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 속에 누워서
해가 지면 와글와글 개구리울음 소리가 고막을 덮는다. 마음을 핸드폰 텍스트에 모으니 개구리가 울음소리를 작게 낸다. 생각을 탁 놓고 들리는 소리에만 귀를 내던지면 별안간 개구리가 목청껏 운다. 개구리 소리 볼륨은 내가 마음을 어디에 두는지에 따라 줄었다 커졌다 하는구나. 남편 잔소리 들을 때도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겠다! 하하
전기장판을 깐 텐트 덕에 몸은 데워졌지만 얼굴이 차다. 아직은 추운 5월의 밤. 22도까지 올라가는 낮의 더위는 어쩌고 밤은 여전히 쌀쌀하다. 숲 속에 있어서 촉촉하게 차가운 공기가 양 볼과 정수리에 닿는다. 캠핑할 땐 모자 필수. 새벽녘 머리로 빠져나가는 열 사수하기에 얇은 비니가 제격이다.
멀리서 엉엉엉 개 짖는 소리가 아스라이 들린다. ‘시골 풍경’에서 결코 빠져선 안 되는 오리지널 사운드. 주인 할머니가 스댕 그릇에 밥이랑 반찬 푸짐하게 섞어 주시려나. 할아버지 장에 다녀오실 때마다 꼬리 치며 반기려나. 말 안 듣는 다고 발길에 차이지는 않을는지.
옆 구역 사람들은 ‘운동회’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타프와 텐트를 하루 종일 쳤다. 우리가 피칭을 마치고, 저녁을 만들어 먹고, 설거지 거리를 치울 쯤에야 어느정도 완성됐다. 중년 남녀의 기류가 왠지 좀 묘한 것 같은 기분에 진짜 부부일까? 옆에 누워있는 남편에게 소곤소곤 찔러본다. 남편이 말한다. “아까 텐트칠 때 엄청 짜증 냈어.” 수사 종료. 그들은 법적 부부.
녹음을 찾아서 온 만큼 내일 아침 메뉴도 그에 걸맞은 건강한 북엇국이었는데(둘째 날 조식으로는 국물이 최고) 아무래도 망한 것 같다. 치약 사러 간 매점에서 빨간색 봉지를 발견해 버렸다. 이름부터 자극적인 당신의 이름은 신라면. 누워 있는 지금도 아른거린다. 일어나? 말어? 사러가? 참어? 나는 내일 아침 무얼 먹고 있을까. 뭐가 됐든 공기 하나는 끝내주게 달겠지.
개가 또 호 엉엉 엉엉 짖는다. 개구리들이 있는 힘껏 운다. 소쩍새인지, 이름 모를 새가 일정한 간격으로 점을 찍듯 고운 소리를 찍어낸다. 누워서 듣는 저들의 떼창이 마치 캄캄한 밤하늘에 떠있는 무수한 별들의 움직임 소리 같다.
눈과 귀가 다 깨끗해지는 캠핑장의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