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프랑스까지의 연결고리 by 백수수수 아내
2019년 7월 8일
2월 인도 우다이푸르를 여행할 당시 뷰포인트를 보겠다며 케이블카를 탔다. 협소한 케이블카 덕분에 앞에 앉은 프랑스에서 온 노부부와 대화를 나눴다. 노부부는 프랑스를 여행하게 되거든 '루아르 계곡'을 꼭 가보라며 추천을 해주셨다. 그 후 인도와 스리랑카 몰디브를 거치며 '루아르 계곡'은 우리의 기억 속 저편으로 잠시 잊혀졌었다. 유럽에 와서도 길어야 3일마다 거처를 옮기는 바쁜 유목민 생활을 하니 기억이 날 리 없었다.
예정했던 일정보다 일찍 남프랑스를 떠나 파리로 향하면서 파리 근교 여행지를 찾다 우연히 지도 속에 저장된 '루아르 계곡'을 보게 되었다. 이곳에는 귀족들이 세운 80여 개의 멋진 고성들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프랑스 르네상스의 정수를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고성인 '샹보르성' 근처의 마을인 루아르에서 2박을 하게 되었다.
샹보르성은 프랑수아 1세가 지은 궁전으로, 베르사유궁전보다 멋있었다. '프랑스 왕' 하면 루이 14세 같은 루이들만 떠올랐는데, 이름도 생소한 프랑수아1세가 지은 이곳은 유럽여행 중 만난 그 어떤 성보다 멋있었다. 월트디즈니 도입부에 나오는 성의 모티프가 됐다는 독일의 노이슈반슈테인 성(다들 독일편 읽으셔서 기억나시죠?^^) 도 이곳에 비하면 초라했다.
프랑수아 1세는 이탈리아 정벌을 다녀오며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프랑스로 데리고 왔다. 다빈치를 총애했던 그에게 다빈치는 '모나리자'라는 걸작을 남겼다고 한다. 로마 바티칸 투어를 하며 르네상스의 3대 거장 중에 다빈치 작품만 쏙 빠져있어 의아했는데 그는 프랑스에서 열일중이었던 것이다.
샹보르성 내부에는 다빈치가 고안한 멋진 계단도 있다고 했지만, 관광에 큰 욕심이 없는 우리는 성을 바라보며 피크닉을 하기로 했다. 300개가 넘는 굴뚝과 지붕 창으로 환상적인 외관을 자랑하는 샹보르 성이기에 밖에서만 봐도 하나도 아쉽지 않았다. 여행하는 날들이 길어질수록 점점 더 관광에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있다. 궁전에 들어갔다가 와도 '예쁘고 멋있었다'라는 한줄평으로 마무리될 게 뻔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전날 차에서 먹으려고 샀다가 못 먹은 까르푸 샌드위치와 납작복숭아, 맥주까지 야무지게 챙겼다. 벤치가 꽉 차서 풀밭에 방석하나 깔고 철푸덕 주저앉아 피크닉을 시작했다. 성 앞에서 피크닉을 하자니 마치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에서 보던 귀족들이 소풍을 나온 느낌이었다. 차가운 샌드위치여도 맛있었고, 월요일 점심부터 마시는 맥주는 덜 차가워도 시원했다.
우리가 인도에서 그 프랑스 노부부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아마 이곳에 여행을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제 여행기에서 남편이 이야기했듯이 누군가가 추천해주는 정보는 온라인을 통해 얻는 정보와는 다른 무게감을 지닌다. 우리가 그들의 추천으로 이곳을 여행했다는 사실을 그분들도 알게 되면 참 기뻐했을 것 같다.
블루아에는 샹보르성 외에도 슈농소, 앙부아즈, 슈베르니, 시농성 등 귀족들이 저마다의 멋을 뽐내며 지었던 고성들이 있었지만 우리는 샹보르성으로 충분했다. 이제 고성은 충분히 봤기에 우리가 더 성을 보기 위해 여행을 갈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은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다고 했던가. 블루아를 떠나 우리가 향한 곳은 바다 위의 수도원 '몽쉘미셸'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