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토희 May 10. 2024

사랑은 눈에 보인다.

사랑에 밥 비벼먹게 해 줄게

비슷한 시기에 출산을 한 또래 여자 지인들을 보니 소위 친정 엄마라는 존재의 도움을 참 많이 받고 있었다. 나와 50일 차이로 아기를 낳은 좋아하는 대학 동기가 딱 그랬다. 그녀의 친정어머니는 그녀가 애기를 낳자마자 같은 집에 머무시며 산후조리부터 어린이집 갈 때까지, 1년 여의 시간 동안 당신의 딸과 태어난 아기를 면면히 돌보셨다. 동기의 말에 의하면 친정 엄마 본인께서 꼭 그리 해주고 싶으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녀의 인스타에는 엄마표 고운 집밥 사진이 종종 올라왔다. 그녀와 대화를 할 상황이면 어머니의 노고가 멋지다고 했고 실제가 그렇기도 할 터. 그녀는 미움받아야 할 이유가 없는 게 당연지사인데 논리와 달리 마음에선 그녀의 대한 엷은 미움을 느낄 수 있었다.


참 요즘 시대에 보기 드문 엄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딱 한 친구 빼고는 대다수의 친정 엄마가 그렇게 딸 집으로 반찬을 만들어다 날랐다. 생각보다 빈번한 횟수로 손주를 돌봐주었고, 육아에 지친 딸에게 인생을 먼저 살아온 선배로서 또 같은 여성으로서 이해와 공감, 응원을 담은 메시지를 보내는 친정 엄마도 보였다.


어린 아기와 둘이 보내는 시간이 많았던 육아 절정기에는


"난 원래 요리 잘 못해."

"나도 주중에 일해서 피곤해."


엄마가 했던 말들이 아리게 슬펐다.




오후 2시. 눈으로는 핸드폰 화면과 정면을 번갈아 가며 응시하고, 걸음은 분주하게 재촉한다.

두 살 된 딸의 어린이집의 하원 시간이 30분 앞으로 다가왔다. 시곗바늘은 볼 줄 몰라도 그녀의 생체 시계가 알거라 생각한다. '이쯤 되면 엄마가 올 시간이야.' 그녀와 내가 암묵적으로 약속한 시간. 하루 중 내가 가장 긴장하는 시간. 늦고 싶지 않다. 그녀를 속상하게 하고 싶지 않다.


"윤아~ 재밌었어? 보고 싶었어. 사랑해!"

 

나비반에서 걸어 나오는 딸아이 눈에 담긴 두 팔 벌린 내 모습.


두부와 애호박이 바글바글 춤추는 고소한 청국장찌개. 노란 계란 속 파와 당근이 송송 박힌 탱탱한 계란말이. 찰기와 윤기의 하모니가 아름다운 따끈한 쌀밥을 한 상 차린다.


훗날, 학교 갔다 돌아온 2학년 아이의 오감에 두루 느껴질 것들.


사랑은 보인다. 눈에 보인다.


손 끝에 만져지고, 들린다.

이전 04화 엄마로서 겪어내야 하는 전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