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이 없는 추억
미역국을 정말 좋아한다. 죽기 전에 한 가지 음식만 먹을 수 있다면 무얼 먹겠냐는 질문에 답을 하자면, 나는 '미역국'이다. 또, 매일 똑같은 음식만 먹어야 한다면 무얼 먹겠냐는 질문에 답도 역시 '미역국'이다. 다만, 아무것도 넣지 않고 오직 미역만 들어간 미역국을 정말 가장 좋아한다.
어느 날은 황태 미역국이 너무 먹고 싶은데, 밖에 나가서 사 먹고 올 의지는 없던 날이었다. 그래서 집 앞 편의점에 가서 사골곰탕 팩을 하나 사서 집에 있는 황태를 불려서 들기름에 볶았다. (맥주를 좋아하는 나의 집에는 황태채가 있다. 에프에 구우면 이만한 맥주안주가 없기 때문)
황태를 먼저 볶고, 그다음 불린 미역을 넣어 한 번 더 볶은 뒤 사골곰탕 팩을 넣고 팔팔 끓인다.
간장으로 간을 맞추기만 하면 끝이다. 세상 간편한 황태 미역국...! 솔직히 밖에서 사 먹는 것보다 더 맛나다. (는 내 생각) 그렇게 밥 한 공기 뚝딱 먹고 나면 왠지 모르게 몸이 따스해지고 마음이 편해지는데... 이래서 소울푸드라는 말을 하는 건가 싶다.
결혼하고, 남편한테 황태 미역국을 끓여 준 적이 있는데 남편 역시 너무 맛있다고 좋아했다. 그래서 가끔 황태미역국을 끓여달라 오더를 받기도 하는데, 이제는 나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맛있게 먹어줘서 고마워 남편! 오늘 저녁은 황태 미역국 당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