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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비뱅커 Aug 10. 2024

<리볼버> : 그들은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는가?


올림픽 사격 대표팀이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두며 주목받고 있다. 한 선수의 경기 영상은 조회수 폭주로 큰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대한사격연맹 회장의 모기업 임금 체불 논란으로 그 빛을 잃고 있다. 이로 인해 선수들의 포상금 지급도 불투명해졌다. 이 뉴스를 접한 날, 공교롭게도 오승욱 감독의 신작 <리볼버>(2024)가 개봉했다. 총이라는 매개체를 제외하고도 <리볼버>와 현실의 이슈는 묘하게 닮아 있다. 영화는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들어간 전직 경찰 수영(전도연)이 약속한 대가 7억 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으로 시작된다. 국가 대표 선수나 노동자를 영화 속 범죄자 수영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약자가 약속된 대가를 받지 못한 점에서 같은 맥락임을 시사한다. 


수영은 자기 것을 되찾기 위해 위험한 길을 떠난다. 이는 임금체불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이 권리를 찾기 위해 싸우는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수영의 투쟁이 탐욕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지극히 당연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윤선(임지연)의 "각오 됐어요?"라는 경고(?)에 대해 수영이 "내 걸 받는데 무슨 각오를 해?"라고 받아치는 장면에서 영화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다. 또한 수영이 겪는 막막함과 고통은 노동자들이 문제해결을 위해 겪는 법적, 사회적 압박과 겹쳐 보인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는가? 7억 원은 수영이 교도소에서 보낸 2년에 비해 큰 금액이 아니며, 조직(이스턴 프로미스 라는 사명은 아이러니다) 내부 절차만 처리되면 지급할 수 있는 돈이다. 바꿔 말하면 그들은 지불할 능력은 있지만, 의지는 없음을 의미한다. 약속 당사자 앤디(지창욱)는 처음부터 약속 따윈 지킬 생각이 없는 악당이며, 그레이스(전혜진)와 본부장(김종수)은 수영을 제거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물론 수영이 그레이스의 비밀을 알게 된 이유도 있지만, 그들의 탐욕과 비윤리적 태도를 여실히 드러내는 부분이다.  

앞서 언급한 대한사격연맹 회장 사례뿐만 아니라, 최근 불거진 티메프 사태와 노동 착취 및 임금 체불 문제는 심각해 보인다. 올해 상반기 임금 체불액이 1조 원을 넘으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임금 체불로 처벌받는 건수는 줄어들고 있는 아이러니다. 이는 법적 제도의 허점과 일부 고용주들의 무책임하고 비윤리적인 태도가 임금 체불이 근절되지 않는 주요 원인이다. 이런 현상은 영화 속 앤디의 태도와 일치한다. 빅토르 위고의《웃는 남자》속 한 구절처럼 부유한 자들은 불행한 자들에게 연민을 느껴야 하지만 오히려 불운한 이들을 착취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수영의 태도와 영화의 엔딩은 꽤나 큰 여운을 남긴다. 수영은 더 많은 돈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딱 약속된 금액만 받아내며 투쟁의 정당성을 더한다. 마지막장면에서 수영은 노점에서 마신 소주 값 치고는 많은 돈을 건네고, 노점상은 딱 그만큼의 지폐 1장만 가져간다. 이 장면은 수영과 노점상 사이 무언의 약속과 탐욕 없는 정서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수영의 투쟁은 현실 세계 약자들이 겪고 있는 부조리를 보여주는 듯하다. 특히, 티메프 사태와 임금 체불 문제는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다. 영화 속 악당들은 현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에게 약속을 지키지 않는 이유를 묻는 것은 수영의 당연한 투쟁과도 같다. 이는 단지 영화가 던지는 질문이 아니라 우리 사회 부조리에 맞서고, 약자에 대한 배려와 공감에 대한 시급한 과제가 아닌가 싶다. 그러니 먼저 그들에게 물어보자.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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