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비뱅커 Sep 09. 2024

<하늘을 바라본다, 바람이 분다>

설명할 수 없는 예술의 기적

이렇게 아름답고 찬란한 영화가 있을까? 영화는 문학이 주는 서정성과 음악, 미술의 시청각적 아름다움이 어우러져, 독창적 예술로 완성되었다. 또한 마법 같은 서사와 다큐멘터리의 특성이 결합된 마술적 사실주의를 보여준다. 일상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카메라는 도시과 예술에 대한 애정이 넘친다. 이런 시적 영상미는 조지아를 모르는 사람조차 이 도시의 하늘과 바람에 빠지게 만든다. 영화는 감각적 체험이 예술로 번지는 과정을 보여주며, 영화가 예술로서 지닌 특성을 잘 드러낸다.

영화는 첫눈에 반한 리자와 기오르기가 사랑에 빠지지만, 저주에 걸려 얼굴이 변한 마법 같은 상황으로 시작한다. 이때 화자의 내레이션은 비현실적 요소들을 자연스럽게 전달하며, 마치 동화 속 해설자처럼 이야기를 이끈다. 또한, 화자가 관객에게 눈을 감았다 뜨라고 하자 스크린은 리자가 다른 사람으로 변한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의 마술적 성격을 강화한다. 영화는 전형적인 멜로드라마 서사를 배경으로 하지만, 섬세한 연출로 깊은 영화적 감각을 소환한다. 이를 테면, 두 사람의 변신이 무색하게 도시의 풍경은 여전히 아름답고, 일상은 무심한 듯 같은 모습이다. 축구 선수였던 기오르기를 감독과 동료들은 알아보지 못하는 등 저주는 현실의 문제와 부딪친다. 이때 카메라는 의도적으로 기오르기를 외면하거나, 나무에 가린 채 보여주지 않는다. 이는 그의 상실감과 세상의 무심함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며, 변한 현실의 공허함을 영화적 언어로 표현한 것이다. 특히, 그가 축구공을 놓여 유리잔이 깨지는 장면은 얼굴뿐만 아니라 잃어버린 재능과 새로운 현실을 환기시킨다.

축구는 기오르기 뿐만 아니라 도시전체의 일상과 연결된 중요한 상징이며, 월드컵은 조용한 도시에 활력을 준다. 마치 마술무대에 초청된 관객처럼, 환상 속에 놓인 단 하나의 현실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는 이 마저도 환상으로 표현하는데, 그들이 응원하는 아르헨티나는 메시가 두 골을 넣고 우승한 사실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영화가 눈에 보이는 현실 속에 존재하지 않는 희망을 어떻게 투영하는지를 보여준다. 영화에서 축구는 현실의 낭만이자 조지아 인들의 전통과 희망을 상징하며, 영화의 마술적 사실주의를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실제 몇 년 뒤 열린 월드컵에서 메시의 활약으로 아르헨티나가 우승할 때 그들이 떠오르는 것도 이 영화가 주는 체험적 유산일 것이다. 결국 영화는 시간과 공간, 판타지를 담는 예술처럼 느껴진다.

축구와 더불어 도시의 풍경은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카메라는 그곳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두 사람이 숲 속 빵집을 방문하는 장면은 인상 깊다. 카메라는 더 넓은 시선으로 풍경을 비추고 숲과 음식, 사람들의 대화가 어우러진 이 장면은 서정이 넘친다. 마치 한 점의 수채화를 감상하는듯한 느낌뿐만 아니라, 그들이 다시 사랑에 빠질 것만 같은 기대감을 준다. 또한 영화 내내 살랑거리는 바람은 피부로 느껴지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이러한 시청각 요소들은 영화가 종합예술로서 어떻게 관객의 감각을 자극하고, 일상의 아름다움이 예술로 전이되는지 잘 보여준다.

 영화는 서사와 무관한 장면들이 이어짐에도 불편하지 않다. 영화 속 내레이션처럼 세상 어디서든 이상한 일은 일어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순간만의 햇살과 바람 같은 영화적 묘사가 우리 일상과도 닮아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은 예술이며, 특히 영화라는 종합예술이 그렇다고 에둘러 설명하는 것만 같다. 결국, 카메라는 눈에 보이는 것을 좇지만 영화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들려준다. 영화의 마지막, 지평선으로 향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토록 감동적인 것은, 영화가 끝나도 이어질 삶과 희망, 기록될 일상의 한 조각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아름답고 찬란한 영화가 있었던가.

작가의 이전글 <괴인> : 타인의 시선이 만드는 경계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