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시민교육과 세계시민교육 간의 공통점과 차이점
앞서 함께 살펴본 것처럼 시민성과 세계시민성을 둘러싸고 있는 핵심요소 중에는 공통적인 부분이 꽤 많죠? 같은 개념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어찌 보면 한 개인에게도 서로 다른 여러 개의 시민성이 동시에 중첩되는 다중 시민성 (multiple citizenship)이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아요.
세계화 시대의 한 시민은 국민(national citizen)이면서, 세계시민(world citizen)이고, 동시에 지역 주민(municipal citizen)이기도 하죠. 그래서 그에게는 국민으로서의 표준과 세계인으로서의 표준, 그리고 지역 주민으로서의 표준이 동시에 요구되기도 합니다. 이런 개념이 서로 중첩되어 있기에 교육 현장에서는 민주시민교육과 세계시민교육 중 어느 개념이 더 크고 작은지, 혹은 무엇이 같고 다른지에 대한 혼동이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이에 몇몇 학자들은 ‘세계시민교육이 국경을 넘어선 세계시민성 함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민주시민교육은 시민을 효율적이고 책임 있는 국가구성원으로 길러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라고 분리해 정의하고 있지만, 개념 혼동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민주시민교육과 세계시민교육 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민주시민교육은 민주주의 사회에 적합한 민주시민을 양성하고자 하는 교육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풀어내면 헌법상 국가의 주권자인 시민이 국가와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정치 현상에 관한 객관적 지식을 갖추고, 정치적 상황을 바르게 판단하며, 비판의식을 가지고 정치과정에 참여하여 책임지는 정치 행위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지식‧기능‧태도 및 가치를 가정‧학교‧사회에서 습득하는 모든 과정을 포괄합니다.
반면에 세계시민교육은 세계시민사회의 주체이자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서 전 지구적 문제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민주적 의사결정에 세계적 소속감을 가지고 참여하여, 더 좋은 지구촌의 변화를 유도하는 총체적 교육을 뜻합니다. 마찬가지로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풀어내면 다양하게 발생하는 지구촌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국제사회 간의 긴말하게 협력하며, 평등과 정의가 사회‧경제‧환경의 측면에서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실천하고, 상생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세계를 알고 서로를 이해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과 같은 세부 사항을 포괄하고 있습니다.
확인해 본 바대로 민주시민교육과 세계시민교육은 교육과정 전반에 걸쳐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해당 교육이 상호보완적, 혹은 상호교차적으로 진행될 수 있음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개별 교육의 특징을 확보할 수 없다는 취약점으로도 작용할 것 같아요.
이 때문이라도 민주시민교육과 세계시민교육 간 개념상의 구분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우선 두 교육의 공통점은 크게 ‘추구하는 가치’와 ‘교육방식’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민주시민교육과 세계시민교육 모두 ‘평화‧인권‧다양성‧평등‧정의’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고 있으며, 수동적‧일방향적 교육방식에서 벗어나 능동적‧쌍방향적‧실질적‧실천적 교육방식을 택하고 있고, 또한 두 교육 모두 실천과 행동이 개인과 사적 영역을 넘어 사회참여로 이어질 수 있는 가치와 태도‧의지와 기능을 함양하도록 촉구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민주시민교육, 세계시민교육 각각 세부적인 내용과 구체적인 목표에서 차이를 보일지라도 공동체가 마주한 문제를 인식하고 비판의식을 바탕으로 문제해결을 위해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커다란 목표는 함께 공유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세계시민교육은 민주시민교육과 개념적으로 다소 상이한 부분이 있어 동일한 교과로 인식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세계시민교육의 학습 목표 관점에서 보면, ‘더불어 사는’, ‘연대’를 강조하는 시민이라는 측면에서 민주시민교육과 구분될 수 있습니다. 또한 각 교육이 추구하는 특징과 지향성에서도 차이가 있었는데, 이를 키워드 형태로 분류하면 세계시민교육은 ‘다문화’, ‘문화’, ‘다양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민주시민교육은 ‘민주주의’, ‘정치’, ‘한국’, ‘제도’ 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각 교육이 추구하는 ‘시민’의 모습 또한 서로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세계시민교육은 문화 다양성을 전제한 세계시민으로서 글로벌 역량과 국제 사회에 대한 이해 등의 역량을 강조해 왔다면, 민주시민교육은 참여하는 시민, 실천하는 시민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민주시민교육과 세계시민교육은 ‘지역적 범위’와 ‘핵심 주제’에 있어서도 차이를 있는 것 같아요. 민주시민교육에서는 단일 국가를 중심으로 민주주의, 준법 등의 정치적인 주제들을 다루고 있는 반면, 세계시민교육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정치 분야뿐만 아니라 환경, 사회, 경제 등 보다 광범위하고 다양한 분야의 주제들을 포괄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세계시민교육은 문화 다양성을 중심으로 글로벌 역량과 국제 이해를 강조하였고, 민주시민교육은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정치 및 제도와 함께 통일과 같은 한국의 사회문제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뭔가 비슷한 듯 다른 내용 쭉 이어져 오히려 혼동이 더 커진 것은 아닌가 모르겠어요. 그래서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APCEIU)에서 민주시민교육과 세계시민교육 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정리해 놓은 표를 참고로 가져와 보았습니다. 해당 자료를 통해 공통점과 차이점을 보다 명확하게 확인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