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운 좋은 놈
스위스 촬영은 좋은 점과 나쁜 점, 장단점이 확실했다. 좋았던 점은 스위스 풍경이다. 정말 황홀 그 자체. 몇 년이 지났지만, 잊히지 않는다.
특히, 스위스는 자연과 잘 어우러진 나라라는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시내를 걷다가 만나는 강변마저 훌륭했다. 또, 취리히에서 쉴트호른으로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모든 길이 아름다웠고, 쉴트호른으로 올라가는 모든 순간이 감동이었다.
색깔로 스위스라는 나라를 표현한다면, 파란색과 초록색. 사진만 봐도 마음이 괜히 편해지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기분 탓인가?;;;) 그래서일까, 사람들의 표정이 밝았고 행동 하나하나가 굉장히 여유로워 보였다. 참 따뜻했다. (더 이상의 말은 생략하고 사진으로!)
말이 필요 없는 스위스의 모든 순간들. 사진 올리려고 앨범을 뒤졌는데, 또 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아름다운 순간들을 영상으로 찍어뒀는데, 영상을 올리지 못해서 아쉽군.
또 하나의 좋았던 점은, 당시 출연자 중 한 명이 내 오랜 아이돌이었다. 혹시나 나도 모르게 티가 나면 부담스러워할까 봐 일부러 가까이에 가지 않았다(머쓱). 조심했지만... 촬영 막바지 쉬는 타임에 나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렸고, 어느 순간 내 옆에 와서 같이 불러주는 게 아닌가! 진짜 이건 가문의 영광!!! 다시 생각해도 감격, 감동, 흥분의 도가니! 만세! HOORAY! 한국으로 돌아오는 공항에서는 촬영하는 동안 고생했다며 셀카도 찍어줬다. 셀카는 나만 찍은 게 아니라, 모든 스태프들과 고생했다며 셀카를 찍었다. (사랑해요. 언젠가 내 집이 생기면 꼭 액자로 걸어둘게요.)
좋았던 기억이 대부분이지만, 안 좋았던 점을 굳이 하나 뽑자면(?) 해외 촬영은 꽤 큰 촬영이고, 이동이 많으니 챙겨야 할 짐이 정말 많았다. 그런데, 작가를 다 데리고 촬영을 나가는 무리수(?)를 감수하며 현장 진행을 도와줄 진행팀을 데려가지 않았던 것. 출연자 포함 전 스태프 개인 짐 & 촬영 짐, 촬영 소품 등 짐 개수만 약 80개 정도였는데 4박 5일 촬영 동안 3번 정도 도시를 이동했다. (으 다시 생각해도 최악) 그때마다 그 모든 짐을 전부 옮겨야 했다. 진행팀도 없고, 결국 그 많은 모든 짐을 작가가 옮겼는데... (물론 중간중간 조연출과 감독님들의 도움도 있었지만, 결국 그 짐의 분실을 책임질 사람과 그 짐을 지키고 이동해야 하는 사람은 작가였다.) 하필 또 비가 억수로 쏟아지고, 숙소가 산 중턱에 있는 날에는 케이블 카를 탈 때마다 짐을 옮기고 내리고를 반복... 안 쑤시는 곳이 없었다.
이 순간을 생각하면 진짜 너무 끔찍하고, 요즘에도 촬영을 함께했던 감독님을 만나 스위스 촬영 이야기를 하면 무조건 1번으로 하는 말이 “그때 작가들 짐 옮기느라 진짜 고생했지~ 작가가 아니라 진행팀이었어” 창피하지만 맞는 말이다. 스위스 촬영하는 동안 몇몇 작가들은 작가가 아니라 진행팀에 불과했다. 어느 정도냐면, 촬영을 보지 못해서 어떻게 촬영했고 무슨 내용으로 찍었는지... 시사하면서 알게 됐다는 것...!
아무튼, 촬영은 잘 끝냈고 방송 역시 잘 나갔고 반응도 꽤 좋았다. 그때 함께 고생한 작가들과는 여전히 자주 보며 잘 지내고 있고, 뜬금없이 스위스가 그립다며 연락을 주고받곤 한다.
아! 하나 더! 모든 촬영이 다 끝나고 한식당에서 회식을 했는데, 반가운 소주가 1병에 3만 원이라 주량껏 마시지 못하고 1잔을 나눠마신 기억, 추억 역시 강렬하다.
3만 원짜리 소주는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다음에 스위스에 가게되면, 내 캐리어에는 꼭 팩소주가 들어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