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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준 Steve Apr 23. 2017

전략팀장 vs 서비스 조직 팀장 vs 스타트업 창업자

 반나절 정도라도 머리를 비우고자 토요일엔 가급적 눈 앞의 일 생각을 안하고 다른 일을 하려고 하는데, 오늘은 한동안 미뤄놨던 글쓰기를 하려고 한다. 과거를 돌이켜보고, 거기서의 배움을 정리하는 일이 취미인데 그런 일환으로 카카오 전략지원팀장을 시작했던 2012년부터 지금까지의 조직장으로서의 경험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생각해보니 감사하게도 5년이라는 어떻게 보면 짧은 시간동안 다양한 경험들을 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내 경험을 일반화해서 어떻다라고는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특히, 내가 경험한 카카오가 지금의 카카오랑 다를 수도 있을테니까. 심지어 내가 공동 창업한 Off2조차도 사람별로 받아들이는 것이 다를 것이니까..)


카카오 전략지원팀장: 카카오 게임 런칭 전부터 다음 합병 PM까지

 경험이라는 측면에서만 봤을 때, 내가 카카오 전략지원팀장 역할을 했던 시기는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시기였던 것 같다. 참으로도 운이 좋게도 칼 타이밍(?)에 조인했다고 볼 수 있다. 카카오 게임이 런칭하지 않았던, 카카오가 아직 돈을 벌지 못했던, 내가 카카오 간다고 했을 때 주변의 지인이나 Bain의 시니어들은 반쯤을 "메신저로는 돈 못 벌어. 네이트온을 봐."라고 말렸던, 그런 시기였기에 산업기능요원으로 웹개발자 3.5년, 전략 컨설팅 1.5년, 중간의 사업 시도 2번의 짧은 경력을 갖고 있던 내가 한국 나이 30살, 미국 나이 20대에 브라이언 (김범수 의장님)의 직속의 전략지원팀을 맡을 수 있었을 것이다. 만약 몇 달만 내 인터뷰 시점이 늦었다면.. 나보다 훨씬 경력이 많은 사람이 쓰여졌을거다.


 이 때의 전략지원팀 조직의 목적은 근본적으로는 카카오 최종 의사결정자인 브라이언의 의사결정 지원이었고, 회사가 커가면서 신규 사업 발굴, 전사 체계 개발, M&A 등 전략 프로젝트 리딩 같은 역할들을 추가로 맡게 되었던 것 같다. 당시 카카오의 철학이 "서비스/사업은 실제로 그 업무를 해본 사람이 주도해야한다."라는 것이 강하게 있었고, 나를 포함 전략지원팀 구성원들은 그런 면에서 공감을 하는 사람들이었기에, 마지막으로 마무리 했던 다음 합병 같은 것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회사의 큰 방향을 결정하기 위한 agenda를 만들고, 거기에 대한 답을 만들기보다는 더 좋은 토론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하는데 집중했던 것 같다. (물론 전략지원팀과 브라이언은 거기에 대한 의견이 있엇지만..) 신규 사업 발굴 역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짜기보다는 큰 방향성에 대한 공감대를 내부에서 만들고 조직을 만드는 것까지 역할을 했던 것 같다. 여전히 이 부분은 공감을 하는게, 실행을 직접 하다보면 너무 많은 변수가 많아지기에 실행 조직원들의 동기 부여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주도하는 구조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필수적일 것이다.


 이런 조직의 목적, 철학에 맞추다 보니 당시 카카오 전략지원팀은 아무도 시키지 않았던 일들을 찾아서 하되, 그 일들을 관련 있는 서비스/사업 조직장들과 항상 논의를 해나가면서 협업을 해나갔었다. 그리고 주인공이기보다는 서포터이고자 했다. 그렇기 때문에 전략팀이 아니라 전략"지원"팀이라 이름을 지었던 것이기도 했고 말이다.


 전략지원팀 조직원들 입장에서는 어쩌면 이런 서포터로서의 역할이 갑갑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런 철학이 왜 카카오에게 중요한지에 대한 공감, 그리고 그 철학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카카오"라는 조직이 우리의 product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는 사람들로 구성했었다.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인터뷰 시작 전에 이런 한계를 먼저 이야기하고 언제든 드랍할 수 있는 기회를 줬었다. 거기에 한가지 더해서 끊임없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자체적으로 만들어서 해나갔기에 정신 없었던 것, 브라이언, JB 같은 훌륭한 리더들로 인한 동기부여도 한 몫 했기에 2년 남짓한 시간동안 많은 일들을 무탈하게 잘 해나가지 않았나 싶다.


 이 때의 조직에게 중요했던 역량은 좀더 멀리 떨어져서 전사적 관점에서 여러 사안들을 잘 보는 역량, 외부와의 사업 제휴 구조를 만들고 제안해서 만들어가는 사업 개발 역량, 사내 주요 리더들과의 협업을 잘 이끌어 낼 수 있는 정치력 or 커뮤니케이션 역량, 카카오의 최종 의사결정 체계에 대한 이해 및 거기에 따른 적절한 커뮤니케이션 역량이지 않았을까 싶다. 결국 돌이켜보니 맡고 있는 역할, 조직의 본질에 맞춰서 필요한 역량이 정해졌던 것 같다.


  이 때, 조직장으로서 나의 가장 큰 역할은 아래와 같았던 것 같다.


- 권력에 가까워질 수 있지만, 권력을 탐하지 않고, 개인의 욕심을 최대한 줄이면서 순수히 알 수 없는 사측(?)으로서의 동기부여 에너지를 팀에 불어 넣는 것

- 애매한 포지션에서 힘들어 할 수 있는 팀원들의 고충을 가능한 자주 들어주는 것

- 카카오 최종 의사결정 체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적절한 사람에게 적절하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


 돌이켜보니, 브라이언이 정의한 카카오의 전략지원팀의 역할의 방향성에 맞춰서 조직이 진화하고 구성되어 가는 조직원들에 따라서 각자의 역할이 정해졌던 것 같다. 마치 살아 있는 생물 같다랄까? 그리고 이런 부분들은 카카오라는 전체 회사의 성장과도 연관이 꽤 크게 돌아갔던 것 같다. 최종 의사결정자와 가장 밀접한 조직이었기에 그랬던 것 아닐까 싶다.


카카오 신규 사업 TF장


 다음 합병을 마치고는, "실행"을 직접해보고 싶은 생각에 오프라인 상점 대상의 쿠폰 서비스를 만드는 TF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합병 전 카카오 대표였던 JB랑 같이 가서 JB가 TF장을 맡았었고, JB 퇴사 이후에는 TF장을 물려 받아서 맡았었다. 


 갑작스럽게 창업을 하게 되어서 서비스를 정식 런칭해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약 10개월 남짓한 시간동안에 베타를 작게나마 런칭했었던 경험을, 기존에 했던 전략팀장으로서의 경험과 비교를 해보면 아래와 같은 부분이 다랐던 것 같다.


 1. 팀의 목적: "회사 전체의 성공" -> "맡고 있는 서비스/조직의 성공"

 물론 이상적으로는 모든 임직원이 회사 전체의 성공을 목표로 align이 되고, 자신이 맡고 있는 일의 성공보다는 회사의 성공에 맞춰서 사고하고, 생각하고 하면 좋을 것이다. 흔히 이야기하는 "사측" 마인드가 아마도 이런 것에 가까운거려나? 사실 전략지원팀장했을 때는 이렇게 회사 전체를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어떨 때는 이해하지 못했을 때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막상 십수명의 사람들이 하나의 서비스를 개발/운영하는 조직을 맡고 있다 보니까, 결국 내가 맡고 있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 성공해서 사람들에게 인정 받고 거기에 보람을 받고 나아가 회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게 하고 싶은 생각이 커지다 보니까... "사측" 마인드에 익숙했던 나 스스로도 시야가 좁아지게 되는 것을, 내 조직을 서비스만을 생각하게 되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2. 조직 구성: "하나의 직무의 사람들" -> "다양한 직무의 사람들"

 전략지원팀장 때는 결국엔 전략 수립, 사업 개발 등 흔히 이야기하는 전략쟁이들이 하는 업무들만을 하는 조직이었고, 그런 사람들만이 모여 있었다. 그러다보니 팀 내에서 하는 모든 일들에 대해서 팀의 모든 사람들이 이해를 하고 꽤 많은 부분은 대체를 할 수도 있었다. 팀장의 입장에서는 팀원들의 일이 빵꾸가 났을 때는 내가 소방수 역할을 할 수도 있었고, 내가 직접 손을 대서 일을 해서 그 일의 결과를 통해서 리더쉽을 만들 수도 있고, 더 나아가 아직 경험이 부족한 쥬니어들은 교육하는 역할도 어느 정도 가능했었다.

 반면 신규사업TF장을 맡았을 때는 사업개발, 기획, 디자인, 개발의 다양한 직무의 사람들을 이끌어야 했다. 이 때는 아무래도 리더쉽의 방법과 팀을 이끌어 가는 방법이 아예 달라지게 되는 것 같다. 내가 답을 갖고 있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에 좋은 "답"을 내는 것의 내 역할을 축소가 되고 오히려 좋은 "질문"을 하고 "경청"을 하는 것이 중요했었다. 공동 영역인 "어떤 서비스를 어떤 방식으로 구현해서 실행할 것인가?"와 같은 의사 결정을 팀 모두가 참여하면서 좋은 방향으로 다 같이 의사 결정을 하고 거기에 팀원 모두가 가능한 공감을 하도록 하는 것이 TF장으로서는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내 리더쉽은 전체 서비스에서 내가 주도 하고 있던 사업 개발 영역에서의 결과와 얼마나 이 서비스에 대해서 헌신하고 마음을 쏟고 있느냐를 통해서 만들어졌던 것 같기도 했다.


 3.업무의 변화

 이건 뭐 당연한 일이긴 한데 서비스 조직장으로서의 업무는 전략팀장으로서의 업무랑은 많이 달랐다. 어떤 서비스를 맡느냐에 따라서 이 분야는 완전히 다를 것이다. 내가 했던 일들을 나열해보면 아래와 같다.


- 사업 상세 방향성 결정 및 이에 대한 경영진 설득

- 카카오 경영진의 기대치 관리 및 적절한 KPI 수립

- 서비스 상위 기획 스펙 확정 지원

- 커피숍, 음식점, 서점 등 오프라인 상점 영업

- 모 전자 업체 및 렌탈 업체와 안드로이드 패드 운영 체계 협의 및 실행

- DB 내 SQL 쿼리 날려서 지표 취합하여 매주 지표 공유

- 마케팅팀/PR팀과 함께 마케팅/PR 기획 및 실행


기본적으로는 예전에 전략지원팀에서 사업개발은 큰 방향성에 대한 기획 및 이에 대한 내부 공감대 형성까지 였다고 하면, 실행 조직에서는 정말 상세한 내용까지 직접 하게 되는 것 같다. 돌이켜보면, 각 조직의 존재하는 이유가 있는만큼 양쪽다 다 의미가 있고 가치있는 일이었던 것 같긴 하다.


스타트업 공동 창업자/COO


 Off2를 창업한지도 어느덧 1년 반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아무래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했다보니까 비자 발급, 팀 구성 등에 시간이 더 걸렸기 때문에 제대로 뭔가 시작한지는 이제 한 1년쯤 된거 같다. 그렇기에 아직은 한두걸음 정도 내딘 상태이고, 너무 많은 걸 걸고 있기에 내가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떨어져서 생각해본다는 것은 아무래도 쉽지 않은 일인거 같긴 하다. 그럼에도 한번 어떤 부분에서 기존의 경험들과 차이가 있을지를 큰 두 가지만 간략히 적어보면 아래와 같다.


1. 걸고 있는 것이 다른 사람들. 물론 나를 포함해서..

  스타트업을 한다는 것은 무언가를 걸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안정적인 수입, 갖고 있던 사회적 지위, 여가 시간 등. 그렇기에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다들 정말 "진심"이 될 수 밖에는 없는 환경인 것 같다. 사실 어쩌면 그 점이 스타트업을 하는 가장 큰 이유일 수도 있다. 여기서 하는 모든 의사결정, 모든 실행들은 정말 모든 조직원들의 진심이 부딪히고 나온 결과일테니까. 물론 그렇기에 사람을 이끈다는 것도 어려움이 많아지는 것 같다. 예전의 직장인이었을 때면 쉽게 넘어갈 수 있었던 것도 여기에서는 그렇지 않으니까. 정말 이건 최고의 과정을 해나가면 안되는거니까. 그리고.. 나 스스로도 더 쉽게 약해지기도 하는 것 같다. 빨리 성공하고 싶은 조급함이 올라오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항상 이럴 때일 수록 결국 "어떤 문제를 풀 것인가?"에 대한 확실한 정의와 눈 앞에 있는 일들을 충분한 완벽성을 갖고서 빠르게 해나가는 것이 정답이라고 깨달을 때가 많다. 마치 농부가 똑같은 일들을 묵묵히 하루하루 해나가는 것처럼 말이다.

 

2. 한 없이 넓어 지는 업무 범위, 실행 끝단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업무 깊이

 스타트업에서는 업무의 범위를 정한다는 것이 참 애매한 일인거 같긴 하다. 그냥 필요한 일이 있다면 어떻게든 해야하는 상황이랄까?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도 씹어야 한다.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가야하니까 말이다. 물론, 각 구성원이 상대적으로 가장 잘할 수 있는 일들을 그때 그때마다 나눠서 해야할 것이고 말이다. 그렇기에 하게 되는 업무는 정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내가 여태까지 했던 일들을 적어보면 아래와 같다.


 - 서비스 방향성 결정을 위한 회의 준비

 - 서비스 iteration별 spec을 잡기 위한 회의 준비

 - Spec을 Wiki나 keynote를 통해서 정리

 - Jira를 활용한 QA

 - MySQLWorkbench, Firebase, BigQuery, Google Analytics, Excel을 활용한 서비스 지표 분석

 - Final Cut Pro, Adobe Premiere를 활용한 서비스 영상, 홍보 영상 편집

 - http://amaze.us html/css 적용

 -  FB Ad, Google AdWords, Apple SearchAd, IG Ad 등을 활용한 마케팅

 - 각종 계약서 개발, 서비스 약관 개발 등 법무 업무

 - 각종 회계/세무 업무

 - 고용 계약 및 주식 구매 계약 등 HR 업무

 - 각종 물품 구매, 사무실 렌트 계약 등 총무 업무


 나야 그래도 개발쪽은 홈페이지 지원 정도 하고 있지만, CEO인 JB가 VR Camera 3D 모델, admin python 개발 등 개발 업무까지 하고 있으니 정말 그냥 모두가 모든 업무를 하고 있다고 보는게 맞을 것 같다.


 아마 이게 스타트업을 하는 또다른 이유 아닐까 싶다. 정말 짧은 시간에 많은 경험을 하는 기회인 것. 모든 일들을 정말 주도적으로 할수 있다는 것.


결국엔...


 속해 있는 조직의 목적이 무엇이고, 그리고 어떤 조직원들이 어떤 마음 가짐으로 어떤 구조로 조직에 조인했는지, 조직 내에서 내가 맡고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에 따라서, 리더로서의 내가 어떤 일을, 어떤 방식으로 해나가게 되느냐는 완전히 다르게 되는 것 같다.


 다시 곰곰히 돌이켜보니 모든 일들이 어쩌면 같으면서도, 어쩌면 완전히 다른 것 같다. 그리고 그렇기에 "일"을 해나간다는 것이 재밌는 것 같다. 즐거워도 즐겁지 않아도 해야하기에 유시민이 말하는 "놀이"의 정의에 부합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한없이 놀이에 가까운 일을 하는 것이 삶의 행복에서 꽤 중요하지 않나 새삼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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