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ple Trip in Melbourne / 07
오늘은 멜번 여행의 마지막 날. 비행기 출발 시간이 밤 10시 30분이라, 숙소에서 체크아웃 후 짐을 맡길 곳이 애매해서 오늘도 깔끔하게 트립을 신청해두었다. 오늘의 트립은 마이 리얼 트립으로 신청한 모닝턴 온천 트립. 아침부터 분주히 짐을 챙기고 창문 밖을 보니, 오! 오늘은 밖에 두둥실 열기구가 떠있다. 우리에게 굿바이 인사라도 하듯이. 그래, 멜번아 안녕!
큰 짐을 끌고, 온천에 가는 셔틀의 출발지에 도착. 1시간 반 정도 셔틀을 타고 도착한 첫 장소는 모닝턴 근처 작은 마을이었다. 트립의 일정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나는 이런 일정이 있었는지 몰랐기 때문에 어리둥절했지만(ㅋㅋ) 동화에 나올 것 같은 마을은 금새 내 마음을 사르르 녹였다. 게다가,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아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고, 뭔가 생동감 넘치는 느낌. 트립 호스트 분도 이렇게 날씨가 화창한 적은 몇 개월만에 처음이라고 하실 정도였다. 마을에 있는 작은 찻잔 가게도 구경하고, 화원도 구경하다보니 벌써 다음 장소로 이동할 시간이다.
다음은, 만화 '토마스와 친구들'에 나오는 토마스 기차의 모티브가 됐다는 열차를 두 정거장 타면서 열차 밖 풍경을 구경하는 시간. 정말 오래된 기차역에서, 창문도 뻥 뚫린 전통적인 기차를 탔다. 마치 내가 해리포터가 된 것 같은 기분. 말 그대로 칙칙폭폭 멋진 풍경 속을 달리는 기차 안에서 시원한 공기를 마시다보니, 또 어느새 우리가 내려야할 역이다. (이 트립 지루할 틈 없이, 꽤 잘 짜여있는 것 같다!)
세 번째 장소는 점심도 먹고, 앵무새 모이도 주는 장소였는데, 앵무새 모이 주는건 그냥 하기가 싫어서 근처 숲에서 간단히 하이킹을 했다. 250년이 된 거대한 나무도 구경하고, 자연스럽게 날아다니는 새들도 구경하면서 놀다보니, 숲에서 운동하는 로컬들도 마주치고 신기한 식물들도 많이 보게 됐다. 정말 호주에 와서 각종 동물과 식물들을 많이 접하게 되는 것 같다.
자연과 가까워지는 시간. 자연감수성을 키우는 시간! 잊고 살았던 어렸을 때의 감성이 호주에 와서 많이 떠오르는 것 같아, 이 것만으로도 멜번 트립은 내게 큰 의미가 있다.
마지막으로, 오늘의 하이라이트, 온천을 즐기는 시간. 온천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대규모였다. 자연과 인공이 어우러진 공간이었는데 정말 절묘하게 잘 만들어서 멜번의 로컬들도 많이 방문하더라.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 그리고 가족들의 휴식공간으로도 완벽한 장소였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온천을 즐기고 있긴 했지만, 워낙 공간이 넓어 비좁은 느낌은 전혀 없었고, 해먹이나 여성 전용 공간 등 다양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서 세 시간이 훌쩍 지났다. 너무나도 평온했던 시간.
온천을 마치고 뿌듯하고 평화로운 마음으로 공항에 가는 길. 모르는 번호로 친구 휴대폰에 전화가 왔다. 왠지 받아야할 것 같아서, 받아보니 중국남방항공사에서 온 연락. 비행기가 캔슬됐단다. 당황스러운 마음으로 이리저리 알아보니, 같은 항공사의 비행기는 내일 밤 10시반 비행기가 가장 빠른거라고 했다. 우리는 다음주면 일을 해야하는데. 무엇보다도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를 더 멜번에 남고 싶지는 않았다.
빠르게 항공권을 검색했고, 다른 항공사의 밤 11시 45분 비행기를 다시 예약했다. 여유롭게 온천을 즐기던 1시간 전의 나는, 어느새 전쟁 속 장수가 되어 항공사와 격렬한 싸움을 하고 있었다는 슬픈 에피소드로 이번 멜번 트립 노트를 마무리한다. 현실로 어서 돌아오라는, 하늘의 뜻인건가. 어쨌든, 일상에 적응은 정말 빨리하겠구나 싶다. (참고로, 지금은 공항에서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보딩을 기다리며 급하게 브런치를 마무리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