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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mpartners 샘파트너스 Jun 29. 2018

먼저 퇴근하겠습니다!

근로기준법이 도움이 되긴 해?

 일과 삶의 균형을 의미하는 ‘워라밸’. 이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도 생소한 느낌을 받지 못했는데 이 단어가 이곳 저곳에서 쓰이는 모습이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그리고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는 지극히 평범한(혹은 별 문제없이 살아 온) 우리의 일상에 어떤 신선한 부끄러움을 던져주는 존재로 다가왔다. 사실, 좁은 땅덩이 위에서 열심히 사는 것이 최선이라고 인식되는 우리의 사회에서, 또 그만큼 눈부신 성장을 이뤄온 우리의 업적 너머로 노동과 휴식의 균형점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있던걸까? 노동 시간에 대한 최근의 이슈에 대해 ‘젊은 직원이 과로사를 했다더라.’, ‘몸이 망가져서 어렵게 들어간 회사를 그만 뒀다더라.’ 라는 이야기로 시작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우리가 일하는 시간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았다.



장시간 근무는 오랜 세월 한국 특유의 직장문화로 언급되어 왔다. 근로자는 직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으며, 개인과 가족에게 쓰는 시간은 제한적이었다. 이러한 근로 환경에 문제의식을 갖고, 국회는 지난 2월, 주당 근무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법률안(이하 ‘개정 근로기준법’)을 통과시켰다. 


개정 근로기준법이 공표되었지만 규정의 해석과 구체적 시행 방안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나온 것은 아니다. 그뿐 아니라 의료보건 분야, 트럭 운송과 같이 특수 산업에 적용되는 특별 규정이 있는지에 관한 가이드라인도 아직 나온 바가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개정 근로기준법이 기업 생산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으며, 모든 기업에 적용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개정 근로기준법이 한국의 비즈니스 문화를 개선하고 한국 사회가 국민의 행복권을 중시하는 선진국으로 발돋음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며, 향후 몇 년 안에 중소기업에까지 무난히 적용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지난 150여 년 동안 많은 국가에서 주당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법안을 발표했다. 산업혁명 시기 서유럽에는 노동시간에 대한 규제가 따로 없어서 주당 80시간 이상 일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1840년대부터 영국, 프랑스, 독일을 중심으로 하여 근무시간을 규제하는 법안이 통과되기 시작했다. 1919년에 창설된 국제노동기구 (ILO)는 주당 근로시간이 48시간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권고했으며, 이 규정은 현재, 전 세계 50여 개국이 채택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이 개정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근로 환경의 변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일본의 노동법은 주당 근로시간을 최대 40시간으로 명시해 놓았지만, 이 법안은 농업을 비롯한 몇몇 특수직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리고 다수의 기업은 여전히 자사의 직원이 직장에서 장시간을 보내리라 기대한다. 상사가 퇴근할 때까지 부하 직원이 퇴근하지 못하는 소위 ‘face time’은 아직도 그 나라들의 비즈니스 문화로 남아 있다. 

반면에, 서유럽의 국가들은 법정 근로시간을 철저하게 지키는 편이다. 오후 5시 이후 사무실이 완전히 비어있는 것은 유럽 국가에서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오랜 기간의 종단 연구를 통해 다국적 기업들은 생산성과 업무 효율 면에서 서유럽의 기업이 미국, 일본의 기업보다 훌륭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직원이 사무실에 있는 동안 피로감을 덜 느낀 만큼 업무 효율이 향상되고, 이는 그들의 가족과 함께하는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진다. 


다른 나라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개정 근로기준법이 한국의 기업문화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한국 사회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려면 기업과 근로자 사이의 권력 균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정부의 노력으로서 근로기준법의 개정은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 받아 마땅하다. 오늘날 많은 한국인들은 가족을 꾸림으로서 발생하는 경제적 비용을 예상하여 결혼과 출산에 대해 위축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저출산으로 초래될 여러 가지 사회문제(특히 연금 제도, 보건복지 시스템)는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주당 근무 시간은 입법 행위와 문화적 규범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노동법은 근로자가 하루 14시간 이상을 직장에 쏟아 붓기를 기대한다고 간접적으로 말하고 있었다. 변경되는 법은 처음 몇 년 동안 기업 또는 근로자의 생활 패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비즈니스 문화의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기업은 합리적인 근무시간을 앞세워 유능한 인재를 고용하고자 노력할 것이며, 근로자 또한 만족도가 더 높은 삶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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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난 아직 한참 먼 신입인가보다.


BXD 백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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