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집은 개에 정신이 나갔다"
“너가 제일 어리지만 제일 먼저 죽을지도 몰라.” 우리 가족은 자두(초복이)를 볼 때면 장난반 걱정반으로 이렇게 말하곤 했다.
강아지 시절,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아 ‘똑똑하다’고 칭찬했던 개는 이제 잠시라도 줄이 풀리면 굳게 닫아둔 대문을 비웃으며 냉큼 사라졌다. 결국 돌아오긴 하지만 목이 터져라 이름을 불러도 감감무소식일 때도 많았다.
우리 눈엔 아무리 예쁘고 귀여워도 어쨌거나 자두는 시골에서 자주볼 수 있는 진도믹스견. 그래서 더 걱정이 됐다. 개장수한테 잡혀 가면 어떡하지, 지나다니는 차에 치어 다치진 않을까. 몇 번 짖다가 길가는 사람 ‘우쮸쮸’에 홀랑 따라가는 견성도 문제였다.
그날은 엄마와 언니가 2주가량 여행을 떠나는 날이라 아침부터 기분이 싱숭생숭했다. 앞으로 쏟아질 빨래와 고양이, 강아지 뒷치닥거리가 산더미라 벌써부터 암담했다.
야근을 하고도 남은 일거리를 싸들고 퇴근했다. 바로 전날 동네에 쥐약을 놓은 사람들이 있다는 말을 건너 들었고, 퇴근길 언니와 “자두가 사료만 먹어야 하는데 쥐약 먹으면 어떡하지”하는 대화를 주고받기도 했다. 말이 씨가 될 줄 알았더라면 안했을 텐데.
밤 9시. 늦은 저녁을 먹으며 한창 잔업을 하는 데 아빠가 오셨다. “자두 왔냐?” 난데 없는 소리에 하던 일을 멈추고 쳐다 봤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아까부터 안보이네.” 카톡을 확인하자 엄마한테서 온 메시지가 있었다. ‘자두가 아직 안들어왔대.’
주변에서 '저 집은 개에 정신이 나갔다'고 말할 사건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