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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mpartners 샘파트너스 Nov 06. 2023

브랜드의 경험, 경험의 브랜드

우리가 완성하고자 하는 것이 브랜드인가 경험인가.

우리는 브랜드 경험을 디자인한다.

그런데 브랜드 경험을 디자인하는 것이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할까?
브랜드를 경험하게 하는 방식을 디자인하다? 브랜드가 주려는 경험이 무엇인지 디자인하다?
두 문장의 미묘한 의미 차이가 어떻든 간에, 브랜드가 어떤 경험의 제공 주체라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 같다.



‘브랜드는 경험 제공의 주체이다?’ 

경험을 제공하는 주체가 브랜드이다라는 아이디어는 (내가 짐작하기로) 그리 오래 된 것이 아니다.
브랜드는 그것이 상품이든 사람이든 복수의 경험 매개체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미 상품에서도 제품 경험이나 UX의 개념이 사용되고 있었고, 사람이나 공간에도 서비스 경험, 공간 경험 등의 개념이 익숙하게 결합되어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상품이나 공간, 서비스, 사람이 주는 경험을 제외하고 브랜드 자체만으로도 경험 제공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이 따라붙는다. 브랜드 자체만으로 경험 제공이 불가능하다면, 브랜드 경험이라는 말은 실체가 없는 아전인수 격의 표현이 아닐까?

(심지어 브랜드는 무형적이고 복합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인데, 하나의 개념이 어떻게 주체적으로 경험을 제공한다는 말인가.
피아니스트는 관객에게 경험을 주지만, 악보가 경험을 줄 수는 없는데!)


어쨌든, 브랜드 스스로가 경험을 제공할 수 없다면 브랜드가 경험의 주체라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왜 브랜드를 경험의 주체라고 바라보게 되었을까?



'브랜드의 재해석’ 

브랜드는 고유의 상징 체계이기도, 활동 방식이기도 하다.
동시에 브랜드는 브랜드를 구성하는 제품이나 공간과 다르게 실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표면적으로 브랜드는 자체적인 경험 제공이 불가능한 추상적 존재인 것이다. 하지만, 외형으로서의 브랜드가 아닌 내부 작동방식으로서 브랜드를 바라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브랜드에는 ‘의도를 가진 설계자(=운영자)’가 있다. 브랜드의 설계자는 그가 기대하는 방향과 방식으로 브랜드의 활동을 계획하고 편집한다.


브랜드를 통해 목소리를 내고, 브랜드를 통해 고객의 인터랙션을 만들어 낸다. 설계자는 하나의 브랜드로 여러개의 상품을 출시하고, 몇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수많은 서비스 직원들의 말투와 태도를 실체화한다. 그래서, 브랜드는 비록 추상적인 존재이지만 브랜드가 제공하는 경험은 설계자를 주체로 한다. 브랜드가 제공하는 경험의 실체는 브랜드 설계자에게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디자인의 개념이 결합된다. 어떤 설계자를 만들 것이냐가 브랜드 경험 디자인의 관점이다.

(요즘 지역 축제에서 자주 등장하는 드론쇼를 보면, 하늘에 떠있는 드론의 불빛은 자유자재로 변형된다. 이것이 우리가 바라보는 브랜드의 모습이라면, 드론을 조종하는 조종사는 그 움직임과 경관을 의도한 설계자이다.

브랜드 경험 디자인은 빛을 내는 드론의 형태가 아닌, 조종사의 아이디어와 조종 기술을 디자인해주는 개념과 같다.)


복기해보면, 브랜드도 경험 제공의 주체가 될 수 있다. 브랜드를 그 이면의 설계자로 정의할 경우에.



‘설계자의 고충’ 

차별화는 브랜드 존재의 1원칙이다.
브랜드의 DNA가 있다고 했을때 A 브랜드의 염기서열과 100% 동일한 B 브랜드를 만들어 낼 수는 없다.
(설령 가능하다고 해도 그것을 원하는 설계자가 없거나, 결코 영속적이지 않다.) 그러면 의도적으로든 의도적이지 않든 세상의 모든 브랜드는 서로 다른 DNA를 갖게 된다. 자 여기에서부터 어려워진다. 브랜드가 서로 다르다면, 브랜드 경험은 어떻게 달라야 할까? 서로 다른 브랜드 DNA를 서로 다른 브랜드 경험으로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만약 서로 다른 브랜드가 유사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면, 그 유사성과 차별성은 어떤 수준으로 조율해야 할까? 그러한 경험 차이는 비즈니스 전략에도 부합할까? 그러한 경험의 유사성은 고객의 마음 속에 있는 잠재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 미세한 브랜드 DNA의 차이를 정확하게 구현해 줄만큼 브랜드 경험 설계자의 운전기술(브랜드 개발 및 운영 기술)이 탁월한가? 소비자가 그 차이를 인지하고 선호하는가?

이 모든 질문에 답을 제시한다고 해도, 결국 브랜드 경험은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첫번째, 브랜드 경험 설계의 정교화.
두번째, 브랜드 경험 운영의 정교화.


첫번째는 서로 다른 브랜드 DNA를 가지고 있음에도, 브랜드가 제공하는 경험을 정교하게 차별화하지 못하는 문제이다. 보편적으로 금융 브랜드는 신뢰를, 요식업 브랜드는 정성을, IT 브랜드는 스마트함을 경험 정체성으로 둔다. 경험의 1차 카테고리가 같다면 경험의 디테일에서 차이를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경험의 디테일. 경험 카테고리 내 유사 브랜드의 갯수가 많을수록, 시장이 고도화되어 있을수록 차별화된 디테일을 만들어 내기는 어려워진다.


두번째는 차별화된 경험을 설계했지만 스스로의 운영 과정에서 차별화 포인트가 무뎌지거나 복제당하는 문제이다. 마케팅 이론에서 등장하는 POP(Point of Parity)와 POD(Point of Difference)의 개념으로 해석해 보면, 경쟁력있는 POD는 타 브랜드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브랜드의 차별화 포인트가 이내 보편적이고 일반화된 경험 요소로 전락하게 되는 상황에서, 이 간극을 지속시키거나 넓혀내기 위한 전략적 선택지가 고갈되는 경우가 흔하게 발생한다.



브랜드 경험 설계자는 이러한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경험의 재해석’

브랜드 경험을 설계할 때 우리는 브랜드를 중심으로 경험을 기획한다.
오래된 친환경 코스메틱 브랜드라면, 그 브랜드가 가진 헤리티지와 친환경적 가치를 고객 경험으로 전달하기 위해 고민하고, 아주 젊고 스마트한 IT 기업 브랜드라면 젊고 스마트한 이미지를 극대화할 경험 요소를 구상한다. 문제는 이런 프로세스 상에서 우리가 브랜드 경험의 1차 카테고리를 일반화시켜버리는 자기잠식성의 정체성 정의를 내리게 된다는 점이다. 브랜드 DNA의 변별력을 반영하지 못하는, 오히려 경험의 레드오션과 같은 보편화된 가치 제안으로 경험 차별화를 기대하는 것과 같다.


브랜드의 경험 설계이니 브랜드부터 들여다 보는 공식, 문제는 여기에 있다.
브랜드 경험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경험의 브랜딩이라는 관점을 작동시켜야 한다.

단어의 순서만 바꿨을 뿐인데 전혀 다른 의미가 보이는가? 경험의 브랜딩은 고객이 궁극적으로 하게 될 경험을 먼저 정의하고, 그에 맞는 브랜드의 접점을 연결하는 관점이다. 브랜드를 버리고 경험에 집중하게 되면 그 경험을 정의하고 실체화하는 것에 훨씬 더 많은 개념과 상상력이 접목된다. ‘오래된 친환경 코스메틱 브랜드’가 아닌, 50년 전에 태어난 내가 아끼던 화장대 한켠의 브랜드, 그 당시의 패션과 문화, 화학 원료보다 자연유래 원료가 익숙했던 기술, 플라스틱이 아닌 종이 패키지, 그때의 화장품 가게, 전단지의 그래픽... 이렇게 떠오르는 심상과 감각 요소는 이전과 결코 같지 않을 것이다. ‘젊고 스마트한 IT 기업 브랜드가’ 아닌, 능동적이고 호기심 많은 나의 친구가 다닐 것 같은 회사, 밝게 정돈되어 있지만 결코 차갑지 않아 보이는 업무 공간, 중간중간 복도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표정과 몸짓, 그들이 쓰는 스테이셔너리, 문서 양식, 호칭… 브랜드를 디자인의 대상으로 바라본 경험 설계가 아닌, 경험을 바라본 디자인 설계로서의 브랜드는 그 경험 요소의 공감각적 디테일에 있어서 매우 큰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브랜드 경험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앞선 문제의식의 해결 관점으로, 브랜드 경험이 아닌 경험의 브랜딩이라는 새로운 디자인적 시선을 제안한다. 물론, 겹겹이 쌓인 장벽을 하나의 기폭제로 제거할 수는 없는 법이다. 다만, 우리는 다시 한 번 열린 시선으로 되돌아 봐야 한다.


우리가 완성하고자 하는 것이 브랜드인가 경험인가. 브랜드와 경험은 무엇이 수단이고 무엇이 목적인가. 고객이 필요로 하고 기꺼이 지불하는 것은 브랜드인가 경험인가.



1. 경험을 먼저 상상하자.

재미없는 브랜딩 3대장 : 기업브랜드, B2B브랜드, 내가 아닌 누군가의 브랜드

막연함과 흥미없음의 90%는 그 브랜드에 대한 나의 경험이 10%에도 못미치기 때문이 아닌가?


2. 그 경험을 정교화하자.

브랜드를 정의하는 언어보다 경험을 정의하는 언어는 몇배로 많다.

좁은 프레임과 단서를 버리고 우리 모두가 아는 경험의 이야기를 무한대로 펼쳐보자.


3. 브랜드와 연결하자.

좋은 경험 재료들을 가지런히 준비해두고, 여기에 브랜드라는 레시피를 입혀보자.

이 브랜드라면 이 재료를 어떻게 쓸 것인가? 무엇이 먼저고 무엇이 불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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