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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지 Mar 11. 2023

그 한 줌의 작은 눈빛에


삼시세끼 연재를 통해서 제가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일을 하는 이유에 대해 찬찬히 고민해봤습니다. 진부한 이야기이지만 사는대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생각하는대로 살고 싶었기에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정말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인지 종종 멈추어 서서 여러 이유들을 찾아 붙이곤 합니다. 


아마 첫 시작은 막연히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 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왕 태어나버렸으니 최대한의 행복을 쫓고 싶은데 대체 어떻게 살아야 행복해질 수 있는지 영 감이 안왔습니다. 가고 싶은 대학에 입학해도, 시험에서 수석을 해도, 해야만 하는 일을 무사히 끝냈다는 약간의 달성감 만이 남을 뿐 마음이 그저 그랬습니다. 



제 작고 편협한 세계는 네팔의 아이들을 만나며 조금씩 바뀌어 갔습니다. 누군가에게 소중한 감정을 나눠 받고, 그 잔잔한 온기가 주는 행복에 마음껏 감사해하고, 또 그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 노력하는 나날이 이어졌습니다. 깎아낸 것 같은 산골짜기 어딘가에는 저마다의 꿈을 꾸는 아이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그 작은 눈빛과 손짓 하나 하나에 말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벅찬 감정을 느꼈습니다. 


얼마 전, 제가 졸업한 대학교에서 원고 요청을 받고나서 차마 버리지 못했던 교양 서적을 발견했습니다. 책의 첫 장을 장식하는 러셀의 자서전은 이런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단순하지만 매우 강렬한 세 가지 열정이 내 인생을 지배했다.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 추구, 인간의 고통에 대한 견딜 수 없는 연민이 그것이다.’ 



당시 내 인생을 이끌 열정이라는 말은 너무 추상적이고 모호하게 느껴졌고 그 모든 문장들은 종이에 새겨진 잉크 자국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몇년 뒤 한 아이가 길가에서 꺾어 건넨 꽃송이 하나가 제 인생을 이끌 열정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사람은 아마 스쳐가는 작은 다정으로 하여금 다시 일어나 살아갈 수 있는 존재인 것 같습니다.



이제는 대단한 무언가가 되지 못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보다는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고민하고 싶습니다. 끊임없이 무언가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삶이 아니라 나에게 주어진 이 모든 빛나는 순간과 아름다운 사람들을 소중하게 대하고 싶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눈 뜨는 아침이란 생각보다 더 아름답다는 걸 이제는 잘 알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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