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천천히
헬싱키는 쉬어가는 의자가 정말 많다.
모든 길거리
모든 상점
모든 공공기관
사람이 다니는 모든 곳에 뜨문뜨문 의자가 놓여있다.
의자디자인의 나라답게 무척이나 수려한 의자들로,
쉬어가는 의자를 마주칠 때 마다
짧은 순간 상념에 잠긴다.
그래, 힘들면 쉬어가야지. 가만히 좀 머물 수도 있어야지.
이곳에선 내 몸에 딱 맞는 템포로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는데
한국에선 전반적으로 서두르는 분위기와
트렌드에 민감한 업의 특성상
생활도 생각도
내 템포를 놓치고 떠밀려 가기 일쑤.
귀 닫고, 눈 닫는 것에 좀 길들여졌지만
귀와 눈을 열고도
나의 템포를 유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사람 저사람
많은 이들이 부비고 가서
낡고 헤졌지만
어쩔 수 없이 빛나는
세련되고 수려한
쉬어가는 의자
딱 그런 의자로 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