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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yeon Jul 16. 2017

1㎏의 차이

사람도 개도 예외란 없다


췌장염+살서제라는 환상적인 콜라보로 자두는 '바짝' 말랐다. 자두를 안고 병원에 뛰어갔던 그날 몸무게가 8㎏ 초반이었으니 아마 입원 중에는 더 말랐을 거다. 몇 날 며칠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링거에 의존했다.


면회를 가면 물에 잔뜩 갠 고영양 웻푸드를 배스킨라빈스 스푼으로 몇 숟가락 먹여주는 게 미션이었다. 병원 스태프가 주면 그마저도 안먹는다고 했다. 자두의 주둥이는 갈수록 더 길어졌다.

입원 4일차. '여우' 급이 됐다.

다음날 면회를 갔을  '드디어' 네 발로 서서 돌아다녔다. 비록 1분도 못서있고 바닥에 늘어졌다가 다시 걷기를 반복했지만. 밥도 조금씩 스스로 먹었다. 자두는 퇴원하는 그날까지 V라인을 자랑했다. 털찐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털찐' 상태에서도 마름마름한 입원 5일차와, 퇴원날의 V라인.

퇴원 뒤 열심히 먹였다. 분명 몸은 건강해지는 것이 보였는데, 어느날 보니 다시 바짝 말라있었다. 날씨가 더워서인가. 아침, 저녁으로 닭 삶아 육수와 함께 바치고 있는데도.

너무 마른것 같아 걱정됐던 날. 사진에서 좀 더 극적으로 찍혔다. 어쨌든 쪄가는 중.

하루는 개집 안의 자두가 너무 마른것 같아 괜찮은지 걱정될 정도였다. 덕분에 피검사도 다시 돌려봤다. 6월 말 재본 몸무게는 8.65㎏. 아팠을 때랑 비교해 겨우 300g 정도 늘었다. 야매 미용으로 털찐게 사라진 점도 말라 '보이는' 데 한 몫 다.

귀여우니까. 너무 말라보였던 날이랑 겨우 이틀 차이.

요 며칠 자두가 튼실해졌다는 느낌이 부쩍 들었다. 양손으로 들면 묵직함이 느껴질 정도다. 여전히 허리는 잘록하지만 어깨가 넓어지고 덩치도 생겼다. 몸 전체가 탄탄한 느낌. 산으로 마당으로 뛰어다니며 예전 근육을 찾았고, 몇 주째 먹이는 닭고기가 드디어 눈에 보이는 효과를 냈다.

7월 중순. 뒷태가 튼튼.

자두는 처음 닭고기와 육수에 미친 듯이 달려들었고, 살짝 튕기는 듯하더니 닭죽으로 바꿔주자 또다시 밥그릇을 설거지하며 핥아먹는다. 그렇게 먹고 나면 배가 빵빵하게 불러 오른게 눈에 보인다. 매번 '끄윽' 트림까지 한다.


어쨌든 덕분에 다시 배웠다. 안먹고 움직이면 빠지고, 그보다 더더욱 먹으면 찐다. 1㎏에 차이가 나타나는 건 사람이나 개나 마찬가지다. 2주 만에 1㎏이 쪘다. 오늘 몸무게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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