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았구나' 안도하기도 잠깐, 누가 봐도 상태가 엉망이었다.
퍼뜩 생각이 들었다. 집에 오던 길, 현관 앞에서 봤던 정체 모를 액체들. 세 군데 정도에 흩어져 있는 토사물과 초록색 액체를 무심코 지나쳤었다.
아까 그게 어땠더라. 얼마나 굳어있었지. 물기가 있었나?
“언제부터 안보인 건데? 찾아봤어? 나가서 찾아봐야지.” “깜깜한데 어딜 어떻게, 뭐가 보여야지. 차를 타고 나가 봐?” “후레시 갖고 집 주변을 보든 동네를 보든 봐야지, 무조건 찾아야지 그럼 그냥 있을 거야? 좀 찾아봐!” 불길한 예감에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
아빠가 먼저 찾으러 나가셨다. 약 10분쯤 뒤, 급한 업무를 마무리하고 나가자 자두 집으로 사용 중인 창고 앞에 아빠가 쭈그리고 앉아 계셨다.
안에는 자두가 있었다. ‘찾았구나’ 안도하기도 잠깐, 누가 봐도 상태가 엉망이었다. 입 주변과 양 앞발이 진흙으로 엉망진창이었는데 처음엔 이걸 피로 착각할 정도였다.
몸을 제대로 일으키지 못해 자꾸 쓰러지고 벽에 기댔다. 물을 주자 허겁지겁 마시면서도 힘들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몸통을 지탱해주면 다리를 후들후들 떨었다.
이대로 죽을 수도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스쳤다.
머리가 새하얘졌다. 동물병원이 어디에 있더라. 밤에도 하나? 병원에 갈 때까지는 괜찮을까?
“언니, 얘 찾았는데 이상해. 쥐약 먹은 것 같은데 정신도 못차리는 것 같고. 어디로 가야 돼? 계속 헉헉거리는데. 어디 병원? 전화해서 뭐라 그래? 안된다 그러면 딴 데는 또 어딨는데? 어디가 더 가까워?” 언니에게 전화를 거는데 핸드폰을 들고 있는 손마저 떨렸다. 정리가 하나도 안 됐다.
나보단 언니가 침착했다. 하란대로 그나마 인근인 동물병원에 전화해 “10kg쯤 되는 진도믹스견인데 아무래도 쥐약을 먹은 것 같다. 처치가 가능하냐”고 물었다. “빨리 오라”는 대답에 집에서 이것저것 챙겨 병원으로 향했다.
마음이 급한 와중에 계속 “출발했냐. 왜 빨리 안하냐”는 엄마와 언니의 재촉은 신경을 곤두세웠다. 상태를 구체적으로 묻는 질문도 귀찮았다.
병원까지 가는 길은 길었다. 가뜩이나 먼데 출구를 잘못 나가 뱅 돌기도 했다. 병원 근처에 도착해서는 주차장을 찾기가 어려웠다. 내가 먼저 차에서 내려 개를 안고 병원으로 뛰어 들어갔다.
“일단 병원 가. 혈검이랑 처치하면 돈 많이 나올 거야. 그래도 다 하고. 최소 80만원은 예치하라고 할걸. 실외 사육이라 관리 잘 안되니까 다 회복하고 퇴원한다고 그래.”
사실 1분 1초가 급한 내 마음과 다르게 병원 프로세스는 느리기만 했다.
서류를 작성하느라 시간이 걸렸고 먼저 온 응급환자 치료가 끝나길 기다려야 했다. 넓은 병원이 적막했다.
“교통사고 환자가 들어와서요.” 면회실 한편에서는 한 가족이 침울한 얼굴로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종종 전화통화를 하는데 들리는 “안될 것 같다”는 말에 괜히 내 마음이 무거워졌다.
“보호자분 자두 데리고 들어갈게요.” 1차 결과를 듣고 집에 가는 자정 즈음까지는 내내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아빠는 병원비로 수백만원이 나올까 걱정했고, 나는 내 몸에 배인 개 비린내에 어지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