알바부터 뛰어들기에는 마냥 어린 나이도 아니고 전업(직업을 바꾸는 뜻으로도 전문업으로도 상통하는 중의적 의미)을 하기로 마음먹었으니 공부를 하면서 자격증서를 갖추려고 학원에 수강 등록을 했다.
만만치 않은 비용을 부담하며 전 과목을 이수했는데
나는 커피에 대해 정말 아는 게 없었더라.
원두나 추출도구를 고를 줄도 모르고
다양한 커핑노트를 음미하며 마실 줄도 몰랐더라.
이론부터 요즘 유행하는 커피와 카페의 흐름까지
방대한 지식과 정보를 접할수록
더 전문적으로 익히고 싶어졌다.
전문 로스터, 큐그레이더, 강사 등 다양한 길이 있지만
그중 기본 경력이라고 생각하는 카페 매장에서 근무하려니, 역시나 대체로 경력을 요구한다.
지원했던 카페 두 군데에서는 무소식이고
세 번째로 지원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곧바로 면접 보고 채용되었다.
결국 커피로 새 인생 시작한다.
내 것인 듯 내 것이 아닌 사무직보다 내 기술로 꾸준히 일할 분야로 전향하기 위해 고민이 많았고 이렇게 오기까지 많이도 돌아왔고 오래도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