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줄 몰랐다. 전화를 끊고 얼굴을 파묻고 엉엉 울 줄은.
도통 글감이 정리되지 않아 다른 잘 쓴 글을 읽으며 내 글이 그지 발싸개 같아 고통스럽다고, 카톡으로 남편에게 푸념하던 중이었다. 남편은 자기에게도 발싸개가 있다며 처음으로 편집한 유튜브 영상을 공유해 주었다. 그때 언제 꽂았는지 귀에 꽂혀있던 에어팟을 통해 벨소리가 들려왔다. '중요 표시'를 해놓은 연락처에만 울리는 벨소리였다. 휴대폰 화면에 뜨는 이름은 다름 아닌 딸의 어린이집.
만 두 살배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지 이제 갓 한 달 하고 열흘이 된다. 젖 주랴, 재우랴 2년간 한 몸처럼 지내던 아이와 떨어진 게 믿기지 않던 시기(일명 어린이집 적응기)를 지나, 점점 홀가분과 걱정이 반비례가 되고 나 스스로를 안심시키며 지내오던 차였다. 전화가 올 일이 없는 시간에 오는 전화는 사람 심장을 팍 쪼그라들게 하는구나.
"안녕하세요, 어머님. 담임 ㅇㅇ입니다. 오늘 산책하고 돌아오는 길에 웨건(유아 두 명이 마주 보고 앉는 유아차)에 같이 타 있던 남자친구가 얼굴을 할퀴어서 얼굴에 좀 상처가 났어요."
평소 성격 급하게 종종 거리는 편이지만 희한하게도 큰일이 닥치면 순식간에 차분해지는 나다. 처음에는 선생님 말씀에 주어와 조사가 명확히 들리지 않았다. 누가 피해자란건지 확인 작업이 필요했다. 떨리는 마음과 함께 찰나에 우리 쪽이 아니길 바라는 이기적인 어미의 마음도 보았다.
"윤이가 그랬다는 말씀이세요?"
"아뇨 어머님. 남자친구가 윤이를 할퀴었어요."
……. 올 것이 왔구나. 애기를 세상에 내보내놓고 아무 일도 없기를 바란다는 건 정신이 이상한 거라고 생각할 만큼 충분히 가늠해 봤던 상황이다. 엄마로서 중심 잡고 서있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생각이었거늘 막상 날아오는 펀치에 몸이 휘청인다.
"윤이는 울었나요?"
"아뇨, 울지는 않았어요. 당황하는 표정이었는데 저희가 달래니까 금방 괜찮아졌어요."
순간 상상했던, 아가 둘의 감정싸움 끝에 난투극은 아니었던 것 같고 친구가 관심을 표현하는 게 서툴러 얼굴을 만지려다 좀 세게 잡았던 것 같다. 그러니 딸도 운 게 아니라 놀란 모양이었다. 상처 난 얼굴 사진을 보니 딸아이 마음에 생채기가 나진 않았을까 가슴이 미어진다. 이성으로 붙잡은 전화를 끊고 나는 엉엉 울고야 말았다.
너무 좋아해서 엄마 아빠 다음 딸아이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 '맛밤'이다. 평소 하원시간보다 한 시간 이르게 맛밤을 네 봉지나 사들고 어린이집에 있는 그녀를 향해 간다. 부스스하게 낮잠을 자고 나온 상처 난 내 새끼의 얼굴.
한창 '안아줘요 병'에 걸린 13kg의 딸. 허리와 팔이 끊어질 것 같아 어떻게 꼬셔야 더 걸을까 생각했었다. 오늘만큼은 엄마랑 산책하는 한 시간 동안 55분은 안고 다니자 마음먹는다. 노선을 확실히 하니 500그람은 덜 무겁게 느껴진다. 실은, 오늘만이 아니라 오늘부터 그녀가 안아달라는 만큼 충분히 안아주자 다짐했다. 딸의 놀랐을 마음을 꼭 안아본다.
밖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엄마가 막아줄 순 없을 거야. 대신 엄마에게 돌아오면 차고 넘치게 사랑해 줄게.
사랑하고 사랑해. 우리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