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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mpartners 샘파트너스 May 29. 2018

"우리는 행복할까요?"

행복하기 너무나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바야흐로 포장마차의 계절이 돌아왔다."  

저녁이면 선선한 바람이 부는 요즘 같은 날씨엔 친구들과 즐겨가던 을지로의 포장마차 생각이 절로 난다. 물론 추운 겨울이라고 술을 먹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겨울이 되어도 날씨 핑계를 대며 따뜻한 국물로 친구들을 꼬셔 동네에 위치한 조용한 선술집으로 향하곤 했다. 술을 좋아하는 나로선, 이처럼 갖가지 핑계를 대고 사람들을 만나는 자연스러운 일상이 참 행복했다. 그러다 언제부터인지 이런 자리들이 좀처럼 이루어지지 못했다.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언젠가부터 삶에 대해 집착하며 그저 앞만 보고 살아가기 바빠졌다. 이런 만남은 차차 줄어들었고, 삶이 반복될수록 ‘과연 나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는 시간이 늘어갔던 것 같다.

서울 종로에 위치한 광장시장 풍경





"YOLO (You Only Live Once)" 

생각해보면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인생에 대해 충고할 때 “더 높은 곳을 바라봐야 해”, “돈을 많이 벌어야 해”, “더 좋은 것을 해봐야지”라는 말들을 한다. 나 또한 같은 얘기를 하며 현실의 만족보다는 더 나은 것들을 향해 노력해왔고, 이런 행동이 당연한 삶의 가치와 행복을 위한 중요한 행동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래서일까? 나와 같이 정신없는 일상에 지치고 행복한 순간에 대한 경험이 점점 사라지는 사람들이 많은지 여기저기서 고민을 토로하며 등장한 말이 있다. 바로 ‘소확행’이라는 말이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이 단어는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만든 신조어로 덴마크의 ‘휘게’나 스웨덴의 ‘라곰’이라는 정서와 맞닿아 있으며, ‘YOLO’와도 함께 쓰인다.  

많은 브랜드들 또한 그런 개인의 취향을 반영하는 라이프스타일의 트렌드에 맞춰 브랜드들도 달라지고 있다. 남들이 다 아는 유명 브랜드보다는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숨은 브랜드를 발굴하는 것에 행복감을 갖게 된 사람들이 등장하고, 최근 클라우드 펀딩 같은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확장되는 소비성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소확행은 정말 행복일까?" 

각자가 다양한 해석을 하고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소확행은 거창하고 화려하고 오랜 기간 준비해야 하는 커다란 이상을 추구하느라 모든 것을 유예하는 삶이 아니라, 일상과 주변에서 당장 누릴 수 있는 행복과 작은 기쁨의 가치를 일깨우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풀꽃>의 구절처럼,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소박한 행복의 재발견과 추구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의미에서 소확행이라는 단어가 번지는 현상은 다양한 사회문제도 반영돼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대도시의 번듯한 아파트, 더 좋은 직장에서 더 높은 연봉을 꿈꾸고 더 나은 환경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기 힘들어 나오는 현실 도피성 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듯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소확행이라는 새로운 행복 담론을 두고 단편적인 생각만을 가지고 현실 도피를 위한 이야기라고만 단정 지을 수도 없다. 


그럼 ‘행복’은 사람들에게 있어 어떤 의미일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 속에서 행복을 찾고 그 행복을 좇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행복이라는 단어가 마치 커다란 이상과 꿈을 대변하게 된 것 같다. 그러면서 우리가 쉽게 지나치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다양한 경험들은 오히려 행복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상황에 놓여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행복에는 크고 작음이 있을까? 있다면 꿈과 이상을 말하는 큰 행복을 좇지 않고, 소소한 작은 행복에 만족하며 매일매일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은 현실 도피일까? 


분명한 것은 행복에 대한 고민은 나와 비슷한 2~30대의 다양한 사람들이 공감하고 고민하는 큰 이슈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많은 문제들 중 왜 하필 행복에 대한 단어가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있을까?  


나와 같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문화의 중심에 있는 밀레니얼 세대 (Millennial Generation;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 출생한 세대)들은 앞만 보며 달려야 하는 오래된 사회 환경 속에서 다양한 사회적 구조나 문화, 환경 등 오랜 시간 존재했던 이해관계들로 인해 다들 지쳐있는 시점이 아닐까 생각했다. 당장 잡을 수 없는 무언가를 위해 열심히 살다 힘들고 지쳐 뒤를 돌아보는 상황이 그들에게 삶을 살아가는 중요한 가치인 행복에 대해 고민하는 중요한 시점에 당착 한 것이다. 

물질적인 만족보다는 경험에서 오는 만족을 중요시하는 소비나 생활의 특성을 가진 밀레니얼 세대들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의 경험을 통해 자아실현과 행복을 추구하는 단어로 ‘소확행’ 표현하며 앞으로 살아야 가야 할 새로운 삶의 가치 요소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일상에서 오는 행복에 대한 정의는 모두가 다를 것이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막 구운 따끈한 빵을 손으로 뜯어먹는 것, 오후의 햇빛이 나뭇잎 그림자를 그리는 걸 바라보며 브람스의 실내악을 듣는 것,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넣은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일상 속 새로움이 아니라 작은 기쁨들을 일깨우자는 얘기이지만 참으로 말은 쉽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모두를 만족시키기 어려운 의미일 수 있다. 이 내용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생각하는 행복이니 말이다.




"우리는 모두가 행복하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는 추운 겨울 친구들과 즐겼던 따뜻한 어묵 국물과 소주, 더운 여름날 야외에서 먹던 목이 찢어질 듯 시원한 맥주와 노가리, 비 오는 날이면 자글거리는 기름 소리와 고소한 냄새가 가득한 빈대떡 집. 이렇게 시간과 돈을 쪼개 즐겼던 적당한 안주와 술, 그리고 친구들과 나누는 정말 쓸데없고 장난스러운 이야기들로 가득 찬 그 시간들뿐만이 아니라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는 퇴근길, 아내와 함께 하는 저녁식사, 날씨 좋은 날 떠나는 캠핑 등 생각해보면 그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상들이 모두 행복이라고 표현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라고 이야기하기 이전에 ‘정말 중요한 행복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고민해보는 것은 어떨까? 

(비 오는 날이면 친구들과 즐겨 찾는 빈대떡집은 종로에 위치한 광장시장에 있다. 어둑해진 저녁 시장 낡은 간판의 가게 안은 기름 냄새와 사람 소리로 가득하다. 빗소리와 함께 비가 오는 날 특유의 눅눅하고 차가운 공기와 고소한 기름 향과 함께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농담을 주고받을 때면 어느새 막걸리가 테이블 위에 가득하다... 올해는 술 좀 줄여야겠다.)



BXD | 박창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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